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첫걸음은 기업분석부터 - 돈버는 투자를 위한 기업분석 6단계
변지희 지음 / 새로운제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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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나? 자고 있는 와이프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만약 내가 무슨 일이 생긴다면 와이프 혼자서 자산을 지킬 수 있을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기에 금융자산에 대한 지식을 쌓게 하고 싶었다. 내가 없더라도 부재중이더라도 집안의 자산을 잘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길 희망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자면 인플레이션을 비트 할 수 있는 투자 실력까지 갖추면 더없이 좋겠고. 예전에는 투자에 대해서 서로 의논하고 이야기하고 그런 모습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와이프에게 트레이딩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알려줬지만 아무래도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감각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트레이딩보단 공부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밸류와 기업분석 쪽을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투자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 평범한 직장인이나 일반인이 가장 쉽고 가성비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그야말로 공부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은 기업을 분석하고 밸류를 보며 시간을 무기 삼아 투자하는 인베스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와이프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추려서 추천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지인분께서 이 책을 추천하더라. 나름 진중하게 투자하는 밸류투자자라서 신뢰가 갔다. 책을 보니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었다. '100만 원으로 시작해 8000만 원이 되기까지의 투자 성공 비법'이라는 문구다. 지극히 현실적인 숫자와 문구라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흔히들 주식 투자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억대나 몇십억 정도의 수익을 기대한다. '누구는 얼마 벌었대, 누구는 몇 억을 벌었대.' 이런 말들이 회자되면 회자될수록 개인들은 주식에 대해 환상적인 눈길로 오해한다. 주식을 시작하고 배우면 고난은 있겠지만 장밋빛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금융자산 중 주식은 변동성이 가장 높은 군에 속한다. 그렇기에 나의 돈이 크게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높은 쪽만 생각하고 낮아지는 쪽은 생각하지 않는다. 잘 된 케이스나 잘 된 수익금만 보고 시장을 만만하게 보거나 오해하고 쉽게 투자를 결정한다. 그리고 돈을 잃고 나서야 이 판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짜 투자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자에 대한 방향이 중요하다.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시장의 판을 배우고 읽고, 자신의 투자 방법론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것들이 확실해질 때 돈은 알아서 따라오게 된다. 8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주식 판에서는 억대 단위로 버는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까. 그렇지 않다. 일반인, 직장인을 기준으로 전업 투자자나 꿈꾸는 비현실적인 금액을 목표로 하기보단, 현실적인 목표를 두고 시장을 공부하고 대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반인과 직장인에게 투자는 본업이 아니라 재테크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기보단 한 달에 월급 정도의 금액을 자본소득으로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런 작은 성공과 경험이 누적된 결과가 큰 수익이니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투자 방법과 철학이 일관성 있게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했다. 기업을 접근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 초보자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었다.

투자를 안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안 해도 괜찮겠지, 그러나 요즘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미 노동 소득은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에 돈을 벌면 벌수록 현상 유지조차 힘든 게 사실이다. 일부 극소수의 고소득자들만 물가 상승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기에 투자는 우리 시대에 생존이고 필수다. 가만있다간 돈이 녹아내리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최소한 자산방어를 위해서라도 노동소득 이상의 +@가 필요하다. 그렇게 재테크의 중요성은 강조되는 시대지만 기본적인 룰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뛰어들었다간 큰 코 다칠 위험이 있다. 특히 주식과 코인 같은 변동성이 강한 자산 군은 더더욱 위험하다.

