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블러드 텍스트T 20
탁경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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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소설 <까페 블러드>는 비밀스러운 까페를 둘러싼 미스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문방구, 편의점, 분식점 등 최근 동화와 청소년 소설에서는 특정 장소에서 비밀스러운 메뉴나 상품을 접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비슷한 이야기일까?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끌릴 법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표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러스트. 이런 표지가 유행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려진 표지 일러스트의 구석구석, 탁자 위에 손톱깎이? 지퍼백 속의 칫솔? 그리고 탁자 아래는 토끼까지?

분명 카페 블러드엔 무언가 있구나 싶었다.

.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까페 블러드>는 매일 긴 줄이 이어진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주인장도, 몇 안되는 메뉴 중 딱 한 잔만 마실 수 있다는 점도 까페블러드의 흥행요소. 원래 제한을 두면 둘 수록 더 간절해지는게 사람의 욕망이 아니었던가.

만약 긴 줄을 서면서 까페 블러드에 들어가 하나를 주문한다면?

나라면 어떤 메뉴를 고를까?


#욕망

  소설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이것은' 바라는 바,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작게는 메뉴를 고르는 일부터.

어느새 까페 블러드의 음료를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정말 이들이 그렇게 이 음료에 집착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카페 사장은 정말 무엇때문에 이런 음료를 만들게 된 것일까?

이 책의 구성은 이런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주인공 하랑, 나결을 중심으로 각 주인공의 시점에서 번갈아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꾸 내 방을 뒤지는 엄마가 수상한 하랑과 오로지 몰입하는 순간을 맛보고 싶은 나결. 도무지 딸의 일상에 관심없던 엄마가 딸의 방을 뒤진 이유도, 모범생 나결이 카페 알바를 하면서까지 무리를 하게 된 것도 이 곳에서만 파는 그 음료에 달려있음이 밝혀지는데~

까페 블러드과 대비된 공간으로 허름한 국수집에서 교차되는 이야기의 구성도 흥미롭다. 하랑이가 심리적으로 허기진 상태에서 찾게되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국수집. 애써 소개한 단골집이지만 이 집의 진면모를 단짝친구인 소진과 미스테리를 파헤치면서 친해진 나결이 알게 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관계

  소설을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 중 '사람 사이의 기운과 기세'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카페 블러드에 집착하는 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하랑은 엄마가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친구인 소진과 이모가 대신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랑에게 소진은 무슨 말을 하든 귀 기울여주고 의견을 이야기하면 차분히 되짚어주는 소중한 존재였고, 이모는 뭐든 다 들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뭐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

이모의 따스한 말에 콧등이 시큰해졌다. 이모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랑이 늘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방금 이모가 해주었다는 것을.

(중략)

나를 걱정해 주고 아껴 주는 사람이 있어 기뻤다.

그게 엄마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겠는가.

엄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는 이모의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덜 괴로울 것 같았다.

p.95

  분명 미스테리를 해결하는게 주를 이룰 거라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부분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모가 채워 줄 수 없는 기운과 기세는 어디서 채울 수 있을까?

부모나 가족이 채울 수 없다면 주변에서라도 그 기운과 기세를 채울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원하는 것과 약점은 연결된다.

원하는 것이 많고 강렬할수록 그 사람은 약자가 된다.

p.120

  사람들의 욕망과 약점을 이용해서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장. 블러드 까페의 비밀에 다가갈 수록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맞닥뜨리게 되는 아이들.

너한테도 장점이 있는데 그걸 네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남들을 ㅏㅂ라보듯 네 자신을 바라봐 줘.

친구들은 따스하게 바라보면서 왜 스스로에게는 냉정하게 굴어?

죽는 순간까지 너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사람은 너야.

사랑해 주라고.

미워하지 좀 말고.

p.105

  하랑에게 건네는 말이자 자신에게 하는 말을 쏟아 낸 나결의 말을 통해 결국 그 기운과 기세를 채우는 것은

'나'밖에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나결 선배와 소진이 아무리 이야기해 줘도 나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단점도 그러려니 껴안아 주는 일.

내가 하찮아 보일 때조차 "괜찮아." "충분히 애썼어."라고 말해 주며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일.

그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부터 조금씩 해 봐야겠다.

매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p.126

  욕망을 채우러 까페 블러드를 찾는 사람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잊고 있었던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단점을 껴안아주줄만한 넉넉함이었다. 소설에서는 카페 블러드란 이름으로 등장했지만 나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으면 어디든 제2, 제3의 카페 블러드에서 정체불명의 메뉴에 집착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어쨌거나 정성껏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오늘의 태양이 떴고 해가 이미 중천이니까

p,169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첫장을 읽으며 '나라면 어떤 메뉴로 오늘을 시작할까'라는 궁금증이 '오늘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 '하는기대로 바뀌었다. 젊고 똑똑하지 않아도, 롤러코스터처럼 마음이 흔들거려도, 무기력에 허우적대도 이성이든 동성이든 사람 만나는 것에 심드렁해진 나라도~ 충분히 오늘을 정성껏 살아낼 가치가 있는 존재니까.



*이 글은 <나는교사다>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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