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개가 왔다
정이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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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반려동물 서적은 반려동물 주인이 주인공인 책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강아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책은 처음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작가님은 동물을 무서워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 동물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반려견을 키우자는 가족들의 성화에도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결국 반려견을 돌보는 건 엄마인 내가 될 게 뻔했기에 무책임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님은 보호소에서 어미견 옆에 꼭 붙어 있는 강아지가 자꾸 아른거려 입양하게 되었다. 이제 이 강아지와 일생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그러나 이 감정은 작가님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작가님과 강아지 모두 서로의 가족이 되고자 용기 내고 있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어렵고도 험한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의미이기에 그들은 묵묵히 걸었다. 꾸준히 걸어간 결과 그들은 비로소 가족이 되었다.

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서로가 맞춰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오로지 동물만이 인간에게 맞추길 바라는 인간 중심의 사고로 동물에게 너무 많은 짐을 내려놓는 것은 옳지 않다. 동물도 하나의 생명체이며 서로가 협력하여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인간과 동물 모두 노력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동물을 데려와 “넌 이제 우리 가족이야”라며 무작정 동물에게 낯선 규칙을 하나하나 열거해 놓고 협조적으로 따라오기를 바라기보단 먼저 이 아이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들과 산에 숨어 쫓기며 살아가다가 인간에게 포획되어 보호소로 옮겨졌다. 갑자기 형제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제부터 함께 살아야 한다면 그 누가 무섭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게 행복한 일일지 몰라도, 동물의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럽고 무서운 일일 것이다. 동물의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정말 초보 견주의 좌충우돌 일상을 잘 담아냈다. 가벼운 마음으로는 절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어마어마한 교훈을 준다. 강아지에게 어떤 사료가 좋을지 고민하고 올바른 산책 방법을 배우고 강아지와 공생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예절 교육을 인터넷과 동물 서적에서 찾아본다. 과연 내가 이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하고 반려견을 돌보는 일이 짐이 되지는 않을지 두려워하지만, 어느새 강아지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 나를 발견한다. 처음은 미숙할지 몰라도 이젠 떼어놓을 수 없는 반쪽이 된 작가님과 루돌이의 성장담이다.

루돌이를 키우고 나서부터 작가님의 시야는 달라졌다. 오로지 인간 중심의 세상에서 이제는 지구라는 장소를 공유하는 다른 종의 삶에 귀 기울이게 됐다. 루돌이와 동네를 산책하며 만나는 강아지와 반려인들, 루돌이와 조심스럽게 교감하며 인사를 나누는 강아지들, 매일 똑같은 풍경도 이제는 루돌이와 산책하며 동네 구석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루돌이와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유기견들, 짧은 쇠줄에 묶여 정해진 반경만을 맴도는 개들, 길 위를 위험하게 떠돌아다니는 동물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이 가슴 아픈 사연들은 루돌이에게 더욱더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루돌이를 보호하고 말 것이라는 다짐을 하게 했다.
이 조그마한 존재가 나에게 엄청난 존재로 자리 잡아 내 일상생활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들이 정말 가족이 되어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작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동물들과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다. 외로운 세상에서 날 살아가게 하는 유일한 존재가 이 아이라서 참 다행이지 않을까.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던 나조차도 그들의 노고를 느낄 만큼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가족이 되는 일은 오래 생각해 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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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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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는 육아와 살림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출산했다. 그로 인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었고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아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집에서 살림하며 육아할 수밖에 없었다. 왜 ’여자‘라서 살림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은 ’여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아내‘와 ‘엄마‘의 역할은 작가님을 점점 괴롭고도 외롭게 만들었다.