트레이더인 내가 와이프에게 왜 기업분석이나 밸류투자를 가르치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와이프나 지인들도 트레이딩을 알려주면 좀 더 즐겁게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트레이딩의 영역은 스킬도 중요하고 자산 배분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시장을 꾸준하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시장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은데... 이 바닥에 무서운 파도를, 그 파도 안에 있는 심해의 무서움, 절망감, 고독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시장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시장에 다양한 얼굴을 보게 된다. 좋은 얼굴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나를 위축시키고 끝내 파멸할 수 있는 그런 위험에 내 소중한 사람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 시장에 미친 것은 나 혼자로도 족하다.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돈의 무게를 이겨내며 시장의 최전선에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은 그런데, 앞서 밝힌 대로 투자를 안 할 순 없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밸류투자다. 시간적으로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공부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시장에 변동성이 생기더라도 바텀업 인베스팅이라면... 좋은 기업을 선정했고 투자 포인트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버티는 데 조금 더 안정적일 거니까. 이렇게 투자를 시작하여 거창하게 돈을 벌어라 이런 뜻이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좋아 보이는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지키고, 나아가 저축 이상의 수익을 얻으며 생활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길 희망할 뿐이다. 와이프를 대상으로 쓰고 있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일반 직장인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현실적인 목표에 입각한 투자, 트레이딩보다는 인베스팅, 기업분석과 가치분석으로 주식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작하는 데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바텀업 투자를 할 때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요소들, 공시에 대한 부분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범송공자의 《전자공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로 공시의 기초를 쌓고, 체리형부의 《기업분석 처음공부》로 데이터와 정량적인 분석에 대해서 공부하며, 이 책으로 기업분석에 대해서 방법론을 공부한다면 기업 분석에 대한 기초는 탄탄하게 쌓일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을 다진 뒤 재무에 관련한 책을 취향에 맞게 선별하여 딥하게 파고 가치분석에 대한 기준을 배운다면 인베스팅의 이론적인 지식은 충분할 것이다. 이후 실전에서 좋은 케이스 기업과 리포트를 읽고 시장을 경험한다면 현명한 인베스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멋진 와이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분 좋게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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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으로 완성하는 고수의 투자법 - 선물·옵션·파생펀드까지 한 권에 담은 실전 투자 가이드
최창규 지음 / 위너스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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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주식투자를 두고 도박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금기시했다. 개도국의 선진화 도시화를 겪은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는 초호화 금리 인상과 성장세를 몸소 겪은 세대다. 이 시기는 모든 자산들이 급격하게 오르는 시기였고 은행에 돈만 넣어도 안전하게 자산을 증식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굳이 초과수익을 위해 투자를 하는 시선을 곱지 않게 바라봤다. 신성한(?) 노동으로 얻은 수익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였다. 이런 안정적인 호황기에 굳이 변동성이 강한 주식이라는 자산을 매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주식에 대해서도 도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파생은 어떻겠는가? 선물, 옵션 등의 파생 자산들은 주식보다 변동성이 더욱 극대화된다. 주식이 점 만원 고스톱이라면 선물은 강원랜드, 옵션은 라스베이거스 도박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증시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주식으로 망하고, 선물로 도망가서, 옵션에서 파산한다.' 그만큼 파생상품인 선물과 옵션은 변동성이 극심하다. 변동성도 극심하고 레버리지를 고비율로 당길 수 있기에 매매를 잘 못했다간 아웃될 확률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주식을 하는 선배들은 조심스럽게 권한다. 주식만 잘 해도 괜찮다고, 롱(오르는 것)도 못하는데 굳이 롱숏(오르고 내리는 것)을 알 필요는 없다고. 이 말은 동의한다. 나 역시도 투자에 기본은 롱을 익히는 전략만 잘 해도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의문은 들었다. '그럼 굳이 왜 파생이라는 상품은 있는 것일까?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나 외국인들의 전유물인 것일까?, 필요가 없다면 폐지되지 않고 지금까지 왜 존속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에 작년부터 조금씩 파생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었다. 파생상품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기준 생각보다 파생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교재나 텍스트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요즘 유튜브나 동영상 유료 강의 채널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파생을 전문적으로 다룬 채널은 없었다. 영상 쪽도 그런데 책은 어떻겠는가?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역사적인 내용만 다루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신간으로 출간된 파생 관련 도서라서 무척 관심이 갔다.

