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백페이지에 가깝게 두껍지만 사랑스러운 소설이다."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매순간에 충실하세요. 잃어버린 시간은 낭비이기에"(26쪽) 같은 표어로 <1984>를 떠올리게 하는 통제주의 회사DICOMY의 평범한 직원 라이너스는 고아원을 방문하는 사례연구원이다.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일에 몰두하던 그가 특별한 고아원, 섬에 있는 벼랑 위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신비롭지만 평범한 아이들을 만나는 이야기이다.노움이나 정령, 적그리스도 같이 익숙하지 않은 마법적인 존재들에 어색해했던 것도 잠시,어느새 여섯 아이들ㅡ탈리아, 피, 시어도어, 천시, 샐, 루시ㅡ에게 정이 듬뿍 들어서 같이 눈물 찔끔 흘리며 읽었다. 이 소설을 어떻게 분류하면 좋을까.마법적인 존재들을 상상하기 위해 애쓰게 되는거 보면 판타지 소설 같다가도'작아지고 싶어해도 괜찮다'고 교훈을 줄 땐 청소년소설같다가도꽉 막힌 현대직장인의 표상 같은 라이너스가 서서히 모험을 즐기며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성장소설 같기도 하다.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모습은 사회풍자소설 같은 면도 있다.그리고 작가는 '퀴어 이야기'이라고 불렀다. 달라서 차별받고 혐오당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담고자 했나보다.내가 이 차별받는 아이들보다 꽉 막혀있다가 비로소 비눗방울을 깨고 나오는 라이너스에게 더 공감했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 이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소설 <벼랑 위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