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건너온 약속 오늘의 청소년 문학 39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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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 관동대학살

80년대생으로 학교공부를 열심히 한 나에게 이 둘은 같은 단어이다.

관동대지진은 그냥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재해를 핑계삼아 사람이 사람에게 가한 잔인하고 비겁한 집단행위였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요즘에는 별로 없다.

특히 요즘의 중고등학생들

이들과의 역사인식 차이를 정말 많이 느끼게 만든,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영화가 있다.

꽤 유명한 감독의 영화인데다 초대권이 생겼다는 친구가 나까지 초대를 해줘서 영화관에서 봤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언제나처럼 명랑하고 약간은 촌스러운듯 귀여운 그림체를 보면서 스토리에 점점 몰입하던 중 이야기의 방향이 점점 이상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에겐 관동대학살로 더 알려진 관동대지진 사건.

그 학살이라는 어두운 역사는 1도 언급하지 않은체, 

그 커다란 자연재해의 피해자로만 다뤄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감독의 의도가 어디서부터였는지는 내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국사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이 영화가 정말 불편하고, 불쾌했다.

하지만, 웬걸

이 영화는 여중고생을 중심으로 N차 관람객을 올해 가장 많이 확보한 일본영화중의 하나로 맹위를 떫쳤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서럽고, 또 서글프다.

이 책은 내가 가진 그 서러움과 서글픔의 이유가 되는, 그 시대의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고증을 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나처럼 한쪽에만 치우쳐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편협함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역사학자도 아니고 소설가도 아닌 지은이가 쓴 역사소설

그래서 신선한 부분도 있고

오랫동안 많이 봐 오던 소설적 장치들을 그대로 들고 온 부분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꼭 알았으면 좋겠는 이야기를 재밌고 흥미롭게 잘 만든 소설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고, 왜 그 일에 대한 증오를 지금 세대까지 가지고 가야되냐고...

그 질문에 대한 바람직한 대답이 나에게는 없다.

TV에서, 인강에서, 많은 똑똑한 학자들이 하는 멋진 문장들을 인용할 수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곳에서 들을 수 있을테니.

같은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그에 대해 내리는 견해와 느끼는 인식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민족이라는 말과 국가라는 말에 반감보다는 호감이 많은 사람이다.

내 조상이 겪은 일이 나에게는 상관이 없는 게 맞는걸까?

우리의 지금 삶이 분명 누군가에게 빚진 부분이 있을텐데..

답은 없고 질문이 많아지는 글이 되어 버렸는데 소설은 그렇지는 않다.

재밌고 흥미롭지만 가슴 한켠이 먹먹 해 지는 이야기

강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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