완독하면서 느낀 점은, 파생은 확실히 어렵다. 현물은 포지션 보유에 대해서 홀딩과 청산 두 가지 관점만 생각하면 된다. 파생은 다르다 선물과 옵션은 만기가 있기에 이 부분에 따라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시간이 정해진 게임이기에 현물보다 매매는 까다롭고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긴 하다. 시간이 무제한인 현물 투자도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파생은 매매할 대상과 더불어 시간을 고려하며 매매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방향도 중요하다. 어느 포지션을 잡느냐, 현물 주식은 상방인 롱을 추종하는 매매다. 반면 파생은 롱과 숏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숏이었다. 현물을 매매하다 물리면 손절을 해야 하는데, 이때 반대 포지션을 잡아버리면 그 손실폭을 상쇄할 수 있고 역으로 수익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책은 총 3가지 파트로 나눠져있다. 선물과 옵션, 그리고 파생펀드다. 각 장에는 각 자산 군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과 이를 활용한 헤징전략 등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선물에서는 베이시스에 대한 개념과 기관 금융투자의 ETF 거래 구조, 주식선물을 활용한 전략 등등이 도움이 됐다. 사람들은 수급 창구만 보고 외국인의 선물 방향을 바탕으로 지수를 쉽게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좀 더 디테일하게 체크할 요소들도 서술됐다. 옵션의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 알려진 커버드콜 전략에 대해서 자세하게 고찰하고 있다. 마지막 장은 인덱스 지수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부분이 나와있다. 한 권의 책으로 복잡한 파생의 영역을 모두(?) 마스터할 순 없다. 하지만 파생에 대한 개념과 기본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매매 경험이 쌓인 분들은 읽어본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고 나면 현물을 매매할 때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는지, 포트에 헤지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그리고 파생을 매매하지 않더라도 금융투자의 ETF 매매 구조와 헤지에 대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생에 대한 당부의 말씀. 파생이 위험한 이유는 레버리지율이 높고 거래하는 금액의 규모가 현물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욕망이 절제되지 않거나 비중 조절을 못하는 분들은 파생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 파생은 현물 매매를 헤지 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이 취지를 잊지 않고 자산에 헤지를 목적으로 비중을 조절하여 매매한다면, 자산 포트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큰돈을 굴리는 기관이나 외인들은 실제로 파생으로 리스크를 대비하기도 하니까. 모든 금융상품이 존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파생도 마찬가지다. 남의 말을 듣고 무턱대고 위험하고 좋지 않다고 매도하진 말자.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몰라서 위험하다고 하는 분들이 많고, 개념이 복잡하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한 점 있겠고, 실제 매매의 난도도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 비중을 조절하고 경험을 하면서 익숙해진다면 하나의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단정하지 말고, 열려 있는 사고로 생각하자. 매매를 하지 않아도 좋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지식이다. 파생을 다룬 책을 만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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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주 투자 수익의 정석 - 20년간 연간손실 0원, 국가대표 프랍 트레이더의 완벽한 ‘손익비’ 전략
김진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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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포함한 여러 금융상품을 트레이딩 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효한 전략 중 하나는 추세추종이다. 과거에는 트레이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만 알았다면 2차전지 에코프로의 광기를 시작으로 추세추종 전략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추세추종을 다루는 외국의 원서 명저들도 발간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추세추종에 대해 연구한 책들이 나오고 있었다. 나 역시도 짧은 호흡으로만 트레이딩 하다가 몇 년 전부터는 추세추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주요 매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책을 쓴 저자는 프랍 트레이더 출신인데, 프랍은 쉽게 말해서 증권사의 자산으로 트레이딩 하여 성과를 내는 트레이더다. 그렇다 보니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프랍들은 여러 상품들을 매매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주식을 포함, 채권과 파생상품 등등 매매할 수 있는 모든 상품군을 다룬다. 저자는 변동성이 강한 주식을 중점으로 트레이딩 했는데, 큰 자산 규모로 20년 가까이 프랍을 손실 없이 수행했다는 이력만으로도 실력은 검증됐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유튜버로 진출하셨는데 초보들 사이에서는 주식왕 찐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 같다.

경력이나 이력, 이런 부분은 검증됐고 책의 내용은 어떤가? 매매를 하는 입장에서 냉정하게 말해보면 이 책은 추세추종과 더불어 트레이딩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담고 있는 명저다. 기존의 추세추종을 다루는 책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흔히 추세추종을 떠올리면 기술적 분석에 입각한 매매기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나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추세추종은 기술적 매매 테크닉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추세추종이라는 이론은 미국에서 형성되었고 만들어진 기법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의 추세추종 고전들은 대체로 차트와 기술적인 진입과 청산, 이런 부분에만 집중한다.

