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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양말이 사라졌어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41
황지영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여름에도 발이 시린 아이, 규리.
그래서 할머니가 떠준 털양말을 꼭 신어야하는데 도무지 양말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우리집 아이들은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고, 짝이 없으면 없는대로 신고 다니기도 하는데. 귤이에겐 딱 그 양말만이 발을 감싸줄 수 있나보다.
처음엔 각별한 사이인 할머니의 부재가 아이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왔나 싶었다. 규리에게 할머니는 그야말로 슬픔의 완충재 같은 존재였을지도~ 부모님에게 혼났을 때, 같이 놀 친구가 없을 때, 아무도 자기 마음을 몰라줄 때 유일하게 마음을 보듬어 주던 할머니.
때론 슬픔은 야속하게도 몰아치며 다가오기도 한다.
할머니는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버거운 규리에게 단짝 친구마저 전학으로 떠난 상태. 이러나 저러나 규리에겐 귤 양말이 꼭 필요한 상황인데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눈물 도깨비가 규리의 양말을 가지고 가버린다. 다시 돌려받긴 했지만
도깨비가 신은 양말은 다시 신으면 안된다는데… 규리는 과연 양말을 신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귤 양말을 되찾는 과정에서 규리는 무심코 들여다 본 친구들의 발을 들여다본다.
그중에 규리처럼 짝짝이 양말을 신은 아이, 승현을 다시 보게 되는데~
까불이 승현은 슬픔따윈 다가오지 않을 듯 늘 까불까불+생글생글인 아이.
알고보니 슬픔이 가득 차 있는 인간에게만 보인다는
눈물 도깨비, 루이가 승현이 눈에도 보인다니?
슬픔 때문에 발마저 시린 아이가 주변으로 눈을 돌리자 알고보니 나 혼자만이 슬픔이 아니었구나 싶다. 슬픔에 빠져 있었던 사람의 눈에 더 잘 보이는 상황이나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그려진다. 아픈 일을 겪고 나면 주변의 슬픔이나 아픔이 더 깊게 다가오는 것처럼.
눈물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엉엉 우는 울음 때문에 생기는 눈물이 있는가하면 삼키는 눈물도 있으니까. 알고보니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가 자신의 슬픔을 감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때론 혼자 감당하기에 슬픔이 버거워질 때. 슬픔에 잠식당하기 전에 눈물 도깨비들이 슬픔의 일부를 거둬간다는 설정이 반갑고 사랑스럽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꼭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너는 언제 규리처럼 귤 양말이 필요하니?”
아니, 나는 언제 귤 양말이 필요할까?
내게 귤 양말같은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슬픔이 다가올 때, 슬픔을 맞이하는 방법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규리와 친구들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슬픔에 풍덩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슬플 땐 기꺼이 슬퍼할 것. 하지만 눈물이 인간을 삼키지 않도록, 슬픔을 대하는 자세
위로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야기.
때론, 아이가 감당할만한 무게의 슬픔에 당장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일 지라도~ 곁은 지켜줄 수 있는 것! 손을 꽉 잡고 다시 발 딛을 수 있는 힘은 작은 아이들의 마주잡은 손과 온기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