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록색으로 물결치는 논옆에는 무슨 시대극에나 나올 법한 조그만 목조 오두막이 있고, 산 경사면에는 햇빛을 반사하는 묘지가 있고 강가에는 개를 산책시키는 커플이 보없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면서 저기에 내가 서 있을 일은 평생없겠다는 생각과 기묘한 놀라움을 품었다. 저 편의점에 들어갈일도, 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주문할 일도, 저 창으로 이쪽을 바라볼 일도, 내 인생에서는 거의 확실히 없을 것이다. 내 몸은 너무나 작고 주어진 인생의 시간도 유한해 순식간에 통과하는 이풍경의 모든 곳에 실제로 내가 설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이 나와 관련될 일 없는 그런 풍경 속에서 나날을보낼 것이다. 그것은 내게 놀라움과 쓸쓸함이 뒤섞인, 왠지 감동적인 발견이었다. -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