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그리다 - 예술에 담긴 죽음의 여러 모습, 모순들
이연식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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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도서 제공받음

이 책은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죽음'을 주제로 한 여러 그림을 나름의 소주제로 세분화하여 분류한 후 저자의 해설을 곁들여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림 각 장면의 배경이나 도구, 상징물에 대한 의미에 대해 풀어주기도 하고, 
그림 외적인 요소, 화가가 그 그림을 그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어땠는지, 개인적인 상황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다루기도 합니다. 
같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화가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그림들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한 가지 사건에 대한 동시대인의 관점/해석의 변화를 깨닫게 됩니다.

'죽음'이란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산 사람들에게 있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보니, 
이 책에서 다룬 그림(혹은 조각상)의 대부분은 색채가 어두운 편입니다.
자칫하면 우울함에 빠지게 될 소지가 다분한 주제인데, 
저자가 자신의 관점 뿐 아니라 각종 문헌, 종교 등 하나의 그림에 대해서도 여러 관점의 해석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균형을 잘 잡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주제로 한 각 작품들을 보며,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때로는 몇마디 글보다는 한 장의 그림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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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의 세계 - 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
이순칠 지음 / 해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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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도서 제공받아 읽어봄

이 책의 최대 단점이자 진입장벽은 '퀀텀의 세계'라는, 일반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야같아 보이는 책 제목입니다.
양자물리학, 양자컴퓨터, 뭔가 중요해보이긴 하는데 솔직히 읽을 엄두는 안나고... 책장을 차마 펼치기가 두렵기까지 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일단 처음 첫장 열어서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
저자가 제1장 챕터명에서부터,  "양자역학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라는 걸 수 회씩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정상이니 이해한 후에 지식을 집어넣으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한 내용 그대로 믿고 따라 가면 됩니다.

이 책 내용을 시인인 저자의 아내분이 같이 감수(?)를 해주셨다는데,
그 덕분에 물리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일반인 독자1도 큰 무리 없이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가끔씩 뭔가 깊이있는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은 타이밍이 있는데, 
저자는 이 때마다 한 번씩 끊어줍니다.
따라갈 수 있는 만큼만 따라가고 넘어가면 된다고 계속 다독여주면서 독자를 이끌고 있어,
수준별로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읽고 넘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다릅니다.

단순히 자신의 지식을 뽐내면서 어려운 말들을 마구 늘어놓는게 아니라,
양자물리학의 세계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면서 최대한 독자가 주변의 현상을 알고 바라볼 수 있도록 가까운 예시를 들어 설명해준 덕분에
분야가 분야임에도(..) 즐겁게,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일단, 첫장만 펼쳐보세요. 나머지는 저자 믿고 따라가면 됩니다.

양자물리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만 제대로 전달이 되어도 책값은 했다고 느낀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며, 만일 마지막 쪽까지 읽고 덮었을 때 양자물리가 이해된다고 생각한다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다. - P31

EPR 논문의 복잡한 논리를 다 따라가야지만 이 책의 나머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똑같은 해설을 가장 간단한 것부터 가장 자세한 것까지 4단계로 준비했으니, 독자들은 골치 아파지기 전에 자신의 호기심이 충족될 즈음 4단계가 모두 끝난 132쪽으로 건너뛰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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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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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도서 제공받아 읽어봄

현대지성 출판사의 고전문학 시리즈를 몇 권 째 읽으면서 ​매번 느끼지만,
최대한 원문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하며 신경써서 번역을 하고 꼼꼼하게 각주를 기재해 주어 
배경지식이 없어도 편안히 읽을 수 있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 역시 수메르신화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해 좀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리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제일 처음 책을 받았을 때에는 굉장히 실망했는데,
아직도 타블렛이 발굴 중이기 때문에 '현존하는' 완역본이긴 하나 <길가메시 서사시>의 전편을 번역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번역방식 및 표기법에 대한 설명을 보고 더 놀랐는데,
본문이 생략되어 있거나 부정확하게 번역된 부분을 []나 이탤릭체 등으로 구분하여 표기했다든지,
소실되었거나 내용이 끊긴 부분을 말줄임표로 표기하는 등의 표기법 안내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편역자와 옮긴이의 노력으로,
비록 내용이 끊겼거나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일지라도 발굴된 각 타블렛의 비슷한 내용을 통해 유추 가능한 부분들이 있다보니
내용 전문을 완벽히 확인하기 어렵더라도 이해하는 데에 크게 무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앞부분에 편역자가 해당 타블렛 시구의 내용이 뭔지 간단히 요약해주어 이해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어느나라든지, 영웅에 대한 신화나 전설은 대부분 이야기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신의 아들로서 자신의 부모인 신의 보살핌을 받아 국가를 통치하고, 칭송받다가 죽어서는 부모 곁으로 돌아가 국가의 수호신이 된다는 영웅 이야기.
길가메시 이야기 역시 비록 타블렛이 전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간다는 점을 쉬이 알 수 있습니다.

