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었네 스콜라 창작 그림책 80
신순재 지음, 염혜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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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이 3월을 보내다보니 벌써 꽃잎이 하나 둘씩 흩날리기 시작하고

이제 꽃잎보다 연두빛이 더 올라오는 때가 되었어요.

바닥에 뒹구는 꽃잎을 주워 담다보니 올해도 또 제때 봄꽃 구경가는 걸 깜박했네.

새삼스레 놓친 봄이 아쉽기만 합니다.

주말에 뒹굴거리지말고 뒷산이라도 갈걸 후회하며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누가 쳐다보나 했더니 퇴근길마다 만나는 고양이 친구가 어디를 서둘러 가고 있네요.

요즘 이 녀석을 자주 만나다보니 고양이 모습이 자꾸 아른아른 거리는데

이 책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저 활짝 핀 꽃들 사이에 한 페이지 펴고 따사로운 빛 아래 함께 넘기고픈 책.

  무엇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양이 친구들을 잔뜩 만날 수 있거든요.

이제 그림책을 넘겨볼 때면 제일 먼저 작가님의 글을 천천히 살피게 되는데

신순재 글작가님의 말이 꽃구경을 놓쳐 속상한 제 마음에 살포시 와닿습니다.

한발 늦은 벚꽃고 얼마나 화사하게 피는지 지켜보면서 한발 늦었다고 상심했지만, 내 속도로 걸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한발 늦은 친구들에게 같이 걷자 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셨다고~

그림작가인 염혜원 작가님의 전작은 아이들과 어려서부터 여러번 읽은 터라 더 반가웠어요. <물웅덩이로 참방>이나 <수영장 가는 날>, <나는 자라요>는 특히 저희집 세 딸이 사랑했고 지금도 종종 넘겨보는 책입니다.


알고보니 주인공이 고양이 뿐만은 아니네요. 한발 늦은 친구가 또 있었어요.

우다다다다 뛰어가는 친구들을 놓쳐버린 아이.

하지만 괜찮아요.

아이 곁엔 고양이 뿐 아니라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내 아이에겐 참 힘든 이 말이

교실에선 보입니다.

한발 늦는 친구들의 세심함.

빠르게 달려가는 사이 못보던 것을

찾아낸 아이들의 귀한 시선을.

이 책을 보면서 유독 4월에 태어난 둘째가 생각났어요.

늘 꼼지락 꼼지락 준비도 오래 걸리고

무언가 꽂히면 주변을 잘 보이지 않아서 채근하곤 했던 아이.

유난히 낯선 환경도 사람들도 가려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얼마전 만난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에서는 아이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에게 쉽지 않은 활동도 끝까지 해내는 점을 칭찬해주셨어요.

아이를 기꺼이 기다려주시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의 배려를 느끼며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이 책은 지금 이 봄에, 봄꽃같은 아이들과 날리는 꽃잎 사이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이에요.

그리고 꽃이 다 떨어졌다고 서운해하는 아이들에게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난 밝은 연두빛의 잎들을 올려다보며

그리고 다른 꽃잎이 떨어질 때 이제 때를 만나 피려고 준비하는 꽃들을 찾아보며

때론 우리가 넘어지더라도~ 혼자 늦는 듯해도 곁에서 함께 이는 이들을 보자고

그리고 남들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때를 만난 것들을 떠올려보자고

이야기 나누고픈 책입니다.

  사랑스러운 이 책을 들고 봄나들이 가고 싶네요. 아직 봄이니깐요.


이 글은 해당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발늦었네#신순재_글#염혜원_그림#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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