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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김태호 작가님의 동화가 나왔구나! 신호등 특공대, 복희탕의 비밀, 네모돼지, 일퍼센트 모두 재미있게 읽은 동화들이라 이번 '나는 교사다' 서평 도서가 김태호 작가님의 동화라는 말에 바로 들뜨고 말았다. 특히 네모돼지의 날카로운 시선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었는데, 달코끼리에서 풀 작가님의 동물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표지로만 봤을 때는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 코끼리 이야기일 것 같은데~ 끝까지 몽글몽글 사랑스러운 이야기일까.

추운 겨울날, 공원 산책 중에 만난 죽은 강아지.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온통 하얀 눈밭에서 초록빛 잔디 위 웅크린 채로 발견된 존재.
보미는 죽은 개를 바로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간단한 체크 만으로,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망진단을 내리고 돌아서는 원장님. 주인공 보미는 포기하지 않고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운 동물을 안고 집으로 향한다. 보미의 정성어린 돌봄으로 다시 기운을 차리고 살아난 동물은 코끼리. 하얀 보름달 같은 흰 코끼리에 보미는 '달 코끼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알고보니 달코는 신비로운 존재. 달이 모양을 변하듯 달코끼리 달코는 주변을 변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메말라 죽어가던 식물도 달코의 온기가 닿으면 살아나고~ 아픈 할아버지도 기운 차리게 만드는~
그리고 자신의 모습도 주변의 대우에 따라 달라진다.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큰 위기는 달코를 구하는데 함께 한 친구 다움의 엄마와의 만남이다. 젊은 시장으로 인기가 있는 강해라 시장은 재선을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다 달코를 그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점찍게 되고~ 반강제적으로 달코를 동물원에 가두어 시의 홍보물로 사용하려고 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데~
어른들은 왜 그렇게 다 빼앗아 가려고만 해?
동화 속 보미의 말은 글을 읽는 내게도 따끔한 말이었다.
강해라 시장이, 아들의 종알거리는 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함께 하는 동물을 돌볼 책임이나 권리도 빼앗아 가는 것을 보면서.... 현실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 괜시리 멋쩍었다.
돌아보니 지난 출근길에도 차에 치여 죽은 동물을 마주했었다. 끔찍하다고 눈을 질끈 감고 지나쳤을 뿐
누군가 치워주겠지 하고 생각했을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지나쳤었는데
그래서 첫장면에서 바로 몸이 차가워진 동물에게 망설임없이 손을 뻗는 봄이의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그러고보니, 보미... '봄'이란 단어를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이름. 봄은 생명의 근원인 계절이 아니던가. 봄이의 친구 '다움'이는 어린이 '다움', 인간'다움'에서 왔을까. 이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생명도 살려내는 달코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듯하다.
결국 빼앗긴 달코는 동물원에서 보호를 받기는 커녕 어른들의 욕심에 성장 주사를 비롯하여 입에 대지 말아야할 것 까지 삼키게 되는데... 달코는 이대로 안전할 수 있을까? 보미와 다움이는 달코와 다시 뛰어놀 수 있을까?
인간의 개입이 없어도 자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 냅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연 그대로 놓아두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자연의 회복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오랫동안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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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 낸 자산을 이웃과 나누는 일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잠시 자연과 맞서 달리는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어떨까요?
강해라 시장이 악당처럼 그려지긴 했지만~ 강해라 시장과 같은 사람을 원하고 바란 것은~ 아니 만든것은 지금의 어른들 아닐까. 어느덧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은 지나지게 경제적이고 편의성 추구가 우선 아니던가. 기후위기라고 하지만 조금의 땀도 참지 못하고 찾는 냉방시설. 그리고 한 겨울에도 바깥의 공기와 무관하게 따뜻하다 못해 뜨끈한 실내 온도. 폐기물이 얼마가 생기든 당장 내 눈 앞에, 내가 발딛는 곳 쾌적한 환경이 펼쳐지면 다른지역의 고통이나 신음쯤은 쉽게 눈감아 버리는 현실. 동화 속 달코끼리는 우리 주변의 작은 씨앗하나, 풀 한 포기 같은 작은 생명일 수도 있고~ 흙일 수도 있고 물일 수도 있겠다. 달코끼리 자체가 자연일 수 있겠구나. 친환경을 그렇게 외쳐대지만 되도록 자연에 되도록 무해하게 사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던가.
우리가 마구 자원을 낭비하고 해로운 것을 버려댈 때도 여전히 봄이라고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푸릇한 잎을 보여주고, 이제 서서히 물들어가는 가을을 지켜보면서~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뿐인가 하는 생각이 든 동화였다.
바로 지금이, 죽어가는 달코의 미세한 온기에 온정성을 다해 살려내는 보미의 손길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
보미가 달코를 깨우며 외치던 목소리가 들린다.
"잘한다. 잘한다. 어서 일어나자."
*이 글은 출판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