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책 표지가 재미있다. 번쩍이는 자동차, 명품의 대명사로 통하는 베르사체와 BMW글자, 나무 주위에 별처럼 빛나는 명품 로고들. 그 위로 삐뚤빼뚤하게 책 제목이 적혀져 있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가난도 우아해질 수가 있을까. 지독한 가난앞에서 "우아함"이란 단어를 쓰는 경우 돌 맞아 죽기 십상이다. 하루하루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에게 우아한 가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 말의 진위를 떠나서 치욕스럽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이 책은 이런 지독한 가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가난이란 의식주는 기본적으로 해결된 상태에서 최대한 검소하게 생활하는 모습 딱 거기까지로 볼 수 있다. 바로 나와 같은 중산층(아니, 중산층에서 더 아래 계층이라고 해야 정확하겠다.)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가난한 자들에 포함된다. 그럼 그렇지, 가난이란 아무리 포장해도 우아하기 힘들다. 그런면에서 책 제목은 재미있지만, 좀 오바스러운 면이 없지않다.

저자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크게 색다를 것이 없다. 고급스런 외식을 자제하는 일, 폼나게 헬스클럽에다 돈을 버리는 대신 저렴하게 운동하기, 자동차가 없어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이유, 굳이 멍청해지면서까지 떠날 필요가 없는 여름 휴가 등...... 이런 것들로만 보자면 난 이미 많이 우아하다. 내 경우 레스토랑에서 칼질하는 일은 어쩌다 한번이고, (그것도 고급 레스토랑일 경우는 아예 패스다.) 자동차는 당연 없으며, 휴가라고 매번 비행기를 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생활면에서 저자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신분의 차이뿐이다.(저자는 독일의 아주 유서깊은 귀족 가문 출신이란다.)

그래서일까? 난 이 책이 좋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가난한(?) 내 삶을 위로해주는 듯해서 좋다. 보잘것 없는 내 삶이 우아하다고 항변해 주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지 않을쏘냐? 게다가 쓸데없이 사치스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법이 유쾌하고 그에 비해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삶이 얼마나 가치있고 아름다운지 알려줘서 좋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거다. 부유함이 언제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듯, 가난이 언제나 불행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이 얼마나 부유한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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