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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곁에 있어주던 사람에게
박병순.박탄호 지음 / 부크럼 / 2019년 11월
평점 :
대강 훑어보려고 스르륵 넘기면서 본 '영수증에 쓴 편지'를 읽었을 때부터 이 책 끝까지 다 못 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슬픈 거 잘 못 보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슬픈 거 피하는 사람이라서.. 하지만 그래서 더 읽게 됐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란 단어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거라서..
작가의 아버지는 어릴 적 6.25 전쟁 때 아버지가 아무 죄 없이 빨갱이로 몰려 억울한 죽임을 당해 지독한 가난을 겪으며 살았다.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중단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뒤 월남전에도 참전한다. 월남에서 얻은 고엽제 후유증에 고생고생하다 좀 살만해졌을 땐 다발골수종이란 끔찍한 병과 함께 여러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으셨다.
작가가 태어나 자라는 동안에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고, 그러던 중 일본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할 기회가 생겨 유학을 결심한다. 일본에서 머무는 동안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그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아버지가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신 가르침,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편지, 그리고 차마 전하지 못한 아들의 마음을 담아 책 한 권이 완성되었다. 언젠가 함께 책을 내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고단했던 아버지의 삶이 꼭 내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우리 아빠는 아직 내 곁에 계시지만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나 또한 알고 있다. 어릴 때는 무섭고 커다랗기만 하던 아빠의 모습이 점점 굽어가는 허리와 깊어가는 주름에 한없이 작아 보이는 것을 느낀다. 남들이 보기에는 못 배우고 자랑할 것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한평생 남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올곧고 바르게 살아오신 분이다. 늘 괜찮다 괜찮다 하시면서 자식 걱정이 먼저인 당신. 늘 자신을 낮추고 남 한 번 속이는 일 없이 꼼수 부릴 줄도 모르시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오신 분. 내가 최고로 존경하는 우리 아빠.
아빠가 곁에 안 계실 거란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 자리에 그렇게 계속 있을 것만 같은데.. 아빠는 항상 '나 죽으면 울지 마라. 나는 천국 갈 거니까, 거기가 여기보다 훨씬 좋잖아.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라.'라고 하신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또 아빠 생각이 나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언제가 되던 후회할 날이 오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고 싶다. 내일은 아빠한테 전화라도 한 통 드려야지..
아빠 사랑해♥
아버지의 일기
2013년 9월
징검다리
살얼음 차가운 냇물 건너야 할 너.
외면할 수 없는 너의 앞길을 위해
우린 기꺼이 찬 냇물에 엎드려
네 발걸음 디딜 엄마아빠 징검다리가 되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