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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책이었다.  

도시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필수 불가결의 장소이나, 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한 점은 솔직히 드물었던 것 같다. 저자는 데이비드 하비라는 마르크스 주의의 지리학자다. 지리학자지만 숱한 사회학서들을 냈었고, 이번 저작인 <반란의 도시>는 그의 영역인 지리학과 사회학이 합쳐진 부분도 보였다.

 

도시라는 장소는 사실, 근대와 현대가 이룩한 가장 발전된 문명의 상징이다. 물론 그 이전 세대에도 발달된 도시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급격한 사회 변동과 더불어, 기계화되고 고층의 빌딩이 들어서고, 도로가 정비되고, 각종 문화 시설 센터가 등장하는 부분 등은 어느새 우리의 가치관에서 도시의 우열적 척도를 가리게 됐고, 현대화가 더 많이 진행된 도시일수록 우리는 그 도시를 더더욱이나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동경하고 있었다.

 

 지방 태생인 나는 운이 좋게도, 이모들의 생활권이 서울이라서, 어릴 때부터 서울과 지방의 문화를 모두 경험하면서 살았었다. 내 고향 역시도 사실 한국에서는 대도시나 다름없는 곳인데도, 서울 사람들의 눈에는 지방 사람들을 모두 싸잡아 '시골'이라고 지칭하고 있었고, 그 '시골 사람'들은 그런 서울이라는 공간을 대부분 무비판적으로 동경하고 서울의 삶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양상은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일수록 더더욱 심해진다. 우리 전 세대에서 농촌에서 성공하려면 도시로 나가야 한다는 가치관이 낳은 것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무조건적인 동경, 무조건적인 우열론에 입각해 도시를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도시의 권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었다. 다른 사회 현상에 비해서는 비판의 여론이 많았고 우리의 현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주장도 많이 제기됐지만, 그런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는 정치적인 부분이나 경제적인 부분, 사회적 계층화된 부분 등에 국한됐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는 도시라는 생활 공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올바른 권리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하비는 지금의 도시는 자본을 옹호하는 체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에 대한 근거로, 여러 부동산 데이터를 비롯해, 여러 자료들을 검토하고 인용하고 있었다. 주류 경제학인 신자유주의에 모순을 비판하며, 결국 도시는 자본가들을 위한 착취의 대상이라고 고찰하고 있었다. 결국 도시화가 진행되고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지대는 높아지고, 그럴수록 도시에 거주하던 빈민층은 교외로 몰려나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예시를 들면서 한국 역시도 예시로 고찰하는데 다음과 같다.

 

"1980~90년대 서울에서도 건설회사와 토지개발업자가 험상궂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달동네 주택을 대형 해머로 때려 부수고 주민을 몰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5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이 거주하던 고지대 토지가 1990년대에 이르러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현대 고지대는 온통 고층건물로 뒤덮여 있어 과거 야만적인 재개발 과정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이 구절을 보면서,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내리는 지하철역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고층 지대에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게 보인다. 한눈에 척 봐도, 부유층의 동네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지하철역을 지나 오거리에 도착한다. 오거리를 지나면 고층 지대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화려한 '도시스러운 모습'이 나타난다. 오거리를 지나 빌라촌을 이루고 있는 xx 빌리지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아예 입구부터 경비가 서 있다. 한강이 보이는 그 빌라촌은 연예인을 비롯한 여러 재계 인사들이 사는 곳이다. 같은 동에서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특히 이 빌라촌을 산책하다 놀란 점이 있었다. 비싼 빌라처럼 보였는데, 관리인만 있고 집은 텅 비었기 때문에, 나는 관리인에게 물어봤었다. '분양을 하지 않나요?'라고 묻자 관리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지금은 아무도 안 들어오지, 이러다 헐값에 내놓으면, 가진 사람들이 이때다 해서 분양을 해서 랜트를 하거나 하는 거지, 그래도 안 들어오면, 집을 그냥 부수고, 새로 지어서 분양을 다시 하기도 해.'

 

확실히 그 빌라촌을 산책하다 보면 '멀쩡한' 집을 때려부수고, 새 집을 만드는 경우도 눈에 들어왔다. 돈이 돈을 낳고 있었다. 물론 자본주의 체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확실히 생각을 해 볼 여지는 있었다. 한 쪽은 빼앗기다시피 주거지가 공사되는데... 책을 보고 지하철을 내릴 때마다, 고층 지대가 언젠가는 저런 식으로 되풀이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또 떠올랐던 것이 몇 달 전 sbs에서 했던 <최후의 권력>이 떠올랐다. 특히나 4부인 금권천하 편에서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도시 계획이 떠올랐다. 이 편에서 다루는 것은 미국의 의료보험과 미국 사회의 교육 문제를 다루는데, 특히 미국의 교육 문제를 다룬 편이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유 없고 무분별하게 공립 학교들을 대폭 줄여버리고, 갑작스럽게 학교를 잃은 아이들의 눈물, 그 이면에는 사교육을 진흥시키고, 특권 사학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육 엘리트들의 주연 파티가 있었으며(알렉이라고 불리는 조직), 그들의 내면에는 주지사가 있었다.

