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셜록홈즈의 열렬한 팬임을 밝혀둔다. 홈즈와 에르퀼 푸아로와 더불어 세계 3대 탐정으로 손꼽힌다는 탐정 브라운 신부님.. 죄송해요.. 제가 홈즈에만 빠져 있어서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신부님이라고 하면 수도원이나 성당에서 기도하고 인자한 웃음으로 맞이해 주시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범죄 사건에 나타나는 신부님이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브라운 신부님은 작달막한 키, 커다란 머리통, 둥글고 넓적한 얼굴, 멍하게 뜬 회색 눈에, 항상 커다란 검은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우산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신부님은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일 뿐인데, 탐정이라고 하니 주소나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사건마다 날카로운 추리로 범인을 순식간에 밝혀내는 모습이 여간 보통 신부님이 아니었다. 사실 홈즈 추리에 익숙하던 터라 논리적인 추론 과정 없이 급하게 범인을 잡아내는 모습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탐정들은 범인을 잡아내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만, 브라운 신부는 범인이 죄를 뉘우치고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도 하고, 뭔가 딱 맺어주는 결말이 아닌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게 바로 종교의 포용성인가.. 하고 생각했다. 한 예로 유명한 도둑 플랑보는 초반 몇 편에서는 도둑으로 나오지만 후에는 탐정 활동을 하며 브라운 신부와 짝을 이루어 활동한다. 원문이 그런지 번역이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황 묘사에 굉장히 공을 들여놔서 읽는데 내용에 집중하기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장황한 설명을 읽다 보면 지금 무슨 얘기 하고 있었더라.. ?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신부와 탐정.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직업. 하지만 신부라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의 은밀한 이야기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탐정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캐릭터가 아직은 어리둥절하지만 꽤나 매력적인 탐정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죄의 결과가 벌 하나만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닌 란 걸 알게 한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