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용은 꿈의 동물이며 신비함의 상징이다.
하지만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에 나오는 용은 신화적 동물이 아니다.
그대신 많은 은유적 뜻을 담고 있다.
어려서 무척 친했던 친구인 야스오와 유키. 그 둘이 서먹하게 되고 서로를 외면하는 관계가 된 과정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둘이 우연히 학교에 가고 교실에서 용을 물리친다는 기사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편다.
사는 곳도 다양하고 그 모습도 각양각색이지. 그리고 성격도 천차만별이란다......
어떤 용이든 사악하다는 점은 다 똑같지.
단순하고 파괴적인 용, 교활한 용, 언뜻 보면 아름다운데 실은 냉혹한 용도 있지......
온갖 장소에 온갖 모습을 한 용이 숨어서 똬리를 틀고 있어.
------- 본문 35~36페이지
그 중 용을 물리치는 기사 제럴드가 용의 성격이나 종류를 설명하는 듯 보이는 이 글. 언뜻 읽으면 그냥 그런 이야기려니 하고 흘려버리기 쉬운 글귀지만 어쩜 이 책의 주제를 모두 담고 있는 용의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할 용의 모습이기도 하다.
처음에 야스오와 유키도 이런 용 속에 숨은 진실을 몰랐다. 그래서 단순히 보이는 용을 찾고 그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이나 어떻게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어 제럴드가 많은 용들을 물리쳤는지 등 무용담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물론 야스오는 제럴드를 연극을 위해 학교에 온 연극배우로 알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교실을 지키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진짜 용이 나타난다. 믿지 못했던 야스오와 유키도 제럴드가 용과 싸우는 동안 위기에 처하자 서로 힘을 합하여 용을 물리친다. 신기하게도 용을 물리치자 용도 사라지고 싸우는 동안 엉망이 되었던 교실도 처음처럼 잘 정리가 되어 있다.
다만 용이 사라지자 어렸을 때의 다정함을 잃고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야스오와 유키가 다시 서로에게 친근감을 되찾게 되었다는 것만 보이지 않게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학교에서 불량스러웠던 유키의 생활도 안정감 있고 적극적인 생활로 바뀌었고 꿈이 없다던 유키가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작가는 여기서 용은 우리 맘 속에 있는 미움이나 냉정함이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이란 것을 주인공들이 깨닫게 되면서 동시에 독자에게도 용의 의미를 살짝 알려준 듯 싶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외로움을 주는 용이 나타나지 않게, 아이 스스로 그런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는 동화 속에 아주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어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도 스스로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길 하는 바람이 하나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