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인형에 푹 빠졌다. 그런데 그 인형이란 게 요즘 나오는 서양 인형처럼 눈도 부리부리하고 코도 뾰족하고 머리카락도 노란 그런 인형이 아니라 닥종이처럼 만들어진 동글동글한 코와 두툼한 입매무새 그리고 작지만 귀엽게 웃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 담긴 인형이다. 그러던 참에 만난 눈사람. 이국적이지 않게 생긴 두 형제가 눈이 쌓인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과정이 찬찬히 나오는 책이다. 그런데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 정겹다. 6~70년대 가장 보기 쉬운 모습이랄까. 우리네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이렇게 살았겠지 쉽게 앞마당도 있고 장독대도 있고 추운 볼을 감싸주는 귀마게도 하고 있는 형아랑 엄마가 짜주었을듯 싶은 노란 스웨터를 입은 동생이 보였다. 그리고 마당에 쌓인 눈으로 눈사람을 만드는데 눈이랑 입은 아궁이에서 나오는 숯으로 하고 귀는 조갯껍데기로 멋지게 완성했다. 그리고 잠이 들어야 할 시간. 형은 눈사람이 따뜻한 곳에 가면 녹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 사실을 이해못하는 동생은 밤새도록 애가 타게 창밖 홀로 남은 눈사람을 살피는데 그 모습이 살갑고 행복하게 좋다. 책읽기를 좋아라하지 않는 둘째도 이 책 표지에 나온 귀여운 세 형제 인형을 보더니 이내 씩 웃어가며 책에 다가앉는다. 역시 인형의 살아있는듯한 움직임이 아이에게 감동(?)을 주나보다. 그리곤 살짝 손으로 인형을 쓰다듬듯 책장을 쓰다듬는데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눈사람은 눈쌓인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었던 그 때 그시절이 그리운 어른에게도, 엄마 아빠 어렸을 때가 궁금한 아이에게도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너무나 고마운 책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