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
김지영 지음 / 푸른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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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지영 수필집 -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


 

수필집이 이렇게 따뜻하고, 소설보다 재미있고, 자기계발서보다 마음의 울림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며, 내가 독서에 관해 느끼는 건.. 다양한 분야, 장르의 책을 읽게 되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단단하게 여물어간다는 느낌이다. 20대에는 자기계발서나 소설, 역사서에 빠져있었다면, 30대를 넘어선 요즘은 수필집이나 그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 인생과 죽음에 관한 책들도 찾아 읽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아마도 서점서 드물게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보물'같은 책이었다. 이 책은 미묘한 매력(?)을 가진 수필집이기도 했다. 수필이 소설보다 재밌고, 잘 쓰여질 수 있음에..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멋진 글로 탄생시킬 수 있는 저자의 글쓰기 내공도.. 내 두배의 인생을 살아간 그의 세월이 빚어낸 것인지, 아니면 작가는 타고나는 유전자인지.. 어쨌거나, 내 마음에 쏙 들어온 수필집이다.


정확한 저자의 나이는 모르겠지만, 60대, 70대 정도 인듯 싶다. 우리 부모님 시대.. 나는 그분들의 나이쯤이 되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많이 했다. 나보다 인생을 더 먼저 경험한 사람의 수필집은 나에게 자기계발서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다. 설명하기 조금 어려우나, 나와는 상관없는 그 먼 옛날 과거의 이야기, 타인의 이야기, 나와 다른 연배의 작가의 자기 이야기가.. 오히려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다니.. 이런게, 책을 만나는 운명인가 보다. 나에게 들어오는 책, 나에게 영향을 주는 책.. 


부모님께 선물해드린다면, 그 분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추억을 불러 일으키며, 가족, 인생, 추억, 살아감, 나이듦에 대해 저자와 교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서평을 달기에 민망하지만.. 내가 뭐 그리 글쓰기에 대해 안다고 '수필이 참 잘 쓰였더라'라고 건방지게 말할 계제도 아니지만... 저자의 글쓰기는 사람 마음을 데워주고, 그만의 맛깔남이 담겨있어서 전혀 다른 세대의 내가 읽어도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시 같기도 한 글들, 수필 안에 인용된 여러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그 시대 저자가 어린시절 경험했던 그 작은 시골마을 이야기와, 아버지를 돌 무렵 잃은 뒤 아버지가 부재한 삶을 살아온 삶도 애잔했고, 시골 소의 걸음 거리에서 현대사회의 속도에 관한 사색적 글도 참 좋았다. 저자가 속한 무클럽(무욕) 소개는..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도 그 나이때쯤이면 인생을 보다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면 지금부터 조금은 더 여유럽게 살자는 생각도 해보고, '봉막캌'이 봉지 막걸리 칵테일의 줄임말임을 처음 알았고;;; 저자가 69학번 오달(오타의 달인)이라는 내용은.. 정말이지 까마득한 고조선 시대의 학번을 가진 사람임에 놀라기도 하고, 그가 말하는 '배우고, 사랑하고, 일하자'는 인생신념에 공감하며, 미국 생활, 종종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느낀 단상을 접하면서 참 친근한 '나만의 수필집' 목록에 올려두게 되었다.


그가 자신의 유년시절 속 우리나라 시골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보편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더 아스라히 글로 그려낼 수 있었음은, 아마 역설적이게도 저자가 미국에서 타지생활을 했기에 더 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정작 잘 생각해보지 않았을 이야기를 보따리 풀어 내어 우리를 감수성에 폭 빠지게 해준다. 책 중간 중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책을 읽는데 또 하나의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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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12-2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좋아한다면서 편식하는 모순꾼인 제가 가장 홀대하는 장르가 시와 수필인데, 님의 리뷰를 읽으니 마음의 문제이군요. 보물을 보물로 알아보는 눈...겸손한 마음가짐이 좋은 글을 더 빛나게 해주시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