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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죽이거나 - 나의 세렝게티
허철웅 지음 / 가디언 / 2023년 7월
평점 :
시작부터 구조의 특이함에 끌려 몰입하게 되고
느슨해질 쯔음 진중함으로 독자를 잡아 끌어
융합 아닌 융합으로 막을 내리는
사람이 의인화시킨 동물사회를 이야기하는 소설로는 최선의 결말을 낸다고 생각되는 소설이다.
일단 추천부터 하고 본다.
나는 동물들이 정말 좋다. 심지어 곤충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TV 취향이 정말 달라서 같이 소파에 앉아 TV 보는 일이 극히 드문 엄마와 나, 동생
유일하게 취향이 맞는 부분이 다큐멘터리이다.
하지만 자연다큐멘터리를 볼 때도 우리의 시선차이는 극명하게 나뉜다.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발 디디지 않은 곳이 없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가족을 만든 동물들의 모습은 그저 대견하고 안 쓰럽다.
하지만 식물 애호가인 우리 엄마의 눈에는 그들보다 그들이 먹어치우는 식물들이 항상 먼저 눈에 들어오시는 듯 하다.
그래도 모두 자연을 좋아하고 그 소중함을 알기에 우리셋은 티격태격하며 TV 앞에 앉아 다큐멘터리를 다 시청하고, 수다를 떨고,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고 또 서로 티격태격하다 잠이 든다. 이게 우리 가족의 일상이다.
그런 내가 이번에 다큐가 아닌 동물을 그것도 사자와 초식동물이 주인공인 소설을 보게 되었다.
재밌기는 당연한 말이고,
이 짧은 소설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누들도 다 잘 살아남아야 하고,
그런데 또, 우리 씸바(사자)들도 살아남아야 하는데
도대체가 편을 가를 수가 없는
독자는 어떻게튼 한 곳을 정해 응원하려 하는데
주인공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아니 그러고 있으면서 또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한 상태가 반복된다.
시작은 창대하다 끝이 얼버무려지는 소설들이 있다.
소재와 진행방식이 특이할 수록 그런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의 처음을 대하며 그런 걱정을 제일 많이 했다.
나의 기우였다.
지은이는 완벽한 구조와 멋진 결말 대신 많은 것을 내려놓은 서술을 해낸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어차피 어느 한편이 이길 수 없는 싸움
아니 싸움이 아닌 삶들을 이야기하는 소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라는 정말 흔하디 흔하지만 진리일 수 밖에 없는 결말을 되새기게 되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