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0호 - 2023.여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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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운이 좋아 창작과 비평 봄, 여름호를 창비 북클럽에서 읽게 됐다.

문예계간지는 뭐라 한 가지로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감성이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를 꼽자면

촌스러움이 아닐까 한다.

AI 기술을 차치하더라도 요즘 사회가 변하는 속도는 나 처럼 둔하고 기술치인 사람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다.

이렇게 빨리 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종이 한장 한장 가득 채운 글자들로 400페이지에 달하는 문학작품집을 3개월에 한번씩 낸다는 것

그 글들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그렇게 재밌다 할 수 없는 쓴소리나

좀 지나치게 한 쪽으로 쏠려있다 싶은 목소리로 가득한 페이지를 여과 없이 내놓기도 하고

누군가 상처 받을 것을 걱정 해 이렇다할 결론 없는 두리뭉실한 글을 만들기도 하는,

웬지 절대 이익을 낼 수는 없을 거 같은 구성과 내용으로 꽉꽉 채워 내놓은 그 우직한 촌스러움이

이제 앞으로 내가 새롭게 만나지는 못할

내가 살아온 시대에서 가지고 온 것 중 얼마 안 되는 정말 좋은 무엇인가인 듯 해서

문예지를 없애지 않고 내놓는 출판사들을 정말 응원한다.

한국의 주요 계간지

그 중에서 내가 빌려서 보든 받아서 보든 꼭 챙겨보는 계간지가 문학동네와 스켑틱, 그리고 창작과비평이다.

작년부터 창비 스위치에 가입해서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되어 올 때 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읽는데

정작 서평은 이렇게 마감일 하루 전에 쓰고 있는 게으른 독자이다.

창비 여름호는 200호 라는 숫자 답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글로 문을 연다.

그리고 작년부터 쭉(사실 그 전부터 쭈욱이다) 이 계간지에서 내는 글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소재, 환경과 복지, 그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사람들을 이야기를 올해 초에 있었던 여러가지 이슈들을 돌아보는 내용과 엮어 두루 다룬다.

사실 계간지는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러가지 글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필요한 책이다.

이 책 하나로 대한민국의 지난 3개월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3개월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는 정말 최고가 아닐까 싶은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이나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지은이들의 생각은 대부분 정의로운 민주사회실현을 우선으로 한다.

한 두곳에 모든 자원을 몰아주고 낙수효과를 기대하지 않고

좀 천천히 가더라도 뒤쳐지는 이들을 돌보면서 가자는 사회민주주의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내 입장에서는 비판이 아닌 비난만 해댄다는 느낌이 들어 불편한 글들도 있었다.

이 책의 좋은점은 내가 동의할 수 있는 글들만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알아야 할 가치가 있고

시간을 들어 들어야 할 가치가 있는

생각들을 담은 책이라는 점이다.

4층에 두고 학생들에게 읽히고 있는 책.

가을호도 종이책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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