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 폴짝 뛰어봐

뚱보, 내 인생 ㅣ 반올림 60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3월

외모 컴플렉스에 대한 주인공의 솔직한 내면을 살필 수 있는 책. 다만 교실에서 함께 읽기엔 너무 적나라한 표현들이 몇 군데 등장한다.
어느 블로그의 ‘번역 점수 100점 만점에 만점’이란 평처럼 자연스럽게 읽혀서 좋다.

학교 건강검진에서 비만 판정을 받고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벵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벵의 고백 장면이다. 클레르의 엽서 한 장에 일상이 뒤흔들리고, 결국 급발진으로 꽃다발과 사랑고백편지를 냅다 보내버리는 벵의 모습은 서투르고 귀엽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벵처럼 굴었던 순간이 있다. 얼마 전 만난 아래의 문장이 떠오른다.

우리의 상처는 보통이고, 우리의 과함과 서투름과 실수들이 모두 보통이다. (순면과 벌꿀, 254면)

외모컴플렉스로 인한 상처,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 자기파괴적인 태도, 친구와의 갈등, 사랑을 대하는 어수룩한 태도. 책에 나오는 벵의 상황과 감정이 모두 지나온 이야기라서 지난 나를 위로하듯 벵을 응원하게 된다. 현실의 뚱보는 더욱 녹록치 않지만 부디 벵이 사랑의 힘으로 나아가기를, 자신를 더 아끼며 성장하길 바란다. 표지 속 모습처럼 가볍게 세상으로 뛰어오르길.

현명하게 멀어지기

여름과 가을 사이 ㅣ 북멘토 가치동화 58
박슬기 지음, 해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2월

초등학교 교사가 쓴 동화책. 학급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여학생들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5년내내 딱 붙어다니던 여름이와 가을이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여름이는 가을이에게 불편한 점들이 하나둘 쌓이고, 새로운 친구와 어울리는 게 재밌어진 것이다. 가을이와 여름이의 사이가 멀어진 뒤 여름이에게 협박편지가 날아온다. 한편 가을이는 보란듯이 새로운 단짝을 찾으려 애쓴다.

관계는 멀어지기도 다시 가까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관계의 거리,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기에 누군가는 상처를 입게 된다. 아직 멀어질 준비가 안되었는데 훅 달아난 친구도, 나아가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많은 대화 주제가 떠오른다. 친구의 거절을 받아들이는 법, 나만의 친구 사귀는 법, 가까운 사이지만 불편한 점 등.

이야기를 읽으며 가을이와 여름이가 한순간에 예전처럼 돌아가면 어쩌나 싶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친했던 사이가 돌아서면 더 무섭다. 가까웠던 만큼 서로를 어떻게 하면 아프게 할 수 있는지도 잘 안다. 교실에서도 가까운 사이가 멀어진 때는 각자 친구와 어울릴 것, 서로에 대한 험담은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여름이와 가을이는 현실과 이상, 그 사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관계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 앞으로 수없이 겪을 관계의 연결과 단절을 친구 사이에서 연습하는 아이들. 이 책을 함께 읽고 상처 받은 마음을 충분히 다독여주되,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나누고 싶다.

핵심만 담고 있는 그림책 수업 도서 :)

주제가 살아있는 그림책 수업 레시피 - QR코드로 바로 쓰는 60가지 주제별 수업활동
그림책 수집가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4년 3월

그림책 수업 도서를 많이 들이고, 많이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신중하게 들인다. 어느 순간부터 수업 활동을 모은 도서에 장황환 줄거리 소개나 활동에 대한 감상적 설명은 건너뛰어 읽게 된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목적은 '수업에 어떻게 녹여낼까'이기 떄문에.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깔끔하다. ① 책 소개 한 쪽, 활동 소개 두 쪽으로 간결하다. 그런데 그 안에 구체적인 수업 흐름부터 해당 수업 시 주의할 점, 팁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림책 수업 팁이 맘에 쏙..) ② 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활동(빙고, 예상하기, 허니컴보드 브레인스토밍 등)이 제시되어 있어서 다른 그림책에도 적용하기 좋다. ③ 꼭 필요로 하는 주제만 담고 있다. 다문화부터 진로까지 이 책에 나오는 6가지 주제는 교과 연계, 학급 내 생활지도 등 다양하게 쓰인다. 뿐만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다루는 필수 교육(양성평등교육, 생명존중교육 등) 자료로 너무너무 유용하다. 창체 필수 교육은 주어진 가이드라인이나 자료가 마땅치 않아 매번 '생명존중교육 그림책' 등으로 매번 돌려막기 했었는데 이 책 덕에 든든해진 느낌. 추천 대상 학년이 있지만 전체 학년에게 적용해도 무리 없는 홛동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알게 된 <싫다고 말하자!>를 빌려 볼 예정. 무엇보다 200쪽의 가벼운 분량이라 부담없이 자주 펼칠 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필요한 철학 대화

철학 버스 - 생각의 씨앗을 발견하는 열두 번의 부모 철학 수업
우서희 지음 / 다산에듀 / 2024년 2월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절대 짧은 시간에 휘리릭 쓰일 수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가 교실에서 보낸 14년의 시간이 압축적으로 300여쪽에 담겨있다. 누군가 10년 넘게 연구하고, 실천한 경험을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교육서에서 아무리 좋은 방법을 알려주어도, 실천하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 책에는 교실 속 상황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대화가 실려 있어서 어떻게 아이들과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지 상상이 간다.

기존 학급 운영과 비교하여 여전히 고수할 것, 작가님 덕에 생각을 바꾸어 바라볼 것들을 취하는 재미도 크다. 책 속에 등장하는 상황과 질문에 내 나름의 답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한동안 교육에세이를 많이 읽어서 비슷비슷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새로운 생각을 던지는 책이 나온다. 부지런히 다른 교실을 들여다 보며 내 교육관을 다듬어야 한다.

수신인이 떠오르는 독서에세이

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저자는 독자, 동료, 친구가 건넨 질문에 책 이야기로 답장을 보낸다.

나의 책 읽기는 삶과의 연결 지점 찾기가 전부라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 ‘책 편지’라는 형식, 큰 따옴표 속에 인용되는 문장까지 하나하나 내 글로 옮기고 싶은 점이 많았다.

책 속에 다양한 수신인과 사연이 등장해서 자연스레 마주했던 많은 인연을 떠올리게 한다. 책을 읽을 때면 나의 경험 안에 갇히곤 했는데, 타인을 위한 독서도, 수신인을 정해둔 책편지도 써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온다.

인용된 문장도, 수신인에 대한 은유 작가님의 따뜻한 인사도 너무 좋아 계속 펴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