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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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우수한 아이로 소문났던 가케이 마사야. 현재는 변변치 못한 대학에서 적응도 제대로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자취집으로 배달된 우편물. 그 속에는 생각지도 못한 편지가 들어 있었다. 24명의 소년, 소녀 등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범 하이무라 야마토에게서 온 편지. 확실히 밝혀진 아홉 건의 살인 중 한 건은 자신의 범행이 아니므로 그 일에 대해서 진실을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 하이무라는 마사야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어릴 적 동네 빵집의 주인이었다. 고민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인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주변 인물들과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이무라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마사야는 점점 그에게 매료되어감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하이무라와 마사야의 관계.. 또 반전..

부드러운 말투와 좋은 인상, 친절한 태도..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던 그의 평소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어둡고 우울했다. 지능이 떨어지는 엄마와, 자신을 학대하던 양아버지 밑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바른 아이로 자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겉으로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 속에는 어둠이 꿈틀대고 있었다. 실제 책에서 마사야가 하이무라에 대해서 조사하던 중 읽은 다양한 연쇄살인범들의 자란 환경이 불행했다. 전체가 다 그랬다고 하면, 그 와중에서도 어둠을 떨쳐낸 사람들이 발끈할지 모르지만, 환경이 사람을 지배하는 건 거스르기 어려운 일인 듯하다.

마사야는 어째서 하이무라에게 매료된 걸까..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인정 욕구가 아니었을까.. 어릴 적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버지에게서 다시금 인정받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했던 현실.. 하이무라는 알고 있었던 거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인간은 모두 그런 법이야. 현재 상황에 완전히 만족하는 일은 없어. 언제나 '여기 아닌 어딘가'를 바라지..."(본문 351p)

마사야가 하이무라에게 매료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어쩌면 나도 그에게 매력이 있음을 느낀 것도 같다. 그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단지 말하는 것만으로 타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지 읽을수록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의 진행과 반전, 그에 따라 드러나는 진실들이 충격이고 소름이었다.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르포를 종종 접할 때마다 그들의 심리는 대체 어떠할까 궁금했는데, 문자로 눈과 뇌에 박혀들어오는 그들의 속내는 역시 소름이었다. 소름 돋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남는 생각 하나..

하이무라는 단지 추악한 연쇄살인범일 뿐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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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신부의 순진 열린책들 세계문학 245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이상원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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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셜록홈즈의 열렬한 팬임을 밝혀둔다. 홈즈와 에르퀼 푸아로와 더불어 세계 3대 탐정으로 손꼽힌다는 탐정 브라운 신부님.. 죄송해요.. 제가 홈즈에만 빠져 있어서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신부님이라고 하면 수도원이나 성당에서 기도하고 인자한 웃음으로 맞이해 주시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범죄 사건에 나타나는 신부님이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브라운 신부님은 작달막한 키, 커다란 머리통, 둥글고 넓적한 얼굴, 멍하게 뜬 회색 눈에, 항상 커다란 검은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우산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신부님은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일 뿐인데, 탐정이라고 하니 주소나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사건마다 날카로운 추리로 범인을 순식간에 밝혀내는 모습이 여간 보통 신부님이 아니었다. 사실 홈즈 추리에 익숙하던 터라 논리적인 추론 과정 없이 급하게 범인을 잡아내는 모습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탐정들은 범인을 잡아내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만, 브라운 신부는 범인이 죄를 뉘우치고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도 하고, 뭔가 딱 맺어주는 결말이 아닌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게 바로 종교의 포용성인가.. 하고 생각했다. 한 예로 유명한 도둑 플랑보는 초반 몇 편에서는 도둑으로 나오지만 후에는 탐정 활동을 하며 브라운 신부와 짝을 이루어 활동한다.



원문이 그런지 번역이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황 묘사에 굉장히 공을 들여놔서 읽는데 내용에 집중하기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장황한 설명을 읽다 보면 지금 무슨 얘기 하고 있었더라.. ?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신부와 탐정.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직업. 하지만 신부라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의 은밀한 이야기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탐정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캐릭터가 아직은 어리둥절하지만 꽤나 매력적인 탐정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죄의 결과가 벌 하나만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닌 란 걸 알게 한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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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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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에 출간된 [칠드런]을 알지 못한 채로 [서브머린]을 읽게 됐다.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두 권 읽어봤고, 영화로 한 편을 보긴 했지만 사실 엄청 재밌어!!라고 느끼지는 못해서 약간의 걱정을 안고 시작했다. 전작을 먼저 읽어보는 편이 좋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당장 내 손에 있는 책부터 읽어보고 재밌으면 전작도 읽으리라 생각했다. [칠드런]이 재미없으면 이 책은 안 펴 볼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 따윈 상큼하게 날려버리고, 표지 색깔만큼이나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소개된 진나이와 순진하고 성실한 무토는 '가정법원 조사관'이다.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우선 처벌보다는 그들을 지켜보며 갱생을 위해 조언과 지도를 한다.

  이야기에는 무면허로 운전하다 사람을 죽인 다나오카 유마, 인터넷에서 댓글로 죽이겠다는 협박 글을 쓴 사람들에게 똑같이 협박한 이유로 시험 관찰 중인 오야마다 슌, 10년 전 졸음운전으로 초등학생을  죽게 한 와카바야시 등이 나온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도, 엉뚱하고 위험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나름대로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아이도, 과거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참회하며 살아가는 청년도 있다.