이 책은 기존 육아 책과 매우 다르다. 한 사람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작가님의 바쁘고 지친 삶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사는 법을 알려 준다.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삶이 아닌 ‘나 자신‘에 초점을 맞췄다. 그녀도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사람이다. 내조 잘하는 아내이자 아이들의 슈퍼맨인 엄마이기 전에 우리는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찾아가야 한다. 두 아이를 육아하는 작가님은 고독하고 외롭다. 그 마음은 그 누구도 완전히 이해하고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래서 작가님은 더더욱 자기 계발을 하는 데 힘썼다. 모든 여성이 육아와 살림에 지쳐 결국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작가님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고독은 그 누가 함부로 없애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 스스로 내 고독을 축복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최근 작가님의 미국 UCLA 로스쿨 합격 소식을 듣고, 작가님께서 모든 방해물을 이겨내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찾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고독과 외로움 속에 빠진 나를 다시 끌어올려 준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해내고 있을 여성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솔직히 난 육아에 관심이 없다. 육아 에세이의 뻔한 결말을 안 좋아한다. 하지만, 이 책은 육아의 힘든 점은 버리고 아름다움만 담거나 ’힘든 육아지만 우린 모두 사랑합니다’ 식의 이야기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사랑만으로 육아와 부부생활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알지 않는가. 아무리 사랑해도 육아는 쉴 새 없이 힘들고 가끔은 내 아이지만 미울 때가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먼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그만큼 이 책은 육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끊임없이 도망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매우 솔직하게 기록했다. 작가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달까. 가끔 어떤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면 이 사람은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해서 금방 흥미가 식어버리곤 하는데, 이 책은 우리의 환상을 단번에 부숴버리고 결국 우린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말해줘 내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재작년에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로 작가님을 알게 되었는데, 어째 불과 2년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다. 이렇게 능력이 뛰어나고 주체적인 여성이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 자리잡혀 살아가는 모습이 참 씁쓸했다. 분명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내 능력을 펼치리라 생각했지만 결국 결혼과 육아라는 상황에 맞춰 자유와 행복을 잃게 되었다. 사실 이 상황이 이상하지 않다. 굉장히 익숙하다. 그래서 더 결혼과 출산에 신중을 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이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과 육아 생활에 매우 만족하며 살아갈 것이다. 아이에게서 오는 행복은 겪어보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니. 하지만 버거운 생활 속에서 잠시 숨통을 틔게 해주는 존재가 남편과 자식이 유일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참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결혼과 육아에 관해 또다시 신중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나는 비혼주의자이고, 만에 하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생각은 절대 없으니 둘 다 이번 생에서는 내가 절대 겪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여성의 역할을 아직도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행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커리어 우먼도 결혼과 육아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를 결국 내려놓게 된다는 부분이, 결국 여성들만이 다양한 고통과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에게 너무나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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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독은축복이될수있을까 #김수민 #김수민작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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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이람 지음 / 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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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을 한 지 10년 차가 되었을 때, 채팅으로 한 남성을 만나게 된다. 채팅 만남은 무조건 경계 또 경계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유난히 그날은 내 다짐과는 다르게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부푼 마음으로 맞이한 첫 만남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실물에 나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인연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한 다짐과는 달리 그에게 점점 빠져들게 되고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다. 오로지 행복으로 가득할 것만 같았던 결혼생활도 녹록지 않다. 나를 철저히 무시하는 시어머니와 무관심한 시아버지, 무례한 시누이까지 나를 외부인으로 여기는 시댁 때문에 넌덜머리가 난다. 고된 시집살이로 행복한 결혼생활에 점점 금이 가고 마는데… 과연 그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작가님은 방송으로 접했던 아름다운 일본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고 나서야 그것은 온전히 드라마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겉으로는 온갖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비난하기 바쁜 사람들, 한국인이란 이유로 나에게 일을 떠맡기는 사람들, 결혼하고 나서도 나를 철저히 외부인으로 대하는 사람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그들에게 난 그저 외부인으로 취급받는다. 순전히 일본 생활을 하고 싶어 온 사람에게 그들은 온갖 시련과 고난을 투척한다. 하지만 인생에 오로지 암흑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작가님은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학생들과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남편 덕분에 힘든 나날을 이겨낸다.
