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세상이야 스콜라 창작 그림책 57
하야시 기린 지음, 쇼노 나오코 그림, 황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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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딘가 익숙한 그림이다!

'그 소문 들었어?' 와 '이 세상 최고의 딸기'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하야시 기린의 글과 쇼노 나오코의 그림이 만난 새로운 그림책을 선물 받았다. 전작을 통해 이미 유쾌하면서 허를 찌르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던 터라 <동그라미 세상이야>는 진즉 눈여겨 봐둔 터였다.


동그라미 가게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동글동글 경연대회를 지켜보고,

동그라미에 동그라미가 더해지는 광경을 촬영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그림책 속 장면을 바라보며

묘하게 나의 하루가 겹쳐진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고, 넘겨보는 피드들.

아~ 사람들은 지난 주말에 이런 데를 갔구나.

이 음료 나도 꼭 먹어보고픈데

요즘 이런 옷이 유행인가보네

이런 전시가 있었네. 아~ 근데 예약이 불가능하네.

내가 보려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찾으려던 것이 무엇인지 잊고

이 피드에서 저 피드로

이 사이트에서 저 사이트로 옮겨가며 채워지는 장바구니들.

동물들이 남기는 것은 기적적인 순간일까? 아니, 우리가 남긴 이 피드들은 기적적인 순간의 모음일까?

그저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혀 '좋아요'가 하나라도 더 달리는 기적을 바라는 걸까?

아직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모양 찾기 재미에 빠졌다. 그림책 속에서 모양을 찾는 것 외에도 모양을 따라 쓴 글단락의 디자인이나 문장끝에 붙은 모양 기호들까지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가 먼저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모두 ---를 좋아하는 듯한 세상.

그림책 장면 속에 경연대회가 열리듯

유행하는 아이템을

누가 더 기발하게 이용하는가

누가 더 많이

누가 더 자주

누가 더 더더 경쟁아닌 경쟁이 벌어진다보면

어쩐지 꺼림칙한 것들이 생겨난다

아니 또 --야?

눈 깜짝 사이에 떨어지는 --의 인기

좋아 좋아 정말 좋아

근데 정말 좋을까?

"막상 해보니 별로네" 라는 말을 처음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다음 유행하는 기간은 점점 짧아져 온전히 인기를 누리기도 전에 등장하는 다음 아이템들.

이 장면 속에서 아이들은' 난~~ 가 좋은데' 라는 말보다

"그 다음은 어떤 모양이 유행일까?" 라고 묻는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모양은 어떤 모양일까?

내가 좋아하는 맛은?

나에게 어울리는 장소와 순간들을 난 온전히 느끼고 누리고 있는 것일까 뜨끔했던 책.

이번에도 하야시 기린*쇼노 나오코 작가님은 유쾌한 장면 속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동그라미 세상에서 덩그라니 한 발 물러나와

떼구르르 휩쓸려 가지 않도록 날카롭게 조언해주던 이야기. 두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행과 상관없이 고전처럼 남을 책^^

이 글은 위즈덤 하우스 <나는 교사다>활동으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동그라미세상이야#하야시기린#쇼노나오코#황진희#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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