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집어든 책에서 콤포스텔라라는 글귀를 읽었을 때 눈이 번쩍 띄였다. 아~ 이것은 얼마전에 읽었던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에 잠깐 소개되었던 도시 이름이 아니냐.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저자도 올리비에의 실크로드 여행기를 읽고 이 여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베르나르의 책을 읽을때만 해도 아~ 스페인에는 이런 길도 있구나 싶었지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것이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영적인 꿈을 안은 순례자들의 길이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도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꿈꾸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번, 내 남은 생애에 한번 나도 그 길을 꼭 걸어보리라.
저자는 한달 남짓 걸린 여행길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아주 개인적인 감상들로만 적은 글이라, 글로만 보자면 길 위에서 만나는 여러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외에는 솔직히 큰 감동은 없다. 그저 그런 수준이다. 그러나, 책 제목과는 달리 전혀 "겁 없는" 이 저자와 함께 산티아고를 걷는 길은 무척 가슴 설레고, 흥분된다.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류, 사진으로만 보아도 충분히 멋진 풍경들,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한테 영혼의 충만함을 안겨 주었을 신성한 길, 자연과 사람이 하나게 되었을 그 모든 것들이 심장을 뛰게 한다. 이제는 일상에 치여 이름까지도 생경한 " 젊은 날의 열정과 꿈"을 다시 되찾기에 이 길만큼 성스러운 것도 없을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누구를 만나든지 산티아고를 얘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 거린다. 먼 훗날 어느 이른 새벽,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을 앞으로 고즈넉한 길을 나무들과 벗삼아 우리 함께 천천히 걸어 보지 않겠느냐고, 잃어버린 우리 자신을 만나 보지 않겠느냐고 무조건 졸라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