니콜라스다바스는 기초적인 추세추종 개념과 펀더멘탈을 더하여, 테크노 펀더멘탈리스트라는 매매법을 창시했다. 이후 전설적인 트레이더인 제시 리버모어는 추세추종에서 펀더의 개념보단 가격 측면과 주가의 추세,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했다. 스탠 와인스타인은 추세추종 이론에서 차트에 집중한 대가였고, 윌리엄 오닐은 선배들의 이론들을 모두 집대성하여 기술적인 패턴과 펀더멘탈에 표준화된 모델을 도출하였다. 그게 바로 유명한 캔슬림이다. 최근 각광받는 미너비니는 오닐의 이론에 차트적으로는 VCP라는 변동성 축소 패턴을 발전시켰으며, 특히 비중과 손익비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했다.

국내에서도 추세추종에 관련된 책들이 나왔는데 가장 먼저 나온 책은 《돌파매매전략》으로 순수하게 기술적인 측면만을 고려하고 있다. 이후 주목할 만한 책은 깡토님의 책인데, 이 책에서는 니콜라스다바스의 정신을 계승하여 펀더와 기술적인 진입과 청산, 그리고 비중과 손익비에 대한 고찰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듯 추세추종이라는 하나의 매매법을 두고 비교적 최근, 고전과 명저들이 쏙쏙 출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다른 추세추종 책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특징은 이 책에서는 추세추종을 그저 기술적 테크닉으로 대하지 않고 철학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추세추종을 그저 기술적 테크닉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추세를 추종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으로 강한 주식의 진입과 청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포함한 자산 군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총체적인 시각의 기준을 의미한다. 단순히 강한 주식을 추세가 좋다고 덥석 무는 것이 아니다. 특정 종목이나 섹터를 포함하여 금융 사이클에는 추세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추세를 판별하며 매매를 결정하는데, 거시적인 경제를 파악하고 점차 미시적인 섹터와 종목군의 추세로 나아간다. 전형적인 탑다운 투자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들어보면 결국 다른 추세추종 책과 뭐가 다를 게 없는 데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책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고 있으니까.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는 숲이라고 할 수 있는 매크로의 추세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트레이더나 인베스터들 사이에서도 매크로에 대한 부분은 의견을 같이한다. 트레이더의 경우 매매에 따라서 갈리겠지만 개별 모멘텀에 집중하는 분들이라면 매크로보다 강력한 재료의 섹터를 매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매크로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트레이더들도 있다. 인베스터들은 어떨까? 이분들은 당연히 바텀업이 기본이기에 매크로보다는 개별 기업의 시나리오에 집중한다. 매크로에 악재가 있더라도 기업에 문제가 없다면 변동성이 생기는 부분을 기쁜(?) 마음으로 견딘다.

매크로에 대해서는 말이 많은데, 팩트는 기본적인 지표나 흐름 정도는 볼 줄 알아야 한다. 매크로가 덜 중요하다고 해서 미국의 금리 흐름이나 CPI, 고용지표 등등을 확인하지 않으며 투자할 순 없다. 매크로를 보는 이유는 매크로 지표를 토대로 미래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어떤지 살피기 위해서다. 앞서 말했듯 저자의 철학 중 하나, 모든 금융상품은 추세가 있다. 매크로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투자를 하기에 좋은 추세인지 나쁜 추세인지 그 흐름을 보고 투자판단을 하기 위해서 매크로를 보는 것이지 경제가 좋을 것이나 나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 위해서 매크로를 보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주식 프랍 트레이더였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주식과 관련된 내용만 담았다. 즉 방대한 매크로 지식 중에서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추세와 흐름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매크로 지표들만 선별해서 설명하고 있다. 책을 보면서 내가 몰랐던 부분,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배울 수 있었다. 데이 트레이더가 아니라면 매일같이 장을 볼 필요가 없다. 바람직한 추세추종 트레이더라면 장이 좋을 때에 좋은 주도주에 비중을 실어서 추세를 길게 타며 매매를 하고, 장이 좋지 않을 때에는 비중을 축소하거나 매매를 하지 않아야 한다.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장세에 따라 매매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에 매크로의 추세는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주도주라는 용어. 저자가 말하는 주도주는 그저 등락률이 높은 급등주와는 결이 다르다. 주도주는 그 시장의 사이클을 최종적으로 이끄는 주식이다. 그런 추세가 살아있는 좋은 주식을 선별해서 강하게 형성된 추세를 최대한 길게 먹어야 한다.