 

우리가 동경하고 따라 하기 급급한 미국, 자본주의의 정점을 달리고 있는 미국은 그렇게 돈이 좌지우지하고, 특권의 계층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돈이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은 특권층을 옹호하게 된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의 이면에는 이러한 가치가 없다고 할 순 없겠다. 비단 우리 서울을 비롯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대도시들만 봐도 이런 경향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봤다면, <최후의 권력> 금권 천하 편을 꼭 보길 권장한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도시의 속성은 결국 착취의 대상, 신자본주의의 모순적인 모습을 정당화하는 특권 엘리트만의 공간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의 주제는 이것이다. 도시의 개념에 대한 논의와, 도시의 공간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 권리는 어떤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주제로 하비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와, 생각을 이 책에 풀어놓고 있다. 그런 주장의 내용에서 도시의 기능 속에 숨겨진 신자본주의의 모순점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같은 좌파 사상을 옹호만 하는가? 아니었다. 마르크스주의자이긴 하지만, 하비는 기존의 좌파 세력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었다.

 

사회학이란 학문은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사실, 중도적인 관점을 취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따라서 자신이 목표한 결과에 따라서 자료를 취사선택하여, 자신이 유리한 자료만을 내세워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기에 가장 최적의 학문이 사회학이다.

 

 기존의 미국을 필두로 한 신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자신들이 신봉하는 그 이념의 정당화를 위해, 객관적이지 않은 편파적 자료를 가지고 자본주의를 옹호하여 왔었다. 실제로 마르크스의 사상은 현실적으로 실패했지만, 그러나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모든 제도는 완벽할 수 없다. 그것은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모순을 최소화하여서 발전시켜야 한다.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편파적인 눈 가리고 아옹 식의 주의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문제 제기를 함께 모색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굉장히 의의가 있는 책이다. 무비판적인 동경, 문명의 꽃이라 불리는 도시에 대한 환상을 깨고, 이면에 숨겨진 도시에 가치와, 도시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고, 주류 경제학이 외면하려 했었던 자본주의의 모순점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공유지에 대한 부분을 비롯하여 지대와 문화활동, 전반적인 도시에 대한 부분을 하비는 그만의 생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의아스러운 점은 아무튼 하비는 마지막에 도시에 대한 권리를 촉구하며, 실천적 '반란'을 권고하고 있는데...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이 전의 차분한 실증과 논증의 분위기가 아닌 다소 격양된 어조로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반란에 대해서는 솔직히 좀 현실성이 없어 보이긴 했다. 어쨌든 이 책은 자본주의를 돌아보게 만든 책임은 맞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서울 만능주의의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이 문화와 여러 가치들이 집중된 도시임에는 맞다. 그 친구들이 보이는 눈에는 63 빌딩이 발전의 상징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돈이 없으면 서울에서의 삶은 낭만적이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라고 빛나고 가치 있어 보이는 도시의 이면은 그렇다. 자본이 없다면, 농촌 촌부보다도 더 고된 삶이 기다리고 있는 곳, 그것이 바로 도시화의 정점을 찍고 있는 서울의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도시화된 도시의 환상적인 시선을 걷어내고, 현실적으로 도시의 속성을 바라볼 때다. 도시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자본의 논리에 너무나도 충실한 것이 도시니까,

 

서두에서 예시를 든 파리의 레알 지구, 파리를 갔을 때, 다른 부분은 이질감이 들었다. 대도시인데도 앤티크 한 건물들이 많았고 그런 부분에서 문화의 차이를 경험했다, 그러나 파리의 중심지 구인 레알 지구를 갔을 때, 그 모던한 현대화된 건물의 친숙함. 주변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공간. 거기서 느껴지는 안도감과 동질감 그것은 어쩌면 나 역시도 무의식적으로 현대 도시화의 가치에 물들여있다는 것이었고, 나 역시도 자본주의가 빚어낸 도시의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란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하비의 이 책은 굉장히 화두를 많이 던져줬었다. 원래 이 책은 하비가 앙리 르페브르의 저서를 보며, 그의 도시 논의를 확장하여 쓴 책이다.(무조건적인 수용이라기보단 비판적인 수용이다.) 어쨌든, 책은 굉장히 실증적인 데이터와 자료를 가지고 조리 있게 잘 써졌으나 마지막 부분이 다소 용두사미가 보여서 아쉬웠다.

 

우리의 도시는 왜 만들어졌는가? 우리의 편의를 위해 필수불가결적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그런 도시는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누군가의 공간'이 아닌 '모두의' 공간이여야만 한다. 그게 도시가 존재하는 목적이다. 그 가치에 대해 우리는 지금까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도시'에 대해서 올바른 권리와, 지향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진정한 도시의 '가치'에 대해서 깊은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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