솔직히 난 이 책이 역시 사랑이란 존재는 그 어떠한 방해물도 단번에 이겨낸다는 결말로 이루어진 행복한 국제결혼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사랑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걸 느꼈다. 사랑은 참 지독하게 아름답지만 지독하게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결혼 후 확장되는 가족 관계, 그로 인해 생기는 삶의 변화와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부부여서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는 갈등들이 서로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거나 더욱더 멀어지게 만든다. 작가님은 어떤 사이가 되었을까? 솔직히 내가 봐도 이 갈등은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타지에서 외로이 이 갈등들을 겪어내야 하니 제삼자인 나까지 서운해진다. 내 편이었으면 한 남편은 가족의 편이 되어 있고 난 일본에서 남편을 제외하면 혼자인데, 모든 사람이 작가님을 외롭게 만드니 서러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라 오직 서로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갈등을 극복하고 다시 끈끈해지는 부부 관계를 보며 결혼 생활이란 참 쉽고도 어려운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는다. 하늘은 왜 이리 나에게 시련만 주는지 분명 난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마치 내가 이 일을 겪는 것처럼 화가 나고 섭섭해진다. 오늘도 ’비혼‘을 외친다. 역시 유튜브와 현실은 다르다.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는 아름다운 외국인 시부모님을 영상으로 자주 접해 와서 그랬나. 온갖 행복한 말들로만 가득할 줄 알았던 책에는 암울한 현실이 상당히 많이 담겨 있어 깜짝 놀랐다. 결혼도 그렇지만, 국제결혼은 더더욱 사랑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우리와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말할 수도 없는 차별과 편견을 겪고 계시는 작가님을 보며 우리가 갖고 있던 일본의 환상을 완전히 깨부숴준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분명히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 난 도저히 일본에서 살 수 없겠다는 걸 느꼈다. 상대방에게 답장받는데 기본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거나 며느리는 죽고 나서 남편 가족의 무덤에 묻혀야 한다거나 결혼 후 남편 성씨로 변경하는 문화 등 숨 막히는 가부장적인 문화에 넌덜머리가 난다. 우리나라도 한 가부장하는데, 일본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이러한 문화적 차이에도 서로 맞혀 가며 살아가는 작가님 부부를 보며 이래서 그들이 결혼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었다는 걸 느낀다. 어떤 갈등과 고난이 찾아와도 서로 도와주며 이겨나간다면 앞으로 행복만 가득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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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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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는 이제 홀로 독립하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끊임없이 치솟는 물가와 억 소리 나는 집값, 그에 반해 제자리걸음 중인 연봉, 불안정한 일자리 등 유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우리에게 독립의 벽은 턱없이 높다. 독립을 하고 싶은데도 하지 못하고, 해야만 하는데도 할 수 없다. 홀로 독립하여 먹고 사는 길은 만만치 않다. 결국 성인이 돼서도 부모님의 곁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30대 캥거루족인 작가가 가족과 한집에서 살면서 벌어지는 일상 속 고민을 담아낸 현실적인 만화이다. 30대 캥거루족, 직장이 곧 집인 프리랜서 만화가, 결혼 예정 없으며 독립할 생각 없는 작가님의 고민을 보면서 참 요즘 청년들은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독립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을 경험하는 20~30대 청년들의 공통적인 이야기이다.

나도 뭣 모르던 시절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으면 반드시 서울로 독립하고 말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점점 나이가 들고 서울의 집값을 뼈저리게 알게 되니 난 서울에서의 생활도, 지방에서의 생활도 힘들 거라는 현실을 깨닫고 말았다. 난 죽을 때까지 부모님의 그늘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참 착잡해졌다. 일과 사랑을 모두 잡은 커리어 우먼을 꿈꿨으나 현실은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이나 읽는 캥거루족 오타쿠다. 가끔은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끊임없이 주변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곤 한다. 나는 아직 마라톤의 반조차도 못 간 것 같은데, 그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고 있다니…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끝없는 자기혐오와 우울감에 한숨만이 나온다. 난 결혼할 생각도, 자녀를 낳을 생각도 없는 사람인데 이대로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회의감이 들지만,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결국 독립과 결혼,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이 중에 독립과 결혼만 선택할 수도 있고 모두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이상적인 루트가 아니라며 괜히 자책할 필요 없다. 결국 내 선택일 뿐이다. 삶에 명확한 해답은 없다. 내 선택을 믿고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자립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존재이다. 자립은 내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거나 집을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힘이다. 내가 독립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 없이도 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완벽한 삶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통해 행복해질 수 없다. 결국 나 스스로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내 힘으로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행복이다.