책을 보면서 숲을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저자의 필력도 상당했다. 군더더기 없으면서 명료한 서술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글이지만 매매를 많이 해 본 경험이 녹아있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트레이더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고 관념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고 되새긴 시간이었다. 주식 공부 책으로는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추세추종 트레이딩의 철학이나 기본, 그리고 매크로의 추세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부분을 고찰한 주도주 추세추종 도서가 발간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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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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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은 망망대해와 같다. 범주도 장르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방대한 동양철학의 사상 가운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됐던 사상은 병가와 법가, 도가다. 병가와 법가, 두 사상은 도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이 무슨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사상은 병가와 법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법가와 병가는 치고 올라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극단성이 돋보이는 법가보단, 융통적인 병가의 방법을 더 선호한다. 도가는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필요한 사상이다. 욕심과 마음을 비우면서 얻는 방법에 대하여 풀어내고 있다. 투자를 하면서도 병가의 사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도가의 책들을 탐독하고 있다. 도가에는 이름이 알려진 책들이 여럿 있는데 사상을 대표하는 책은 두 권이다. 하나는 《노자》고 또 하나는 지금 리뷰할 《장자》다.

도가는 이 두 책의 앞자리를 빌려 '노장사상'이라고도 불린다. 유가를 공맹사상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두 책은 도가에 있어 중요하고 상징적인 경전이다. 어릴 때부터 《노자》는 많이 읽고 리뷰도 많이 남겼다. 그러나 《장자》는 몇 번 읽었어도 글을 남긴 적은 드물었다. 철없는 시절, 《장자》는 현실성이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집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도가의 중요한 책인 만큼 읽긴 읽어야겠는데 설렁설렁 읽었고 그랬으니 남는 것이 없었다. 이번에 최진석 교수가 장자에 대한 해설서를 펴냈다. 덕분에 해설서와 더불어 《장자》를 함께 읽었다. 투자를 시작하면서, 인문학 책을 최대한 멀리하고자 노력했다. 간혹 역사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지만 이번 책은 리뷰를 남기고 싶었다. 인문서 특히 철학서를 오랜만에 리뷰하는데 그 서막이 《장자》라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 그만큼 이번 《장자》 회독은 나에게 있어 커다란 울림을 준 시간이었다.

도가사상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장 오해가 많은 사상이기도 하다. 도가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분들은 지엽적인 현학으로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노자》의 경우, 특정 경구에 얽매여 자기의 해석이 옳다고 갑론을박하는 경우가 많다. 《노자》는 현학적인 책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읽어본 바로는 그렇다. 이전 서평에서도 강조했지만 《노자》를 필두로 한 춘추시대 초기 제자백가 사상의 핵심은 정치학이다. 정치. 위정자를 위한 학문이다. 이것은 동시대에 나온 《논어》나 《묵자》도 비슷하다. 《논어》는 인이라는 개념을 필두로 하여, 주나라 왕실의 형식과 제도의 부활을 희망했다. 형식과 제도는 예로 고착화되었다. 《묵자》는 비공주의였다. 노동자 출신인 묵적은 겸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하여 기존의 기득권적, 계층적 통치제도에 불씨를 지폈다. 《노자》도 정치를 논했다. 공자와 묵적이 인간의 내면에서 정치이론의 이데올로기를 발견했다면 노자는 인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답을 찾았다. 자연과 물체의 모습을 통하여 노자는 인위적인 행동보단 환경을 참고하여 억지스러움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하면 통치가 잘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춘추시대 이후 전국시대에 접어들면서 중원은 더욱 각박해진다. 주나라의 천자가 없어지고 제후국들은 서로 하늘이 되기 위해 경쟁을 가속한다. 이 시대의 지식인들은 혼탁한 막장의 시대를 타개하기 위해 자신들의 사상과 이념을 한층 강화한다. 맹자는 공자의 틀을 강화하기 위해 사람의 인성에 집중하여 더욱 공격적인 논리로 무장한다. 법가 사상가들은 도가의 이론을 토대로 냉혹한 법가철학을 완성한다. 묵적의 겸애는 권력을 강화하려는 지도자의 입맛이나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시대적인 상황과 맞지 않아 쇠퇴하고 만다. 이런 과정에서 《장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 도가는 법가에도 영향을 줬고, 일부 유학자(순자)에게도 영향을 줬다. 《장자》도 도가를 계승하고 있다. 그런데 여느 다른 제자백가와는 다르게 표면적으로는 극단적인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동시대 철학자인 맹자나 한비처럼 과격하지 않다. 그 부분이 두드러졌다.

