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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 ㅣ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2
임다솔 지음, 정은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대학교에서 처음 만났던 광주 사태는 내겐 충격이었고 울음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가 현대사를 물어보면 난 외면하고 모른 체 하거나 혹은 답을 우물거리게 된다.
이야기하기엔 가슴이 아프고 그 깊은 역사의 암울함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음도 있다. 좋은 것만 알았으면 한다는 어리석음이다.
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 내가 아이에게 알려주기 힘들었던 역사를 담았다고 해서 관심이 컸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려니 했다. 현대사를 배우는 아이에겐 궁금한 역사의 단편이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 함께 하는 동안, 부드럽게 스며들어 있는 광주이야기를 만났다. 조금은 노골적일 수 있는 역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는 슬픈 외할머니의, 엄마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였다.
제목은 평범한 소설처럼 느껴지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면 아이가 광주민주화 운동을 만날 수 있다. 신비한 시간 여행처럼, 6학년 마지막 여름방학을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 댁에서 보내는 나빛이가 어느 순간 도착한 그 곳, 1980년 광주.
억울한 죽음도 보였고, 원치 않는 죽음을 만든 군인의 뜨거운 눈물도 만날 수 있었던 책. 아마도 그 누구를 위해 죽고 죽였는지 되묻고 싶은 작가의 맘도 있었겠지 싶다. 동감이다. 항상 묻게 되는 말, 누굴 위해 역사는 이런 슬픔을 머금고 있는가.
초등 고학년이면 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를 읽고 난 후 역사 속 민주화 운동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처럼 무게있는 이야기도 한번쯤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