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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모범피 지음, 동생피 그림 / FIKA(피카)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의 어떤 회차에서 저자가 말했다.
어느 날 서점을 가보았더니 에세이 코너에 캐릭터들이 누워있는 표지에 공감과 위로를 주는 제목의 책이 많이 보이더라고.
그 모습을 보고 요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많이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구절을 읽고 공감하고 모든 페이지를 읽고나서 책을 덮고보니 앗!
이 책의 표지에도 사람이 누워있었다!
다만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사람이 좀... 쪼그라들어 있어서 그게 안타까우면서도 웃펐다.
안타까운 감정은 쪼그라든 모습을 보며 느낀 감정이고 웃픈 감정은 저 일러스트가 내 모습과 비슷해보여서 든 감정이다.

(저렇게 제목을 지은 사람이 모범피고 이렇게 그림을 그린 사람이 동생피일까.)
이전에 보아왔던 예쁜 일러스트나 위로 한마디를 건네는 듯한 제목의 에세이와는 달랐다.
'이봐, 언제까지 그 따위로 살거야?' 라고 묻는듯한 이 책의 제목이 더더욱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더더욱 홀린듯이 '읽고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책.
이 책을 읽으면서 괜시리 기분이 좋았던 한 가지는 글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동생분하고 언니분의 우애가 정말 좋구나라는 모습이 글에서도 느껴진다는 것이다.
천방지축이었던 동생의 성공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언니.
우울해 하는 언니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준다음 같이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동생의 모습.
항상 서로 싸우고 시기하는 자매의 모습만 보았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입꼬리가 길어지기도 한다.
솔직히 나보다 동생이 더 잘나가면 괜시리 저와 동생을 비교하는 시선이 밉고 자신 스스로는 자존심도 조금 상하기 다반사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키우기보다는 그 순간의 상황을 제대로 바라본다.
천방지축이었던 동생은 지금 행복하구나, 반면에 깍듯이 모범적으로 살아온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고 있다.
그러고나서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동생과 나에겐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후 이 책의 글쓴이인 언니는 스스로를 알아보는, 그러니까 나 자신을 제대로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휴직계를 내고 글쓰기 강의를 들어보고 그외의 여러가지 취미를 경험하고.
또는 내가 여태껏 재미있어 했던 일이나 내가 잘 하는 일들을 하나 하나 들쳐본다음 내가 사람들에게 인정 혹은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좋아했던 일인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잘 하게 되었는지 둘을 구분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켜본 나는 '나도 한번 따라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남에게 칭찬을 받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진짜로 내가 좋아해서 칭찬을 받게 된건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저자가 말했을땐 격한 공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나 또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같은 그 딜레마에 쉽사리 헤어나오질 못하는 중이니까.
마지막 회차의 소제목. [백수는 아니고요, 자기 관찰중입니다]
별거 아닌 이 제목에 나는 조금 위로를 받았다.
저자 모범피님은 브런치에 업로드했던 자신의 백수생활 글에 대해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후회할거다.'라는 악담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한 백수의 사회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잠시 쉬었던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와 그리고 비슷한 시간을 보낸 저자의 동생분 또한 이 시간이 정말 소중했음을 자신있게 말했다. 더나아가 모든 우리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잠시 멈춰서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태만으로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일단 적어도 나라는 사람이,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알고는 달려야 건강하게 달리지 않겠냐며.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음을 깨달은 것 같아서.
조금씩 야금야금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었다. 가볍게 읽기도 좋아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