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성격의 두더지는 토끼의 보름달 파티 초대장을 받고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지 너-어무 궁금하다.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여전한 내향형 성격인 나는 편한 친구가 모임에 있느냐 없느냐가 참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혼자 가야 하는 결혼식이 있으면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된다. 파티 참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도착하는 순간까지, 두더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비슷했던 나의 경험을이 겹쳐진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했는데 “다음에 와도 돼?”라고 물어보는 두더지와 아무렇지 않게 돌려보내는 토끼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다음애 와도 돼?”라는 두더지의 말은 조금 용감한 게 아니라 많이 용감하게 보인다. 그 자리가 불편하다고, 그러니 나는 토끼 너와 둘이 있는 자리나 조금 더 편한 날 만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니! 여튼 그렇게 용기 낸 덕에 비슷한 성격의 스컹크와 시간을 갖는다. 스컹크와 두더지가 마주앉아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알사탕>의 마지막 장면에서 “같이 놀래?”라고 하는 장면이나 <보여주고 싶은 비밀>에서 두 고양이가 특별한 사이가 되며 끝나는 장면도 떠오른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이 세상 어딘가 나와 비슷한 친구, 내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헤아려 주는 친구가 있다는 걸 여러 책에서 확인한다. 친구관계로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도 이 책이 큰 용기와 위로를 주리라 기대한다.
어느 날 자신에게 생긴 코털을 감추려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아나톨의 작은 냄비>가 떠오른다. 하지만 감추려 할수록 드러나는 법일까. 좋아하는 짝꿍 지유 앞에서 꼭 숨기고 싶었지만 코털은 눈치 없이 튀어나와 재잘재잘 떠들기까지 한다. 비밀을 들킨 주인공은 하루종일 걱정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근데 왜 너는 안 놀려?”“친구니까! 그리고 난 네가 귀여워.”교실에서 아이들은 매일 속닥거리며 크고 작은 비밀을 주고 받는다. 비밀을 공유하며 각별한 사이가 되는데, 때로는 그 비밀이 무기가 되기도, 둘 사이를 갈라놓기도 한다. 진짜 친구라면 친구의 비밀을 어떻게 지켜줘야 할까? 아이들에게 자주 <도망치고 찾고>의 문장을 인용하며 지도한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 도망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를 찾으러 떠나.’ 이 책의 결말도 비슷한 의미로 다가온다. 나의 약점, 나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친구를 곁에 두라고. 그리고 내가 먼저 그렇게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주자며 방학을 맞이하고 싶다.
<초등 맞춤법>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여러 책들이 나온다. 그중 ‘얄라리의 어휘콕콕 한컷 초등 맞춤법‘은 가시성이 뛰어나다. 구어체로 편하게 설명해주는 내용도 좋지만, 비교하는 두 가지 표현과 설명하는 그림이 요란하기만 한 게 아니라 눈길을 잡아끈다. 쉬운 설명과 재미있는 그림 덕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전학년에게 추천한다. 강아지와 병아리 캐릭터를 통한 유머러스한 설명 덕에 만화를 보는 느낌까지 나서 거부감 없이 학습이 가능하다. 딱 하나, 스프링 달린 일력 형태로 나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능많은국어연구소와 에렘 그림 작가님이라는 두 분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된다.
교실 칠판 한 구석에 적어두는 문장이 있다. “작은 잘못은 웃어넘기기” 물론 ‘작은 잘못’이라는 건 매우 주관적이다. 교실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 중, 고의성을 띄지 않는 말과 행동인 경우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어가도록 지도한다. 같은 행동이어도 누군가는 꼭 사과를 받고 넘어가야 마음이 풀리고,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긴다. 어느 날, 아이들끼리 다툰 이야기에 대해 파악하는데 한 학생이 “그럴 때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그간 크고 작은 사건들로 하루가 가득찬 것 같았는데 알고보면 그 안에는 ’하나의 작은 용서‘들이 가득차 있었다. 전래동화의 결말처럼, 아이들에게 ‘내가 베푼 친절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고 지도한다. 소리내어 내가 착하다고, 나를 봐달라고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착한 친구를 알아본다. 조용히 묵묵하게 주변을 돕고 따뜻한 마음씨를 베푸는 아이들은 빛이 난다. 책 속 이야기처럼, 용서도 세상을 따뜻하세 물들일 수 있다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교실 동시집. 이 책은 천개의 바람 신간 메일을 통해 먼저 접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귀여운 굿즈에 어떤 수업을 해야 할까, 잠깐 고민하고 말았다. 막상 실제로 책을 받아 읽어보니 더 막막하다. 이런 내용을 아이들과 어떻게 읽지, 싶다. 특히 <어떤 전화를 받고 나서>는 먹먹해진다. 최근 제주도 중학교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도 떠오르고, 힘 빠지게 만드는 우리 반 학부모의 연락도 떠오른다. 기존 동시에서 그려내던 교실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따뜻하고 밝은 면이 대부분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어둡고 솔직한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그려낸다.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께도 소개하고 싶은 시가 몇 편 있다. 개인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임을 알리고 싶다.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1년을 잘 마무리 했으면 하는 마음을 동시로 대신 전한다. 우리의 교실 이야기도 동시집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