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체론 - 천황제 속에 담긴 일본의 허구
시라이 사토시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9월
평점 :
영속패전론(2013년 著, 2017년 정선태 譯)으로 일약 명성을 떨친 그 시라이 사토시의 신작입니다. 2차 대전에서의 패전의 부인을 위해 대미종속을 지속해가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기에 패배를 지속해 나간다는 일본 우익의 영속 패전 레짐을 주창해서 카도가와 재단 학예상을 비롯해 상복이 많으셨다는 레닌 전공하시는 신예(1977년생이니 적다고 하기엔 또 그런 나이긴 합니다만)정치학자의 신작이니 흥미를 끌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일본 내 같은 리버럴쪽에서도 영속 패전론은 그 패전 이후의 다양한 일본 내 자생적 노력들을 너무나도 단순화시킨 구조로 인해 비판을 받고는 합니다. 이를테면 '영속패전체제가 일본의 기본구조라면, 전후민주주의란 전부 허망한 것으로, 단지 일본인은 미국이 만든 무대 위에서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자신이 결정하는 일 없이, 금새 부스러질 민주주의 정치를 해온 것이 되나, 그것은 과도한 단순화이다.' (民主主義は終わるのか――瀬戸際に立つ日本 (岩波新書) 山口 二郎, 2019)
그렇다고는 하나 아직도 기쿠 터부(菊Taboo)가 만연한 일본에서 이런 대담한 담론을 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음직한 점을 생각해 본다면 디테일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책은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좀 스포일러스럽긴 한데 그래도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 '국체론'의 주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일본의 천황의 위치에 전후의 미국이 들어앉게 되었고, 헤이세이 전 천황의 퇴위 의사 표명(2016년)도 국가의 상징으로서의 상징천황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어려운 노쇠화로 인한 스스로의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작 일본 우익들에서도 정작 자신들의 헤이세이 천황의 적극적인 활동을 꺼리는 반면 천황이 아닌 미국을 떠받들며 종속되어 영속패전레짐 속에서 아시아 주변국을 멸시하며 망동하고 있다.. 정도로 정리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간단히 거칠게 정리할만큼 간단한 내용의 책은 아니며, 메이지 시기의 전전 레짐의 형성부터 패전 후의 전후 레짐의 형성, 전전 레짐의 안정에서 붕괴기와 전후 레짐의 안정에서 붕괴기를 비교해서 다루며, 이러이러한 점에서 대미종속적인 현재의 레짐은 붕괴되고 있다는 비교와 고찰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 더 궁금하시면 이 참에 사서 읽으시면 좋으실 듯 싶습니다.
사실 미국을 천황의 위치에 둔 가설은 시라이 사토시의 이 책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우치다 다쓰루와의 대담집 '사쿠라 진다'(2015년, 2019년 정선태 譯)에서도 해당 언급이 나오고 있긴 하지요. 영속패전론이나 국체론이나 아무래도 문체가 좀 무겁기 마련인데, '사쿠라 진다'는 대담집이면서도 현재의 일본을 이해하기에 필요한 내용이 속속들이 들어있는 책이니 시라이 사토시의 책을 잡기 전에 예비독서용으로 한번 읽어도 좋으실 듯 싶습니다.
아무튼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되는 학자분이라 할 수 있겠으며, 일본 근현대 정치 사상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한 번 권해드릴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7643)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