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쓸 줄 아는 글자라곤 한 글자 밖에 없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읽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글자가 비雨이어서 쓰기 시작한 글씨지만
경전을 읽을 수 없는 스님은 단 한 글자로 수행을 합니다.
그리고 나라에 비가 내리지 않아 근심일 때, 산에서 수행중이던 스님들이 힘을 보태고자 경전과 염주를 챙겨 내려가기로 하자, 비 스님 또한 그동한 써온 수많은 비 글씨를 챙겨 따라나섭니다.
스님의 정성에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요?
생각해보니 하늘도 감동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아온 모든 순간을 꾹꾹 담아 적은 글씨이니
꾸준한 정성을 무엇이 대신 할 수 있을까요?
마침 스님이 쓸 수 있던 글자가 비雨였던 것은 운명이었을까요?
어떤 방식이든,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그저 묵묵히 적어 내려갔던 글씨들.
그림책을 넘겨 보는 내내 '캘리그래피 같은 글씨체네. 이건 그냥 폰트가 아닐거 같은데' 하면서 책을 살펴보았는데
앞에 서지정보에 캘리그래피 '해랑혜란'이라고 적혀있네요.
알고보니 해랑혜란 작가도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