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 에두아르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이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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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도서 제공받음


《오르부아 에두아르》는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여행 선언문》의 저자가,

'그' 프랑스책벌레와 끝내 이혼하기로 결정하고 나서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전작을 제목만 들어보고 읽어보지는 않았던 저에게는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었는데,

전작을 몰랐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아주 큰 영향을 주는 연재물은 아니었습니다.


평소 가벼운 제목에 내용 없는 책들 & 흔히 말하는 '4차원', '또라이' 등의 언급이 들어 있는 책에 대해 선입견이 있는지라

처음 이 책의 정보를 접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 국가에서 생활을 하고 언어를 공부해온 경험이 깔려 있는 "나보다 1N살 정도 많은 언니가 해주는 인생 이야기"는

한국에서만 지내왔던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를 틔워 주었습니다.


펼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발랄한 문체에 


결코 가볍지 않은, 특히 여전히 보수성을 띄고 있는 한국사회나 가족중심 사회의 프랑스에서는 꽤나 무겁게 다뤄질 주제를 


쉽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면서도 흔들림 없이 확고한 중심이 있는 -


보는 사람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결혼과 이혼, 그리고 외국어공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나는 모든 것을 에두아르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그렇게 11년이 흘렀다. 아주 사소한 일조차 그에게 도움을 구했고, 에두아르는 그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양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었다. 어릴 적 부모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알아서 해주었던 때와 비슷했다. 그렇게 살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늦게 결혼했고, 늦은 결혼을 파탄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나는 이미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무기력해졌다. 나는 에두아르가 없으면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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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 : 야 2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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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북카페 서평단으로 도서 제공받음


묘니 작가의 《경여년》소설을 열심히 읽었던지라, 

더 오래된 《장야》의 원작소설이 이제야 출간되었다니 좀 의아했지만 재미는 보장될 것 같아 냅다 서평단 신청했습니다.

《경여년》을 읽으며 가장 힘들었던 게 드라마와 매치되지 않는 등장인물 이름의 발음이었는데(범한-판시엔), 

다행히 《장야:야》에서는 한자 독음으로 이름이 번역되어 주인공 '녕결'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두 권이 완결인줄 알고 의외로 짧다 싶었더니, 역시나 3권에서 계속될 이야기가 한참 남았네요.
의도치 않은 기다림이 될 것 같아 아쉽습니다. ㅠㅠ


《장야》는 당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수도 장안성 외에는 모두 허구의 인물일 것 같습니다.
주인공 녕결이 품고 있는 비밀이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녕결은 '수행자'(초능력자의 개념으로 보입니다)의 자질이 없음에도 수행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무예를 가지고 있으나 태생적으로 수행자의 자질이 없는 부족함이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목표한 바를 이뤄나갈 수 있을지 뒷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중국에서 연재 완결된 게 2014년이라고 들었는데, 10년 가까이 된 내용임에도 촌스럽거나 유치한 구석이 없고
앉은 자리에서 두 권 호로록 금세 읽어나갈 수 있었을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3권 언제 나오나요? ㅠㅠ 

"... 그는 영원히 누구의 사람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그저 그 자신일 뿐입니다." - P27

"몇 년 전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기억나는구나. 사람의 의지가 충분히 강하면 하늘도 두려워한다..... 아마 이 녕결이라는 아이가 바로 그런 의지가 충분히 강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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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 티라노사우루스부터 북극곰까지 인류와 공생한 동물들의 이야기,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테마로 읽는 역사 7
사이먼 반즈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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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출판사의 책을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서평단에 당첨되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만, 택배로 받은 책의 두께와 크기에 무척 놀랐던 게 사실입니다.
이 책의 최고 단점이자 진입장벽은 700페이지의 두께에 하드커버라는 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선장한 100가지 동물별로 각 챕터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에는 오히려 쉽다는 게 최고 반전일 것 같습니다.
각 챕터의 내용이 독립적이기 때문에, 꼭 연속해서 읽지 않더라도, 어떤 동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한 번씩 들춰서 보기에 편합니다.


이 책은 100가지 동물에 대해, 과거-현재-미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

과거는 호모사피엔스 혹은 그 전의 인류와, 혹은 인류가 없던 시절에 어떤 삶을 이루며 살아갔는지,
각 문화권에서 그 동물을 취급하는 방식은 어떠했는지가 주를 이룹니다.
벽화 등의 컬러풀한 삽화와 함께, 고대 신화나 전설 속 동물의 모습도 함께 묘사되기도 합니다. ​

현재는 근현대사회의 변화 및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 속에서 (선정한 다수의 동물이)멸종 위기에 처해있거나 이미 멸종된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각 동물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 수준, 개체 및 서식지의 변화 등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

미래는,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에 대한 각계의 반응 및 그로 인해 예측되는 양상 등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전역에 거쳐 살았고 살고 있는 100종의 동물 이야기를, 각 세계 문화권을 총망라해 엮은 책이라,
특히 문화권/기후나 서식지 환경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동물에 대한 부분이나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고 있던 내용에 대한 정정(피라냐, 순록 등) 등으로 상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반복해서 다루고 있는 덕분에, 동물과 지구, 인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일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용맹의 상징이었던 사자는 인간이라는 훨씬 더 용맹한 존재를 만났고, 가장 무시무시했던 자연의 무기는 훨씬 더 강력한 무기를 만났다. 바로 인간의 심보 말이다. - P19

