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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아이돌 ㅣ 다산어린이문학
이송현 지음, 오삼이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1월
평점 :
서평
『할머니의 아이돌』은 한국무용을 하는 초등학교 6학년 정다정의 여름방학 이야기로 시작된다. 무용으로 제대로 불태워 보겠다고 다짐한 여름.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실력을 끌어올릴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진다. 하와이에서 이모할머니가 한국에 오신다는 것. 게다가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다정이가 할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상황이다.
무용에 집중하고 싶었던 다정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잘 해내기만 하면 엄마의 든든한 지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다정은 마음을 다잡고 할머니를 맞이한다.
그런데… 도착한 할머니는 우리가 떠올리는 ‘보통의 할머니’와는 전혀 달랐다.
집에 오자마자 스윗보이즈 음악을 틀어 놓고, 하루 일과가 온통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침에는 음악방송, 점심에는 뮤직비디오, 저녁에는 예능 재방송. 심지어 잠들 때도 노래를 무한 반복한다. 다정의 방은 어느새 스윗보이즈 사진으로 가득 차 버린다.
이 장면들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할머니의 팬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윗보이즈 춤을 배우겠다며 댄스학원에 등록하고, 꽃무늬 고쟁이를 입은 채 다정과 함께 연습실에 선다. 몇십 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할머니는 “기억에 남는~”, “특별한~”을 외치며 양머리를 하고 찜질방도 가고, 남대문 시장도 누빈다. 그리고 드디어, 초초초클릭 끝에 얻어낸 콘서트 티켓으로 부산까지 향한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설정이 웃겨서가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순수하고 열정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스윗보이즈 사랑은 철없는 행동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설레게 하는 힘이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불편해하던 다정도 점점 변해 간다. 무용을 향한 자신의 열정과, 아이돌을 향한 할머니의 열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세대를 뛰어넘어 닮아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열정’이라는 공통점이다. 다정은 한국무용을 통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할머니는 아이돌을 통해 다시 한 번 청춘을 살아낸다. 둘의 방식은 다르지만, 마음은 비슷하다. 그 지점에서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할머니의 아이돌』은 단순히 아이돌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세대 차이를 이해로 바꾸는 이야기이고, 좋아하는 마음을 존중하는 이야기이며,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인정해 가는 성장 이야기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나는 누군가의 취미를 쉽게 판단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을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있을까?
웃음 속에 따뜻함이 숨어 있는 책.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