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낙천주의자였다. 매달, 매주, 그는 눈을 뜨고 세상에서 또하루를 살기를 선택했다. 때로는 모든 게, 그렇게 잊으려 애쓰던 과거조차 회색 수채물감처럼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고통이너무 심해 다른 세상으로 옮겨지는 것처럼 끔찍한 기분일 때도그는 그렇게 했다. 기억들이 다른 모든 생각을 몰아내, 현재의삶에 스스로를 단단히 붙들어 매기 위해서는, 절망과 수치심으로 날뛰지 않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집중이 필요할 때도그는 그렇게 했다. 노력하느라 기진맥진했을 때도, 깨어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이 들어서 일어나서 다시 노력해야 할이유들을 침대에 누운 채 생각할 때도, 화장실에 가서 거즈와 면도날과 알코올솜과 붕대가 든 비닐가방을 세면대 아래 은닉 장소에서 꺼내 열고 그냥 굴복해버리는 게 훨씬 쉬울 것 같을 때도그는 또 하루를 살길 선택했다. 그건 정말 힘든 날들이었다. -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