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나라 파란 이야기 18
이반디 지음, 모예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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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만나고 받았던 이미지는 가볍고 얇고 두께의 동화책이구나. 사랑스러운 아이가 표지에 등장하고 제목마저 '햇살나라' 라니~ 훌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는걸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한 권을 다 읽었을 때, 잠시 멍해지는 마음을 추스려야했다. 눈부시게 밝고 사랑스러워서 더 슬픈- 4편의 단편 동화가 각 이야기마다 묵직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햇살나라

홀로 남아 코끼리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는 시간을 보내는 아이. 한낮에도 어두운 세아네 집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창문이 있었는데 바람이 불던 날, 그 창으로 손님이 찾아오며 세아가 더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다. 바람 요정, 비 요정, 햇살 요정 그리고 그들의 엄마 하늘의 여신까지.


"너는 햇살 나라의 공주니까 언제든지 엄마에게 올 수 있단다.

햇살은 사라지지 않지."

p.22

세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년 여름, 홍수에 빈지하 에서 삶을 마감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홀로 지내는 시간도 그림을 그리며 견뎌낸 아이. 창밖의 손님을 기다리며 ~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엄마에게 안무서웠다고 말하는 아이. 이제 곧, 바라던 미술 학원에 갈 날이 다가왔는데~ 햇살 같은 아이가 어디로 가게 될까.


다정한 스튜어트

두 번째 이야기, 다정한 스튜어트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늘 시끄럽고 소리지르고 누군가 울고 있는 장면 뿐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늘자기가 모두에게 벌을 내릴 것 같아 미안한 아이. 스튜어트는 유일하게 준이에게 다정했던 이모가 준 폴라로이드 카메라 였지만, 이마저도 엄마의 손에 부서지고~

더이상 자신의 곁에 다정한 순간이. 다정한 시선이. 다정한 것을 찾을 수 없는 준이는 몸과 마음이 흠쩍 젖은 날, 고장난 스튜어트의 눈으로 엄마를 마주하게 된다.


준이의 새까만 눈은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다만 그 사진 속 여자를 아무리 미워해도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되니

더없이 슬퍼 보일 뿐이었습니다.

p.43


마녀 포포포

엄마와 단둘이 사는 마녀 포포포.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 아픈 엄마와 함께 살면서 마을에서 마녀임을 들키지 말고 살아야 하는 아이. 어느날 포포포는 전쟁 때문에 고향을 떠나 눈길을 헤매는 아이를 만나고 아이를 돕기 위해 숨겨온 재능을 꺼내게 되는데~

사랑과 용기가 있어야 마법을 부릴 수 있단다

p.60


이닦아 주는 침대

미래의 아이의 권리를 담보고 평생 귀찮은 일에서 해방된다면? 구강관리를 해주는 침대가 우주시민자격증을 넘기는 것으로 거래된다는 이야기는 처음엔 좀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였다.

시우 꿈이 뭔지 몰라? 우주인이 된다잖아. 우주인 되면 어쩌려고?

아이고, 퍽이나. 저렇게 몸도 약하고 공부도 안 하는 애가?

어차피 우주 시민은 꿈도 못 꾸는데, 이 잘 관리하고 여기에서나 잘 사는 게 나아.

설마 애들 살 동안 지구가 끝장나겠어?

p.76

자신을 채우던 밝은 즐거움과 힘찬 용기가 피시식 빠져나가는 소리. 부모로부터, 먼 미래로 부터 버림받은 기분을 느끼던 아이. 아이를 위해 부모가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는 대목에서 무엇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하는 질문이 맴돌았다.


  다 읽고 뒷표지를 살피지 이제서야 들어오던 말.

'가장 깊고 슬픈 동화'

분명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인데 곁에 어른들이 없어서. 빈껍데기인 어른들만 있어서. 찌릿하고 묵직하게 다가온 이야기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쩌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라 어린이들에게 감추고도 싶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어린이들이 그 무서운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말 중-

  내 곁의 가족과 이웃을 밝은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괴롭지만 타인에 대해 눈을 뜨는 것에서부터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작가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슬픈 세상을 사는 것 같아 답답하고 막막한 주말에 이야기를 읽으며 햇살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아이들과 주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다정한 응원을 함께 나누고 싶은 겨울이다.


*이 글은 나는 교사다 써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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