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방민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서울문학기행 - 서울 도심을 문학으로 여행하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113833
문학은 고등학교 문학시간과 수능을 준비하며 지문으로 읽거나 배웠던 것이 전부인 나에게 이 책은 문학을, 작가를, 그리고 서울 도심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좀더 문학 소녀였더라면 더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했으리라는 점은 아쉬었지만, 그래도 나름 문학과 작품의 재미를 맛보게 해주었다. 이 책의 저자인 박민호 교수님의 글은 편하면서도 작품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해주는 분이었고, 문학에 대한 안목과 깊이, 사랑은 감히 내가 논할 수 없을 만큼 깊이 있음을 책 전반을 통해 전달받기가 충분했다.
이상, 윤동주, 이광수, 박태원, 임화, 박인환, 김수영, 손창섭, 이호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과 작품의 배경이되었거나 작가가 기반을 두었던 서울의 여러 장소들, 우리가 밟고 살아가는 서울 곳곳의 그 안에서 문학을 풀어내주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문학으로 서울 도심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전달해주며, 심지어 생생하게 머릿속으로 그 풍경이 그려져 내가 작품안에, 작가 근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흔하게 그냥 지나쳐오던 남대문이건 지금의 신세계백화점(이전의 미쓰코시백화점 터)이건, 경복궁역 근처의 금천교건, 종로타워빌딩의 종각역 주면이건, 낙산공원과 숭인공원 등의 장소가 보다 친근하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의 이전의 역사와 삶과 생존의 터전으로써 어떤 의미를 거치며 내려왔는가 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기도 했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인 나로써야 이 책 속 문학작품들과 작가들의 삶을 서울 곳곳에서 다시금 내 스스로 정보를 불러내어 떠올리고 기억할만한 능력은 안되지만, 그래도.. 뭐랄까.. 일제시대, 1920-30년대, 해방 전후, 그리고 2000년 대까지 거슬러 내려오며 변화된 서울이라는 곳에서 여러 작가들이 작가로써 자신과 작품에 대한 정체성들을 고민하고 문학에 반영해낸 그 시대의 모습들을, 사회적 변동기, 같은 땅을 밟고 서 있었을 과거의 작가들과 같이 숨쉬고 있었음 정도는 떠오를 것 같다.
이상의 '날개'만큼 이해안가는 소설도 없었건만, 문학 시간에 배운 작품 해설보다 이 책의 해설이 몇백배 더 의미있었고 무슨 의미인지, 작가의 어떤 생각들이 담겨여 있는지 소설에 담긴 알레고리와 미셀포코가 말한 파놉티콘을 이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왜 교과서는 이렇게 재미있지 못했을까? 차라리 정말 우리나라 교육 제도 안에서는(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고등학교 공부는 이런 책들로 대신하는게 훨씬 재미있으리라.
창씨개명을 앞두고 윤동주가 쓴 '참회록' 안에 담긴 자아성찰을 알게 되었고, 이광수의 '향산광란'으로 한 창씨개명하며 위장한 내용, 자신의 모습을 소설과 구보시의 일일에 담아낸 박태원, 종로를 배경으로 한 시를 여러번 쓸 수 밖에 없었던 임화, 김수영과 박인환 사이의 문학사적 의미들, 김수영의 '풀'을 이 책에서 다시 진정으로 읽게 되었고, 저자가 손창섭이라는 작가를 다시금 되돌아봐야함을 언급한 내용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6.25 전후 서울로 상경한 여성들의 삶이 담겨진 '서울은 만원'이라는 작품도, 박완서 선생님의 나목에서 드러난 전쟁폐허의 일상도..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들이 아닐까 싶었다.
문학을 이 책처럼 잘 풀어내준 책이라면 다독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