사실 이 책은 심각한 고민을 다루고 있는 것에 반해 엄청난 가족애가 느껴진다. 작가님께서 본인과 달리 사회에서 만들어놓은 이상적인 루트를 타고 걸어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불안감을 느낄 때면 가족들은 넘치는 사랑으로 작가님의 조급한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사람은 모두 똑같을 수 없는, 각자의 생각과 매력을 가진 존재이기에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그녀를 북돋아 준다. 결국 네 인생은 네 것이니, 너답게 사는 게 올바른 해답이라고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던 불안감과 우울감을 단번에 해소해 준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책이자 그동안 내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찾고 있던 책이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고 주저하고 있을 때면 그저 나를 믿고 응원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사랑을 느끼며 이겨내고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시 한번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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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
해도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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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소설을 쓰는 우주과학 연구원 해도연 작가님의 sf 소설집이다. 한마디로 우주과학에 일생의 반 이상을 보낸 사람의 과학적 상상을 담았다.
과학에 모든 삶을 바친 분이라 그런지 분명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소설임에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현실 저 머나먼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굉장히 현실과 유사한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에피소드가 어딘가 모르게 설명할 수 없는 불쾌한 느낌이 든다.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씁쓸함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나는 <콜러스 신드롬>과 <검은 절벽>이 기억에 남았다. <콜러스 신드롬>은 부성애를 가장한 주인공의 이기심에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는 부성애가 넘치는 아빠이자 남편일까? 절대 아니다. 재호는 윤하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열여섯 명의 유슬과 열네 명의 현아를 잃었다. 윤하를 되찾기 위한 그의 고된 노력은 겉으로 보기엔 눈물 나는 부성애 같지만 결국 윤하만을 위해 다른 생명은 쉽게 버려버리는 살인자와 다름없다. 사실 윤하도 재호에게 버려진 존재다. 아무 결함 없는 딸을 갖기 위해 온전히 본인 의지로 그때의 삶을 버렸다. 재호는 분명 타임 리퍼로 윤하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본인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이기적인 선택을 한 그에게는 해피엔딩이란 없다. 결국 자신의 이기심과 죄책감으로 윤하를 다시 만나고자 하는 것뿐이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그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결말밖에 없다.
<검은 절벽>은 ‘러브조이‘라는 인공지능과 이에 매우 의존하는 인물인 ’라미‘가 등장한다. 러브조이는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인간을 이용하여 파멸에 이르기까지 하는데, 이는 지금의 현실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도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AI에 의존해 살아간다. 이제 AI 없이 살아가는 게 매우 힘들 정도다. 마치 러브조이에 빠져있는 라미와 매우 닮았다. AI가 학업과 업무를 대신 해주고 심지어 인간이 AI와 연애도 하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도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에 사로잡혀 그들이 입력하는 대로 살아가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AI가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점점 장악하고 있다. 과연 AI를 이로운 존재라 말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sf 장르를 비선호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으면서도 과연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을지 의심이 들었다. 과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sf 소설은 나에게 늘 어려운 존재였다. 그래도 이전에 인생책은 아니더라도 꽤 재밌게 읽은 sf 소설도 있었고 비난하려면 읽어보고 하는 게 낫다 싶어 읽었다. 역시 <진공 붕괴>는 정말 재밌는 sf 소설이었다. 모든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여 다음에는 어떤 과학적 내용이 담겨 있을지 기대하며 읽게 된다. sf 소설의 장점은 내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바로 그 궁금증에 책을 읽게 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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