엔키두의 장례식 등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그 당시의 생활 양식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리고 사실 기대했던 대홍수의 이야기는 너무 짧아서 좀 아쉽긴 했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메르 신화 이야기를 깔끔한 번역을 통해 만나게 되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왕을 능가하는, 영웅다운 키의,
용맹스러운 우루크의 후예, 맹렬한 야생 황소!
앞에서는 선봉장이었고
뒤에서는 동지들이 신뢰하는 자!

휘하 전사들을 엄호하는 든든한 방패,
석축을 때리는 격류!
거룩한 야생 암소, 닌순 여신의 젖을 빤
루갈반다의 야생 황소, 천하장사 기운을 지닌 길가메시!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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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른 - 어쩌다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김자옥 지음 / 북스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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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카페 서평단 당첨되어 도서 제공받아 읽어봄

"나이를 먹으면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책 소개 페이지의 첫머리에 써있던 이 문장을 보고 왠지 모르게 철렁 하는 마음이 들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솔직히 배송 온 핸드폰보다 약간 큰, 아담한 문고판 사이즈에 217페이지짜리 작은 책을 보고 난 첫인상은 실망감이었습니다.
요즘 유독 표지도 그렇고 아무말 쓰는 듯한 책이 늘어난 듯 했는데, 이 책도 그런 종류인가 싶어서 선입견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막상 책을 펼쳐 읽었을 때에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한번씩 멈춰야 했습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가지 못한 건 저자가 한마디씩 툭툭 남긴 문장 속에서 여러 모로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보고 그동안 나는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를 돌이켜 보게 되었고,
혹은 저자가 쓴 각 대목의 맥락과 맞지 않더라도 글을 읽고 떠오른 나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는 평소 막연히 생각해오던, 하지만 생각이 딱 확고하게 정리되지 않아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 머릿속에 맴돌기만 하던 것들도 있었는데,
저자가 언어화해서 정리해주어 머릿속이 명쾌해진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로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구나.
나 혼자만 걷는 외로운 길이 아니었구나. 누군가 같은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구나.
특히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법한 워킹맘이라면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자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사회의 새로운 단면을 보게 된 점도 좋았습니다.
이를 통해 좀 더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 책을 펼치며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었습니다.

동의하기 어렵지만 신은 공평하다 하니 그들이 가지지 못한 뭔가가 내겐 있겠지. 어쩌면 해맑음 대신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이 그것일 수도 있고. - P128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진 않았더라도 어쨌든 하루를 산 거 아닌가. 좀 찜찜하긴 해도 대신 개운한 내일을 살면 되는 거니까. - P180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안되면 환경 탓하는 어른 말고, 내 몫을 다하는 어른이 되자고.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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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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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도서 제공받음

현대지성출판사의 클래식 시리즈는 대부분 이름을 들어봤음직하거나 어릴적 읽어본 적은 있지만 어른이 되어 읽어보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책들이다.
특히 원문을 있는 그대로 옮기고 주석으로 배경 등을 충실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원문번역을 선호하는 내 기호에 딱 맞는다.

<프랑켄슈타인>의 큰 줄거리는 모두가 아는 대로,
실험실에서 한 생명을 창조하게 된 과학자가 괴물을 창조했음을 알고 그 괴물을 죽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은 맞지만,
화자는 항해를 떠나며 누나에게 편지로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을 전하는 남동생 월턴이라 첫 시작이 약간 당황스럽다.

'프랑켄슈타인'은 화자 월턴이 항해중에 쓰러진 것을 발견해 구한 사람으로,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이다.
창조된 피조물의 이름은 '괴물'이라고만 언급되며 끝내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피조물을 창조자가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많은 소설/영화에도 모티브를 준 것 같다.
평범한 인간을 초월하는 신체능력과, 쉽게 따라잡는 지적 능력.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지능력,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요구하며, 대가를 제시하고 협박을 자행하는 협상능력까지.
괴물이 단 하나이긴 했지만 흔히 많은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똑똑한' 로봇에게 지배받는 인간사회를 연상시킨다.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의 반려자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혹은 협박)했지만 프랑켄슈타인이 끝내 거절한 것도
이런 괴물의 후손 양성이 인간세계에 미칠 영향이 두려웠던 점도 있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 내용 때문에 스포일러 포함이라고 체크하긴 했는데... 이런 고전에 스포일러라고 하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배척받으며 고독하게 살아가는 괴물과,
자신의 피조물로부터 사랑하는 이를 모두 죽임당하고 복수의 일념만으로 살아가던 창조자.
​과연 그 누가 이 둘 중 삶의 괴로움이 더 큰 게 누구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새삼 고전은 그 자체로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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