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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유튜브 '공원생활'이란 채널에서 변지영 작가를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작가가 말하는 감정에 대해서 꽤 궁금해졌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지 삼주만에 드디어 완독하게 되었다. 책은 몇가지 헐리우드 영화나 실제 사연을 소개하면서 내용에 함축되어있는 여러가지 인간 군상의 감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유튜브에서 본 작가의 조곤조곤한 말투가 듣기 좋았는데 글속에서도 매끄럽게 이야기가 전개 되어있어서 책 내용이 쉽게 이해되었으며 작가가 설파하는 중심주제, 즉 감정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갖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 참 많다는 걸 느꼈다. 책 구석구석 맘에 와닿는 구절이 많았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남을 욕하고 내 스스로를 깎아내렸던 기억들을 이젠 스스로 다독일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살자는 모토가 한 때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정도로 인기있던 아이디어였다. 긍정론을 몸소 보여주듯 환하게 웃으며 멀끔한 차림으로 앉아 있던 백인의 책표지가 기억난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참 많은 사람들 마음에 와닿았었는지 요즘도 친구목록에 있는 상태메세지에서 그러한 '긍정론'이 여전히 그 위세를 과시하는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와 같은 문구가 더이상 이 사회에 먹혀들지 않을 정도로 사회도 많이 변했고, 다들 퍽퍽한 일상에 지쳐있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졌다. 그렇기에 한낱 '긍정론'만으로는 이 사태를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겠다.
이 책은 전문적인 이야기는 많이 하지않고, 다만 심리학계에서 논의되었던 주제를 살짝 언급하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며 동시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여러 가치들(예컨대 긍정론)과 상반되는 연구성과를 소개해서 자주 무릎을 치게 만든다. 예컨대 자존감이 높아야 대인관계를 포함해 자기 행복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큰 거부감없이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미 심리학계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 책에 소개되어 있어 신선하면서도 내가 지금껏 남들의 생각에 너무 따라다녔던 것은 아닌지 심각해지기도 한다.
으레 행복해지려면, 그 순서가 '선 자존감 회복(또는 상승), 후 자기 행복의 실현'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아니라, 스스로가 삶의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다보면 좋은 자존감이든, 좋은 대인관계든지 간에 좋은 것이 뒤따라 온다는 것이다.
이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그것은 삶에서 느끼는 만족감, 그리고 수치심과 같이 우리가 기피하려는 감정들에 대한 이해가 폭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감정들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내 경험과 연결해서 생각하기도 쉽고, 전하는 메세지도 신선하기 때문에 참 여러가지 생각이 요동치게 된다. 이 기분이 너무 좋다. 편견이 깨질 때마다 새로운 활력을 얻은 것만 같고 내가 하나 더 배운 것 같은 만족감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소하지만 우리가 현재에 충실하면 삶의 순간순간에서 찾을 수 있는 만족감이랄까.
사실 책에는 수치심, 원망, 상실감, 배신감, 분노,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에 여러가지 영화, 실제 사례들을 곁들여주고 있어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서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내가 느꼈던 소비충동, 짜증, 불만족,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 미워하는 마음 등과 같이 우리가 오래 담아두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시 되돌아 보게 될 것이다. 내 감정을 이해하는 데 나도 몰랐던 편견들을 벗어던진 것 같아 속이 정말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