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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없어도 돼? - 팬데믹 시대의 교육을 다시 묻다
이영철.신범철.하승천 지음 / 살림터 / 2022년 1월
평점 :
어렸을적, 언젠가 고민했던 논제이자 상상했던 미래였다.
정말로 학교는 없어도 되는 것일까?
초등학교 시절 TV매체나 갖가지 만화책 속에서는 미래학교에 대한 모습을 여러가지 형태로 제시했었다.
미래시대에선 학생이 굳이 집 밖을 나서서 번거롭게 바깥을 거닐지 않아도 된다. 불필요하게 한 공간에 모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각자의 가정 집 안 실내에서 원격수업으로, 버튼 하나만으로 선생님을 만나며 수업을 듣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그때는 와! 그것 참 편리하겠다. 그런데 정말로 학교 없이 집에서 수업만 들어도 되는 걸까? 그렇게 되어도 정말로 괜찮은 걸까. 그러면 친구들은 어디서 사귀지? 단순히 이런 의문만 남긴 채 깃털처럼 가벼웠던 고민을 훅 바람에 불어날리듯 떠나보냈다. 단순하게 긍정적으로만 모델링 된 미래모습을 그려낸 조잡한 상상도 얼마 못가서 흥미를 잃었다.
그러한 미래는 당시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졸업하기 전에 과연 올 일일까 싶은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날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세상에, 읽어봐야겠다!' 머리속에 반짝이가 켜졌다.
어릴 적 미래학교에 대한 상상뿐은 아니었다.
초중고를 대상으로하는 보습학원에서 다년간 보조 강사로 일해오며 올바른 어른이란 무엇일까 매일 고민했다.
저도 아직 미성숙한 시절이면서 당시 책을 즐겨읽기도 전이라 식견도 짧은 이가 홀로 머리싸맨다고 풀릴 고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당시 정말 심하게 매일같이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책상에 하루종일 앉아있기를 끝냈더니 이번엔 지루한 학원 교실에 앉아야 하는 아이들.
그 속에서도 매일매일 웃으며 친구들끼리 서로 틈틈히 유대감을 쌓는 아이들에게 '안돼', '하지마', '가만히 있어', '조용!' 이라는 명령조 말만 반복하게되며 스스로 들었던 자괴감.
물론 학원에 와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건 맞기는 한데 공부도 하면서 조금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내게 할 방법은 없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 막 스물 초반을 넘긴 애가 제 자신이 가진 문제해결력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슬퍼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올바른 어른의 모습'에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며 자책을 많이 했던 시절이었다.
학원 일을 그만 둔 지금은 생각이 조금 덜하지만 교육자에 관해선 여전히 고민이 깊은 논제이다.
올바른 교육자는 어떤 모습인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나는 전문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도 걸을 예정인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오랜 기간동안 지켜봐오다보니, 고민을 한 시간이 길다보니 여전히 그 문제에 대한 해답지를 갈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시 내가 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자주해버린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열렬한 선생님 세 분에게 질문, 대답, 질문 또 다시 대답. 그 과정을 반복하여 다시 나만의 해답을 만들어나가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마치 난제로 여겨졌던 해묵은 고민을 어느정도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다른 혹은 동일한 고민에 부딪힐 걸 알지만 이 책을 집필한 세 명의 선생님들이 마치,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는 듯 거기까지도 예상하고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계층사다리 역할을 하는 교육.
매번 아이들이 선생님 이 공식은 왜 외워야해요? 수학 배워서 어디다가 써요? 라고 물어보면 '어. 대학 잘 가려고.'라는 대답만 해줬었다(웃음) 정말로 저 말 밖에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으니까.
어디에다가 쓰는 건지는 모르지만 대학을 가기위해서는 점수를 잘 맞아야 한다. 그리고 또 잘 맞기 위해서는 외워야한다. 그런 무식한 이유로 외우는 수많은 공식들.
대학=꽃길 이라는 공식. 학원을 다니는 대부분의 이유가 학교에서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기위해보다는 오로지 대학을 잘 가기 위해서, 계층사다리를 넘기위해서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얼떨결에 실현하게 된 미래 수업은 언뜻 위에처럼 목적성이 뚜렷한 학원과 비슷해보인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이 불필요하고 일방적으로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대화가 오가지 않는 수업시간.
사회적인 연대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수업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목적을 둔 수업.
과연 이런 수업이 시행된다면 어떠한 문제가 생길까 궁금했었는데 실제 교육자인 세 명의 저자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현상들을 제시하고 있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나서 코로나로 인한 학교의 여러 현장 상황들을 생생하게 알 수 있었고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한 장 한 장 책을 천천히 읽어나가다보니 결국 과거 많은 사람들이 상상했던, 오로지 정보의 전달이 목적인 교육방식은 결코 아이들에게 사회적 뿐만 아니라 인지적 측면의 발달부분에 있어서도 이롭지 않다는 주장에 격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나긴 코로나를 견디는 중인 교육자들을에게 던지는 메세지.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
현실을 직시하고 그 난관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길을 찾는 것.
109pg
꽤 불편한 시기는 맞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대신 이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철학 관련 내용들은 그 분야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조금 머리속에서 이해하기 힘들뻔했으나 하루하루 천천히 조곤조곤 읽다보니 또 그렇게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하게 만드는 구간이 많아서 힘들지만 그래서 더 좋은 책이기도 했다,
교육을 연구하고 다루는 세 분의 진심어린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이렇게 책을 내주신 덕분에 스스로의 해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여러모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같은 고민을 가지거나 이 주제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셨으면하고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