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9 문학작품을 함께 읽는 것이 개인과 집단의 인식 및 해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함께 읽기 활동이 고정된 정체성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경계를 넘어 개인의 이야기를 수정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한 책의 가치를 논하는 책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도 같은 텍스트에 대해 여러 사람의 생각을 나누는 수업 방식을 소개하며 문학적 해석의 공유가 지니는 의미를 강조한다. 짧은 그림책 한 권을 읽더라도 여러 학생의 생각이 모일 때면 혼자 후루룩 넘겨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각자 다른 렌즈로 바라본 장면들을 공유하는 덕에 시야가 넓어진다. 보통은 각자의 감상을 즉석에서 손을 들고 공유하는데, 이 방법은 발표에 소극적인 학생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책에 제시된 것처럼 주석 달기 활동으로 감상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평소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학생들의 해석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
차와 위스키를 파는 신사역 카페 <사월의 숲> 방문 후 얼마 안 되어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도서로 <따라라라 호랑이 찻집>이 도착했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홍차와 함께! “다시 혼자가 된 호랑이가 찻집을 지켜.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무서운 동물’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제 모습을 인정 받지 못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호랑이의 마음이 더욱더 진하게 우러나-<따라라라 호랑이 찻집>책에서 본 한 문장이 생각난다. 「모든 물건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다양한 물건에 대해 ‘만든 사람’과 그 ‘과정’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인생은 틀림없이 풍성해질 것이다.-<love&fee> 중에서」차를 만든 사람의 마음과 과정을 상상하며 마시는 차 한 잔. 오늘은 하동의 차를 마셔보는 건 어떠실지.-<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따라라라 호랑이 찻집>을 읽으며 사월의 숲에서 만난 책이 계속 떠올랐다. 차 한 잔에 담긴 호랑이의 마음이 얼마나 정성스러운지 떠올려 본다. 무심한 척 주고받은 큰 마음들. 책 속 문장은 그리 길지 않아 후루룩 읽게 되지만, 천천히 차를 음미하듯 그림을 뜯어보고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언제든 와.”
소심한 성격의 두더지는 토끼의 보름달 파티 초대장을 받고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지 너-어무 궁금하다.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여전한 내향형 성격인 나는 편한 친구가 모임에 있느냐 없느냐가 참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혼자 가야 하는 결혼식이 있으면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된다. 파티 참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도착하는 순간까지, 두더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비슷했던 나의 경험을이 겹쳐진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했는데 “다음에 와도 돼?”라고 물어보는 두더지와 아무렇지 않게 돌려보내는 토끼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다음애 와도 돼?”라는 두더지의 말은 조금 용감한 게 아니라 많이 용감하게 보인다. 그 자리가 불편하다고, 그러니 나는 토끼 너와 둘이 있는 자리나 조금 더 편한 날 만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니! 여튼 그렇게 용기 낸 덕에 비슷한 성격의 스컹크와 시간을 갖는다. 스컹크와 두더지가 마주앉아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알사탕>의 마지막 장면에서 “같이 놀래?”라고 하는 장면이나 <보여주고 싶은 비밀>에서 두 고양이가 특별한 사이가 되며 끝나는 장면도 떠오른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이 세상 어딘가 나와 비슷한 친구, 내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헤아려 주는 친구가 있다는 걸 여러 책에서 확인한다. 친구관계로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도 이 책이 큰 용기와 위로를 주리라 기대한다.
어느 날 자신에게 생긴 코털을 감추려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아나톨의 작은 냄비>가 떠오른다. 하지만 감추려 할수록 드러나는 법일까. 좋아하는 짝꿍 지유 앞에서 꼭 숨기고 싶었지만 코털은 눈치 없이 튀어나와 재잘재잘 떠들기까지 한다. 비밀을 들킨 주인공은 하루종일 걱정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근데 왜 너는 안 놀려?”“친구니까! 그리고 난 네가 귀여워.”교실에서 아이들은 매일 속닥거리며 크고 작은 비밀을 주고 받는다. 비밀을 공유하며 각별한 사이가 되는데, 때로는 그 비밀이 무기가 되기도, 둘 사이를 갈라놓기도 한다. 진짜 친구라면 친구의 비밀을 어떻게 지켜줘야 할까? 아이들에게 자주 <도망치고 찾고>의 문장을 인용하며 지도한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 도망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를 찾으러 떠나.’ 이 책의 결말도 비슷한 의미로 다가온다. 나의 약점, 나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친구를 곁에 두라고. 그리고 내가 먼저 그렇게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주자며 방학을 맞이하고 싶다.
<초등 맞춤법>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여러 책들이 나온다. 그중 ‘얄라리의 어휘콕콕 한컷 초등 맞춤법‘은 가시성이 뛰어나다. 구어체로 편하게 설명해주는 내용도 좋지만, 비교하는 두 가지 표현과 설명하는 그림이 요란하기만 한 게 아니라 눈길을 잡아끈다. 쉬운 설명과 재미있는 그림 덕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전학년에게 추천한다. 강아지와 병아리 캐릭터를 통한 유머러스한 설명 덕에 만화를 보는 느낌까지 나서 거부감 없이 학습이 가능하다. 딱 하나, 스프링 달린 일력 형태로 나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능많은국어연구소와 에렘 그림 작가님이라는 두 분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