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J 달달 옛글 조림 1
유준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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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내내 크리스마스에 관한 그림책만 읽어도 모자르다. 산타, 루돌프, 눈사람, 선물, 겨울 놀이, 트리 등등. 11월부터 트리를 달고 설레는 맘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는데 크리스마스가 와버렸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눈사람 아저씨>뿐만 아니라 여러 크리스마스 작품을 읽으며 생각한 건 ‘1년 내내 읽으며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면 좋겠다’는 거였다. 12월을 함께한 여러 작품 중 새로웠던 건 ‘루돌프 J'. 고전 산문을 그림책으로 재해석한 웅진주니어의 <돌돌옛글조림> 시리즈다.

‘노마설’이라는 고전 산문을 재해석했다기에 ‘노마설’을 검색해봤다. 수능 지문 해석에 대한 글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그나마 루돌프J 덕에 새로운 글들이 보인다. 검색 결과처럼 돌돌옛글조림 시리즈가 고전산문을 문학 작품 그 자체로 즐기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기대된다.

그림책 속 은퇴한 루돌프 J의 이야기는 여러 생각과 이어진다. 은퇴, 직업 의식, 선배에게 배우는 가르침, 빛나는 순간 등.

트리가 밝게 빛날수록 더이상 빛나지 않는
나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썰매를 끌 때 스스로 가장 빛이 난다고 생각하는 루돌프J의 생각에 국어 교과서 숙제를 검사하다 뭉클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미리 생각 숙제로 냈는데도 수업 시간에 “빛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라고 적는다. “OO이가 왜 빛난 적이 없어. 우리 반에서 청소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구석구석 열심히 청소도 하고..”라며 이야기 해주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고 고쳐적는다. 아이는 자주 발표하려고 손을 들고는 막상 일어나서는 “모르겠어요.”라고 답을 하거나 자신을 쳐다보는 친구에게 왜 자기를 쳐다보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나랑 놀고 싶은가?’라고 생각해보자.”라며 알려주기도 했지만 생각의 전환은 쉽지 않다. 그 모든 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자존감이 낮아서 벌어지는 일들이었음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올해 학급운영에서 가장 가장 끈기있게 해낸 건 학급신문이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빛나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고, 더욱 더 긍정과 격려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너는 항상 빛난다’고 격려해주는 산타처럼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학년이 바뀌면 아이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공개적으로 나누게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내년에도 꼭 이어서 하고 싶다.

“네 빛은 사라지지 않아
네 안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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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라박박 웅진 모두의 그림책 75
윤지혜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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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쭉 읽었을 때는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다시 펼칠 때는 작가 소개글을 읽으니 이제야 ‘바라바라’의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작은 것도 소중히 바라보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동글동글 조롱박 바가지에 담긴 바람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이
오래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갓 태어난 조롱박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작가님을 떠올려본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단계를 지나고 있을까? 이제 막 태어난 조롱박? 상처와 얼룩이 가득한 시기? 할머니 손에 수확되는 시기? 각기 다른 바가지로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길을 겪어야 하는지 가늠해본다. 자연스레 ‘대추 한 알’도 떠오른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모든 게 나 혼자 힘으로 되는 건 없다고,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가을을 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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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삼키는 아이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사사프라스 드 브라윈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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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눌러담은 마음은 어느 순간 펑, 하고 터지기 마련이다. 주인공처럼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서, 미움 받기 싫어서 하고 싶은 말을 삼키는 아이들이 많다. 말을 삼키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모든 요구에 수긍하는 아이가 내면도 건강한 아이일까? 어떤 아이로 자라야 할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가 “그럼 유괴범이 납치하려고 할 때도 싫다는 말을 못할 수도 있어요.”라는 의견이 나왔다. 때마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정말 나에게 위험한 상황일 때도 어렵다는 것이다. 교실에서도 자주 하는 말, ‘전하고 싶은 말은 꼭 그 날 전하기’를 다시 강조했다. 고마운 일, 미안한 일, 속상한 일을 떠올려 보고 오늘 꼭 전해야 하는 게 있다면 집 가기 전에 전달하기.
<마음의 일> 시집에 실린 ‘삼킨 말들’이란 시가 떠오른다. 오늘 하루 내가 삼킨 말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신중하게 전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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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 상상하고 해석하며 다시 생각하기
데니스 수마라 지음, 오윤주 옮김 / 노르웨이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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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9 문학작품을 함께 읽는 것이 개인과 집단의 인식 및 해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함께 읽기 활동이 고정된 정체성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경계를 넘어 개인의 이야기를 수정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한 책의 가치를 논하는 책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도 같은 텍스트에 대해 여러 사람의 생각을 나누는 수업 방식을 소개하며 문학적 해석의 공유가 지니는 의미를 강조한다. 짧은 그림책 한 권을 읽더라도 여러 학생의 생각이 모일 때면 혼자 후루룩 넘겨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각자 다른 렌즈로 바라본 장면들을 공유하는 덕에 시야가 넓어진다. 보통은 각자의 감상을 즉석에서 손을 들고 공유하는데, 이 방법은 발표에 소극적인 학생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책에 제시된 것처럼 주석 달기 활동으로 감상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평소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학생들의 해석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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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라라 호랑이 찻집 웅진 우리그림책 140
루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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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위스키를 파는 신사역 카페 <사월의 숲> 방문 후 얼마 안 되어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도서로 <따라라라 호랑이 찻집>이 도착했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홍차와 함께!

“다시 혼자가 된 호랑이가 찻집을 지켜.
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무서운 동물’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제 모습을 인정 받지 못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호랑이의 마음이 더욱더 진하게 우러나-<따라라라 호랑이 찻집>

책에서 본 한 문장이 생각난다.
「모든 물건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다양한 물건에 대해 ‘만든 사람’과 그 ‘과정’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인생은 틀림없이 풍성해질 것이다.-<love&fee> 중에서」
차를 만든 사람의 마음과 과정을 상상하며 마시는 차 한 잔. 오늘은 하동의 차를 마셔보는 건 어떠실지.-<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따라라라 호랑이 찻집>을 읽으며 사월의 숲에서 만난 책이 계속 떠올랐다. 차 한 잔에 담긴 호랑이의 마음이 얼마나 정성스러운지 떠올려 본다. 무심한 척 주고받은 큰 마음들.

책 속 문장은 그리 길지 않아 후루룩 읽게 되지만, 천천히 차를 음미하듯 그림을 뜯어보고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
“언제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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