《장자》는 우화로 구성됐다. 저자 최진석의 해설을 들어보자. 대부분의 철학은 개념에서 시작된다. 개념이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범위를 정해서 소유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영어나 독일어, 한자에서도 개념이라는 단어를 분석하면 소유의 의미가 들어있다. 개념이라는 것은 일상의 명제 속에서 보편적인 측면에 무게를 둔다. 고유의 유니크한 속성들 가운데에서 비슷한 범주들을 묶어서 공통된 속성을 뽑아낸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일반명사'다. 소유를 토대로 한 공통의 가치, 공통의 속성을 뜻한다. 철학은 보통 일반명사를 탐구하고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장자》의 스탠스는 이와는 다르다. 《장자》는 철저하게 고유명사를 추구하고 있다. 고유명사는 유니크하다. 일반명사와는 구분이 된다. '산'은 일반명사다. '지리산'은 고유명사다. 지리산은 일반명사인 산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고유한 특이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자》가 추구하는 것은 나다움의 방법과 길을 추구한다. 이것은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자》는 궁극적으로 나다움의 방법, 나다움의 인생, 나다움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과격하고 직설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우화로 은근하게 표현한다.

《장자》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대체로 허무맹랑하다. 듣고 있으면 뜬구름 잡는 소리도 많다. 대부분의 경전의 첫 구절은 그 경전의 성격을 대변한다. 《장자》도 마찬가지다. 책의 첫 구절 소요유에서는 바다에 큰 물고기가 있는데 변해서 새가 된다고 한다. 그 새가 날아오면 엄청 거대하다고 한다. 그 새는 천지를 날아다닌다. 첫 이야기에서부터 스케일이 엄청 거대하다. 어찌 보면 허무맹랑해 보이는 내용을 왜 첫 구절에 배치한 것일까? 《장자》 원전을 읽고 최진석의 해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 구절은 《장자》라는 경전의 정신세계의 넓이를 상징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웅혼하고 역동적인 느낌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희화화된 우화로 은근하게 표현하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예전에 《장자》를 읽으며 허무맹랑한 탈세속주의자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당시 지식인들은 혼란한 정국에서 자신의 철학을 써 줄 군주를 찾아 유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장자는 실력이 있는 지식인이었고 그랬기에 쟁쟁한 군주들이 그를 탐냈다. 보통의 철학자들은 입신을 위해 자신의 학문을 연마했다. 이는 오늘날 공부를 하는 이유와도 유사하다. 이 시대 지식인들, 제자백가의 학문 활동은 취직과 입신을 목표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고 이런 흐름이 시대적 '일반명사'라고 규정해도 될 것이다. 장자는 달랐다. 쟁쟁한 군주들의 러브콜에 일갈한다. 자신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고, 세속에 가는 것보다 하층에 있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문을 연마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일갈한다. 그의 행위는 보편성을 벗어난 '고유명사'다. 다른 지식인이 자기의 철학으로 나라를 어떻게 통일시킬지 고민할 때 장자는 반대의 행적을 걸었다. 그랬기에 과거의 나는 장자의 표면적인 모습을 보고 탈세속주의, 불교와 사상이 맞닿아있다고 쉽게 판단했다.