소는 인류 역사 내내 인간의 삶을 형성해왔고, 인간이 오늘날 살아가는 지구를 관리하는 방식까지 좌지우지한다. 소는 문명 건설의 추진력이었지만 이제 그 문명을 파괴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 P59

바퀴벌레가 인간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인간이 바퀴벌레를 이토록 격렬히 싫어하는 이유는 바퀴벌레가 만연하는 현상 자체가 인간의 실패를 확연히 드러내는 징표가 되기 때문이다. - P119

피라냐 떼가 무수한 머리를 들이대고 엄청나게 많은 이빨을 드러내며 떼거지로 사냥한다는 전설은 야생 세계에 대한 인간의 아주 오랜 두려움을 반영한다. - P395

우리는 다른 생명체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다루고 있다. 금붕어는 이러한 인간의 태도를 보여주는 표상일지도 모른다. - P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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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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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일리치의죽음》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의 단편집으로,
동명의 단편과 《주인과 일꾼》, 《세 죽음》이라는 두 편을 더해 총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지성클래식 시리즈의 대부분이 그렇듯 역시나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문학을 읽는 독자들의 어려움을 꼽으라면 첫 손에 들, 난감한 이름/호칭에 대해,
다행히 친절하게 빠짐없이 각주를 달아 주어 마음 편히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각 단편의 제목에서부터 강하게 느껴지지만, 
세 단편 모두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목부터 중심 스토리임을 짐작할 수 있는 이반일리치의 이야기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부고 통보로 시작합니다. 

이반일리치의 삶, 가정생활,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과 태도, 마음가짐 등이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 죽음이 다가온다는 걸 몸으로 느끼며,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무력감 속에서 현실 부정으로 이어지는 소리 없는 절규까지.

마치 독자인 내가 죽음을 앞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각 단편 모두, 장황한 묘사 없이 간결한 필체이나,
독자가 눈 앞에서 이들의 삶을 직접 관찰하고, 대화를 같이 듣고 있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좋은 작가의 글이 좋은 번역가를 만나 시너지를 이룬,
역시 믿고 읽는 현대지성클래식입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삶의 자세 혹은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삶 그리고 ... 죽음의 문제야. 그래, 삶이었어. 그리고 떠나는구나, 내게서 떠나는구나. 그런데 난 그걸 막을 수 없고. - P54

한 방울의 희망이 반짝이고 나면, 그다음 절망의 바다가 분노하고, 변함없이 통증, 변함없이 통증, 변함없이 우울함, 그런 후 모든 것이 똑같다. - P70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대답도 없거니와, 대답이 있을 수도 없어서 울었다. - P79

자기 삶이 나름대로 훌륭했다는 의식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했다. 자기 삶에 대한 이러한 정당화는 그를 붙들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무엇보다 그를 괴롭혔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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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현대 철학 - 아들러, 라캉, 마사 누스바움… 26인의 사상가와 함께하는 첫 번째 현대 철학 수업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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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따분하고 케케묵은, 나와는 상관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철학이라는 주제에 대해,

쉽고 가볍게, 또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입문서입니다.

저자가 선정한 26인의 사상가의 핵심만 찝어서 알려주는 쪽집게식 현대철학 요약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사상가에 대해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분명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어려운 내용들이 있겠지만(&저자도 일부 사상가의 핵심사상은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가볍게 핵심만 먼저 접하고, 이후에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찾아보고 배워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현대 철학"이라는 범주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한국의 사상가(최제우, 최한기)나 심리학자(프로이트, 융, 아들러 등)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이들이 '철학자'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현대 및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준 사람들임에는 자명한 만큼

저자의 간결한 설명을 통해 쉽게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책 편집 구성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무척 좋은 편인 데다,

히틀러나 파놉티콘 사진 등 내용의 이해를 돕는 삽화가 적절한 페이지에 들어 있어 뇌리에 내용이 콕콕 박힙니다.


프로이트, 융, 아들러, 라캉, 워낙 유명하고 이름을 많이 들어봐서 알고는 싶은데 선뜻 책을 펼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꼭 맞는 책입니다.

(이 외 22인의 사상가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건 덤!)

상징계 속에서 품은 욕망은 내가 바란 것이 아니라, 세상과 타인의 욕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이 바라는 바를 아무리 잘 이룬다고 해도 내 안의 ‘진짜‘ 욕망이 채워질 리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해진 틀에서 자꾸만 벗어나려 한다. 우리가 허락되지 않은 욕망, 세상이 금지한 욕망을 꿈꾸는 이유다. - 2장 라캉 - P31

언젠가 제자가 아들러에게 "성격을 바꾸기에 늦은 나이는 몇 살 정도일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아들러의 대답은 이랬다. "아마도 죽기 하루 이틀 전쯤이라 할 수 있겠지." - P55

인간은 타자와 함께 어울리며 배려하고 살 때, 비로소 인간적인 삶을 살게 된다. ‘타자의 얼굴을 헤아리며, 물질적 욕구를 내려놓고 형이상학적 욕망을 좇아야 한다‘는 레비나스의 말이 구원의 메시지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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