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집에서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봤던 것 같은데 찾을 수 없어 슬픔하나부터 읽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찾기 힘든 책이란 말은 딸 셋 중 한 명의 책꽂이 속에 있다는 것. 딸들의 손길을 거친다는 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기도 하다.
동화책을 수준이나 성별에 따라 나누는 걸 지양하지만,
이 책은 중학년에서 고학년에 이르는 여자 어린이들에게 많이 다가갈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찾기 힘든 어린이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던 이야기. 찰랑찰랑 시리즈의 앞 이야기들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만났다면 초반부터 봄인이를 둘러싼 여러 인물과 상황들이 더 공감이 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이미 읽은 딸들과 함께 너는 시리즈 중에서 어떤 이야기가, 어떤 에피소드가 좋았어? 어떤 주인공이 마음에 들어와 하고 수다 떨고 싶은 이야기.
주인, 봄인이의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엄마아빠는 의료봉사로 아프리카에 가 있고
치매인 할머니는 요양원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사는 삼촌은 사춘기 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설픈 보호자이고~
어? 근데 알고보니 삼촌이 봄인이의 아빠인듯한데~
자신의 감정조절도 어려운 시기에 너무 산넘어 산 아니야 싶지만~
이상하게 주인공에겐 그런 사정 쯤은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찰랑찰랑 슬픔하나'는 함께 사는 유일한 가족, 삼촌이 내가 모르는 여자를 만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알고보니 그 낯선 여자는 봄인이와 여러모로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영원할 듯한 관계는 끝이 나고
예상치 못한 연결 고리가 생기는 상황을 맞닥들일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피치파이프'라는 소품과
삼촌이 만화가란 직업과 함께 '게릴라 가드너'라는 설정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주인공의 상황이- '알고보면 내가 네 아빠야 엄마야' 하는 설정- 드라마에서는 흔한 설정일지 몰라도 익숙한 상황은 아니다. 동화에서 조차도. 하지만 봄인이가 삼촌 방에서 피치파이프라는 소품을 보고 찾았던 것이나. 손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았던 피치파이프가 자연스레 내 것이 된 것처럼. 피치파이프가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음을 조율하는 것처럼. 어느새 이야기 속에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봄인이와 삼촌.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관계들에서 처음엔 삐걱대고 서로를 밀어낼 지 몰라도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맞춰가는 시간들이 펼쳐지리라 믿는다.
또 게릴라 가드너라는 생소한 일이, 쓰레기가 쌓인 땅이나 빈 땅에 꽃을 심는 일처럼 삼촌과 겉도는 상황들도~ 차차 하나씩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되겠지. 다음 편에선(분명히 이 시리즈는 아직 풀어낼 이야기가 더 있다고 본다.) 봄인이가 멀리 떠난 부모님의 존재를 그리워하기보다 삼촌과 통하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등장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