그렇지 않다. 세속이냐 비세속이냐가 핵심이 아니고 나다운 길을 걸어가는 것이 핵심이었다. 장자에게 있어 세속적인 학문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법한 대학자, 시대의 현인이었지만 자신의 신념이 정치에 뜻이 없었기에 그 길을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인생을 유유자적 노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치열했다.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삶도 치열하게 살았다. 《장자》에서 보이는 웅혼한 스케일은 그의 내면의 깊이를 상징한다. 《장자》에서 보이는 역동적인 분위기는 그의 의지를 대변한다. 세속이냐 탈세속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뜻이 세속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가 세속에서의 뜻을 추구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억지로 분위기에 따라 세속적인 인간이 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신념과 나다움이 중요하다. 《장자》는 그런 저자의 생각을 은근하게 우화로 표현하고 있다. 우화로 표현하는 것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또 다르다. 은근하고 완곡하게,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하면서 독자들에게 여운과 여지를 남긴다. 이런 표현 방법도 도가의 은유성과 닮았다.

나이가 들면서 둥글고 완곡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장자》가 다루는 내용은 잘 못 전달했다간 무겁고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나답게 살 것을 주장하는 내용. 크고 역동적인 정신세계를 무겁지 않게 말랑하게 우화로 전달하는 것에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저자의 풀이 덕분에 《장자》에 대해서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충 읽었던 동양고전 책들, 《맹자》와 《순자》, 《여씨춘주》 등등의 책들도 자세하게 다시 읽고 서평을 남기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오래간만에 읽었던 동양고전 해설서. 《장자》라는 책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고전의 격에 맞는 해설도 좋았다. 덕분에 나다움에 대해서, 나의 삶의 깊이와 실력에 대해서 고민해 본 유익한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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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스 포커 (완역본) - 월스트리트 천재들의 투자 게임, 《빅 쇼트》 작가의 대표작!
마이클 루이스 지음, 장진영 옮김 / 이레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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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어렵게 다가오는 점은 현시대와 비교해서 시공간적인 배경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많은 학설과 이론들은 대부분 사라진다. 현시대에는 통용될지도 모르지만 역사의 물줄기 속에서는 보편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고전은 살아남은 책이다. 무수히 다른 배경들 속에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이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모든 고전은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 전해지는 고전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취향에 맞는 책이거나, 끌리는 책이라면 시공간적인 배경이 불편하더라도 참고 읽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라이어스 포커》가 그랬다. 이 책은 1980년대의 월스트리트 트레이딩 룸을 배경으로 한다. 주식이 아닌 채권 트레이더들의 이야기다. 실제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인데, 기관 트레이더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주식이 아닌 채권 이야기라서,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라서 별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책의 제목 라이어스 포커라는 의미처럼 트레이딩을 완성하는 것은 심리다. 자신의 패를 숨기고 태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얼핏 보면 주식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좋게 생각하고 진입한 주식이 아니라면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감정대로 행동하면 이미 게임은 진 것이다. 파생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정한 방향이 아니라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주식의 경우 물리더라도 매도를 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지만 (물론 평가손익의 피해는 높아진다.), 파생의 경우 다른 방향에 베팅을 할 경우 때에 따라서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시장에 머물다 보면 기회는 온다는 점이다. 책의 시간적인 배경, 폴 볼커의 금리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채권은 엄청난 수혜를 입기 시작했다. 저자 역시 이런 시류에 합류하여 그야말로 때 돈을 벌기 시작한다. 탐욕의 구간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들이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트레이더는 돈 냄새를 빨리 맡고 시류 초입에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트레이더는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회사인 살로먼이 기존의 관성에 젖을 무렵, 미국의 회사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크본드 시장이 흥행할 무렵,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살로먼은 대량해고를 단행했고 저자 역시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 시장은 늘 신선한 재료를 갈구하는 것처럼, 트레이더들 역시 시장의 변화를 잘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트레이딩에 있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교훈을 전하고 있다. 심리가 중요하다. 돈 냄새를 빠르게 맡아야 한다. 변화에 빠르게 순응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필름에서 내가 읽은 교훈은 이와 같았다. 이야기 형식이라서 부담 없이 읽을 순 있지만, 옛날 배경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딩에 대한 보편적인 교훈을 담고 있는 고전이다. 조던 벨포트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비슷하다. 조던 벨포트의 책이 불닭볶음면과 같이 매우 자극적이라면 이 책은 신라면 정도의 수위인 것 같다. 두 책 모두 과거 월가의 실상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명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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