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 모르진 않지만, 잘 아는 것도 아닌 것들에 대한 철학 개념 쌓기
홍준성 지음 / 북엔드 / 2025년 9월
평점 :
* 이 글은 디지털 감성 e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기다리던 책이 집에 도착했다. 일단 출판사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다.
종이 박스에 담긴 포장부터 받는 사람을 배려한 느낌이라, 책을 펼치기도 전에 감동을 받았다.
잘 포장되어 도착한 책은 양장본으로, 디자인부터 마감까지 모든 것이 훌륭하다.
들고 다닐 때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그런 존재감 있는 책이다.

책을 펼치면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제는 다시 세분화되어 있다.
그런데 세부 주제 하나하나가 깊고 어렵다. 과연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읽기 전부터 관심과 기대가 생겼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은 일종의 철학적인 개념 사전으로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읽다 보면 정말 그렇다. 나는 이 철학 개념사전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철학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는
전제 아래 쓰인 듯한 느낌이었다. 철학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필독서라 불리는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지 못해서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서술 전개는 매우 유려했다. 물 흐르듯 막힘 없이 이어져 읽는 맛이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 분석에 관심이 많아지는데, 특히 이 책의 사회 관련 부분을 읽으며
내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여러 사회 현상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주권자가 피를 뿌리는 순간, 다시 말해 복수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대화와 토론은 완전히 무력화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철학이 바라보는 정치적 현상의 깊이를 새삼 느꼈다.
저자의 숙고와 학문적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정치적 죽음의 제도화, 이것이 곧 헌정입니다.
반복컨대 권력자는 대개 스스로 물러나지 못합니다.
…
그래서 처음부터 유통기한을 정함으로써 정치적인 죽음의 방식을 미리 정해둔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사회를 통찰하게 만드는,
묵직하고 사려 깊은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