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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진실과 미래 ㅣ 화폐전쟁
CCTV 경제 30분팀 지음, 류방승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화폐전쟁 1,2를 읽지는 않았는데 음모론적인 시각이다,라는 평이 있었던 전작들에 비해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는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계 정세와 맞물린 화폐의 힘을 설명하고 있다. '파운드' 시대부터 '달러', '엔', '유로', '위안'에 이르기까지 기축 통화로서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해 왔고 그 배경으로 각 나라의 국력이 어떻게 이동해 갔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초기의 기축통화였던 파운드는 1,2차 세계대전 이후, 심각한 재무적 위험성에 몰리게 된다.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그전까지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파운드는 세계대전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미국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운드 시대에서 달러의 시대로 넘어간다.
그러나 미국경제는 베트남 전생으로 인한 달러남발과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 후 '잃어버린 10년'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고, 이 때 엔화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넘보게 된다. 그 이후, 엔화는 미국과의 무역마찰,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평가절상으로 인해 버블경제가 무너지게 되어 일본 경제가 침체하게 되어 기축통화로서의 힘을 상실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이 힘을 얻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역사를 살펴보면서 위안화가 나아갈 길과 아직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 부족한 중국경제, 향후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재의 중국경제는 80년대의 일본경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데, 엔화처럼 위안화는 국제화에 성공할지, 몰락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문제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파운드의 역사 (특히 뉴턴이 행보. 뉴턴이 케임브리지 교수 생활을 접고 영국 왕립 조폐국 국장으로 일했다는 사실), 금본위제의 시작과 폐지, 엔화 및 유로화의 부흥과 패망이 미국의 패권주의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각국의 화폐가 세계 화폐 시스템에서 어떤 위치를 갖는지는 그 국가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또 거꾸로 화폐의 지위를 통해 해당 국가의 경제 발전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화폐 시스템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일테면 '화폐의 정치화'이다. 이러한 화폐전쟁은 한층 격렬한 방식으로 폭발하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실제 전쟁을 불사하기도 한다.
.. 미국은 달러의 패권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화폐를 둘러싼 치열한 암투는 지금껏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
이 책의 중점적인 내용은 기축통화의 변화적인 흐름이지만, 위안의 국제화에 대한 이슈를 언급하면서 화폐가 국제화되어 가는 과정 또한 인상깊었다. 통상적으로 화폐의 국제화 과정은 무역 결제 수단, 금융 거래 수단, 기축통화의 3단계를 거쳐 완성된다고 한다. 중국이 계획경제체제에서 짧은 시간동안 현재의 경제 모습을 이루기까지, 벌써 위안으로 무역을 이루는 모습도 간간히 보이고 (통화 스와프) 향후 20년 동안의 중국의 경제or화폐 위상이 더욱 궁금해진다. 서프프라임 사태나 끊임없이 달러의 남발을 통해 달러의 기축 통화가 계속되리라는 확신은 더더욱 없어지는 지금 (물론 또 다른 세계화폐가 주장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위안화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또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유로화처럼, 아시아도 공동 화폐가 언젠가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모처럼의 경제서를 읽고 주요 통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특히 책 초반에 화폐의 종류별 역사를 도표로 정리해둔것) 그 동안 막연히만 알고 있었던 기축통화의 권력에 대해서 개념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좋은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