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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 ㅣ 걷는사람 에세이 15
이현우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6월
평점 :
동물복지라던가.. 베지테리안이라던가...하는 단어들을 들으면
'그렇지.. 동물을 저렇게 먹는다는 게 잔인하기도 해.. 동물들이 죽을 때 겪는 끔찍한 고통이 고기 속에 남아 있고, 그 고기를 인간이 먹는 건데, 그게 인간에게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라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런데, 또 막상 풀만 가득한 밥상을 받으면,
'와... 이게 뭐야? 뭘 먹으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밥상을 차려준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이 팍 올라오기도 하는 나를 바라보며 '어휴... 나도 똑같다...'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러다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보니.. 우리 아이들이 고기를 잘 안 먹는데,
'그래.. 고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닐 거아. 채소를 잘 먹으니까 영양적으로 부족한 거는 없겠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다고
'고기를 안 먹으면 단백질을 얻을 수가 없는데.. 그러면 애들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서로 싸우게 된다.
나는 개를 먹지 않는데, 소, 돼지, 닭고기는 먹는다.
그런데.. 소와 돼지는 잘 모르겠지만, 닭들이 사육되는 환경을 보면,
'저렇게 좁은 닭장 안에 저렇게 많은 닭들이 있다는 건가? 쟤들이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쟤들이 낳은 달걀은 괜찮은 걸까? 먹어도 되는 걸까?' 이런 생각도 들게 되고..
그러다가도, 저녁 반찬 할 게 없으면 달걀프라이라도 하나 해서 같이 먹어야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를 쓴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생활 속 혼란을 겪다가
결국에는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아직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대형마트에서 비건 재료들을 사면서 겪는 여러가지 생각들은
내가 하는 것과 비슷했다.
부단히 노력하지만, 노력한 것 만큼 실속은 없는 것 같은 경험도 하게 되는 것..
"너 하나 고기 안 먹는다고 뭐가 바뀌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는 것...
채식을 한다면,
대안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 수도 있다는 것,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 혼자 뭐 빼 달라, 뭐 빼 달라 말하기가 힘들 수 있다는 것,
정말 고기를 하나도 먹지 않고 힘을 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는 것.. 등등
내가 아직 채식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저자는 이 모든 단점을 이겨내고(?) 채식주의자의 삶을 선택했고,
그렇게 살고 있고,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해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들,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우유까지 모두 끊었을 때의 이야기들,
채식주의자가 된 후에 선물 하나 고르고 받는 것까지 신경써야 하는 이야기들...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일기처럼 적혀 있다.
다른 사람이 쓴 채식주의자 일기를 보면서
아.. 나도 이 정도면 채식주의자 흉내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어휴... 이렇게까지 하면 너무 어렵고 힘들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는 아직까지 오락가락한 그런 상태임을 깨닫게 되었다. ㅎㅎ
예전보다 고기를 더 적게 먹고 있기는 하지만,
이거는 사실 고기를 피하는 것은 아니고,
고기보다 더 맛있는 것들이 있으니 그것으로 채웠기 때문에 고기 생각이 나지 않는 것 같고,
동물복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돌아서면 또 금세 잊어버리고 마는... 나와는 가깝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는 현실이 또 그렇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채식주의자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채식주의자의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흉내를 내 볼 수는 있을 정도의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