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만드는 말의 정원 상상문고 13
김주현 지음, 모예진 그림 / 노란상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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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볕이 들어와 온 집안을 밝히고 그 빛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귀한 오전 시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고 꽁꽁 닫아둔 집 안에서 시들시들하게 변한 화분을 베란다로 옮겨 간만에 바람도 쐬어주고~ 물도 뿌려주니 실내에선 못맡았던 향이 솔솔 난다.

전작 시간을 굽는 빵집에서 호흡을 맞춘 김주현 작가님과 모예진 작가님의 신작, 은 이런 따스한 볕 아래 읽으면 더 좋은 책.


  말이 그 사람의 인격이고, 말에도 향기가 있다는 말은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준수가 짜증 어린 말을 내뿜다 말 냄새 수집가를 만나고, 아저씨가 가꾸는 말의 정원에 초대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늘 혼나는 것이 일상인 준수와 하나 뿐인 손주에게도 거친 말을 내뱉는 준수의 할아버지. 실은 준수와 할아버지 모두 기억 속의 향을 억지로 지우고,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거친 말로 주변 사람들을 밀어 냈던 것.

모든 생명에는 향기가 있지.

p.34

  준수가 엄마의 향을 떠올리고 세상을 떠난 아내의 향을 떠올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과연 그들은 어떤 향을 품었을까. 애초에 나던 향은 지금의 좋지 않은 냄새가 덮여 지워진 것처럼 보였을 뿐. 그 사람의 향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좋은 냄새만으로는 이런 깊은 향기를 만들 수 없어.

좋은 냄새는 그냥 좋은 냄새일 뿐이지.

p.57

  말냄새 수집가인 검은 망토 아저씨의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구리구리 냄새나는 말을 신나게 늘어놓던 그 속에는 보석이 숨겨져 있다는 것. 냄새나는 말이 만든 쓰레기도 거름이 되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

  제비꽃을 돌보며 마음을 여는 준수와 민들레를 보며 떠난 할머니를 떠올리는 할아버지. 사랑이 필요한 아이가 또 다른 상처 입은 존재를 돌보며 새롭게 본인의 향기를 깨닫게 되는 장면에서 유난히 책장 위에 덮인 볕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말은 웃음처럼 전염되는 거야.

네 부드러운 말이 할아버지 마음을 녹이고 있어.

게다가 할아버지가 매일 꽃에게 말을 건다고 했지?

하루 종일 고단했던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생긴거야.

마음을 나눌 친구만 있어도

뾰족뾰족 돋았던 가시가 서서히 사라진단다. 날 믿어.

p.74

  나의 말은 오늘 어떤 향을 품었을까? 집 정리를 마치고 맡는 그윽한 커피향? 멸치 육수 끓어오를 때 나는 달큰하고 구수한 향? 말랑말랑 속살을 펼치자 마자 톡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시큼한 귤향?

문득 어제 저녁을 떠올리니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에게 끝도 없이 늘어놓던 잔소리는

향기보다는 피하고 싶은 냄새가 날 거 같은데~

말과 함께 향이 퍼진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내 말 한 마디에 신경 쓰게 되는 오늘.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서로의 향기로 마음에 꽃을 피워야겠다. 하루 종일 고단했던 마음도 털어놓고 가시도 털어내고~ 오늘은 다정한 향이 나는 밤을 만들어야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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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해당 출판사(노란상상)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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