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빌 브라이슨이 90년대 유럽을 돌아보고 적은 글이다. 90년대 쓴 글을 2008년에 번역하여 발행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 가까운 시간간격이 생긴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다. 하물며 어제와 오늘이 다른 요즘 시대라면 더 말해 무엇할까. 아무리 천천히 변하는 유럽이라 하더라도 출간 시점이 많이 늦긴 늦었다. 2000년대 초반 비교적 편안하게 유럽 몇몇 나라를 여행했던 나로서는 그가 들려주는 난처한 에피소드들이 그닥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부분들도 있었는데, 그게 아마 그 시간차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90년대에 빌 브라이슨이 유럽의 최북단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에서 유럽의 동쪽 끝인 터키 이스탄불까지 혼자 여행한 기록이다. 그는 70년대 처음으로 유럽땅을 밟았는데 그의 절친 카츠도 동행했다. <나를 부르는 숲>에서 이미 그의 대단한 활약상을 보았던 터라 카츠라는 이름을 보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래전 라디오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책을 소개한 사람이 본인은 카츠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빌 브라이슨이 만들어낸 가상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얘길 들으니 나도 가끔 빌과 카츠가 헷갈린다. 어쨌든 둘은 만나기만 하면 아웅다웅하지만, 또 죽이 척척 맞는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와 다르다. 일단 제목도 여행기가 아니라 산책으로 번역했다.(원제는 Neither Here nor There 다.)그러니까, 어디어디가면 무엇을 보고, 먹고, 감상해야 하는지 그런 여행정보나 교훈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빌은 여행지에 도착하면 호텔에다 가방을 던져두고 무작정 거리로 나선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책에는 관광지보다 식당, 기차매표소, 호텔, 거리 등이 더 자주 등장한다. 책속에는 사람들과 벌어지는 실랑이와 소소한 에피소드들, 도시와 나라, 사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있다. 이 책이 마냥 웃기기만 한 여행기가 아닌 것은 바로 이러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 때문이다. 많은 여행기들이 출판되고 있지만, 빌 브라이슨식의 유머를 좋아하고 색다른 여행기를 읽어보고자 하는 독자라면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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