  소년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모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성년자라서 또는 적용되는 법이 없어서  가볍게 처벌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슈가 된 유아 사건도 있고.. (이건 심지어 청소년도 아닌 유아라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긴 했다.) 어리다고 해서 죄가 없는 건 아니다. 그들도 잘못을 했다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나이와 무토의 행보를 함께 하면서 느낀 건  그들에게 벌을 주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 조금은 납득이 간다. 그들아 충분한 반성하고  있을 때는 사회로 돌아가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는 것을..  그러함에도 청소년법이 조금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칠드런]은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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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곁에 있어주던 사람에게
박병순.박탄호 지음 / 부크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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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훑어보려고 스르륵 넘기면서 본 '영수증에 쓴 편지'를 읽었을 때부터 이 책 끝까지 다 못 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슬픈 거 잘 못 보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슬픈 거 피하는 사람이라서.. 하지만 그래서 더 읽게 됐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란 단어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거라서..

작가의 아버지는 어릴 적 6.25 전쟁 때 아버지가 아무 죄 없이 빨갱이로 몰려 억울한 죽임을 당해 지독한 가난을 겪으며 살았다.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중단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뒤 월남전에도 참전한다. 월남에서 얻은 고엽제 후유증에 고생고생하다 좀 살만해졌을 땐 다발골수종이란 끔찍한 병과 함께 여러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으셨다.

작가가 태어나 자라는 동안에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고, 그러던 중 일본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할 기회가 생겨 유학을 결심한다. 일본에서 머무는 동안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그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아버지가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신 가르침,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편지, 그리고 차마 전하지 못한 아들의 마음을 담아 책 한 권이 완성되었다. 언젠가 함께 책을 내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고단했던 아버지의 삶이 꼭 내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우리 아빠는 아직 내 곁에 계시지만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나 또한 알고 있다. 어릴 때는 무섭고 커다랗기만 하던 아빠의 모습이 점점 굽어가는 허리와 깊어가는 주름에 한없이 작아 보이는 것을 느낀다. 남들이 보기에는 못 배우고 자랑할 것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한평생 남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올곧고 바르게 살아오신 분이다. 늘 괜찮다 괜찮다 하시면서 자식 걱정이 먼저인 당신. 늘 자신을 낮추고 남 한 번 속이는 일 없이 꼼수 부릴 줄도 모르시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오신 분. 내가 최고로 존경하는 우리 아빠.

아빠가 곁에 안 계실 거란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 자리에 그렇게 계속 있을 것만 같은데.. 아빠는 항상 '나 죽으면 울지 마라. 나는 천국 갈 거니까, 거기가 여기보다 훨씬 좋잖아.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라.'라고 하신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또 아빠 생각이 나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언제가 되던 후회할 날이 오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고 싶다. 내일은 아빠한테 전화라도 한 통 드려야지..

아빠 사랑해♥

아버지의 일기

2013년 9월

징검다리

살얼음 차가운 냇물 건너야 할 너.

외면할 수 없는 너의 앞길을 위해

우린 기꺼이 찬 냇물에 엎드려

네 발걸음 디딜 엄마아빠 징검다리가 되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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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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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집에 돌아온 이치로이 고즈에는 현관문이 닫히기 전 어떤 남자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목이 졸려 죽을 뻔하다가 겨우겨우 살아나게 된다. 이치로이가 발버둥 치다 우연히 범인의 뒷주머니에서 떨어진 수첩 하나. 수첩에는 최근에 벌어진 무차별 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살해 방법이 적혀있었다. 이치로이는 이 연쇄 살인사건의 마지막 피해자였으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이치로이가 얼굴을 본 것을 바탕으로 범인은 금방 밝혀졌으나 그 후로 행방이 묘연해진 범인 때문에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그리고 4년 후, 이치로이는 사건 이후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고, 도대체 범인이 자신을 노린 이유를 알 수 없어 불안의 날들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던 중 당시 수사를 담당한 형사 나루토모의 초대로 한 저택으로 간다. 그곳에는 미스터리 관계의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교류 겸 스터디를 위한 모임인 '연미회'의 멤버 몇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기 있는 미스터리 작가들과 전 현경 출신의 사립탐정 등 7명이 모여 4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에 파헤친다. 미처 알지 못했던 증거들과 미스터리 작가들이 세운 가설 속에서 범인의 살해 동기와 행방을 찾을 수 있을까..

범인을 찾아다닐 줄 알았던 이 책은 밤새 둘러앉아 자신들의 가설을 주장한다. 새로운 증거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이치로이가 사실을 정정할 때마다 바뀌는 추리 배틀이 어쩌면 조금은 지루하다고 느껴졌다. 이렇게 추리만 하다가 밤새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정말로 밤을 새워 버리고, 이대로 범인은 못 찾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대반전이 이렇게 나올 수가..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끝없는 살인.. 하고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다.

중년의 의사, 초등학생, 노인 그리고 평범한 회사원인 이치로이 고즈에는 왜 범인에게 노려졌을까?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 4명의 피해자들에게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던 걸까?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기분 나빠서', '그냥 화가 나서'하는 투의 납득할 수 없는 이유의 폭력, 살인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사람을 죽일 정도의 기분 나쁨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추리 전문가들이 펼치는 추리 가설. 그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범죄자의 심리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구나..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치로이가 처음에 살해 위협을 받을 때의 장면. 몰래 뒤따라오던 사람이 현관문이 닫히기 전에 습격하는 그 장면. 뉴스 기사로 너무 자주 봤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서 더욱더 무서웠다. 물론 마지막 대반전에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사람의 잔인함이란 끝이 없는 것인가.. 그리고 이 끝없는 살인은 정말 끝나지 않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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