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생활자
배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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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생활자...

근린생활시설

흔하게 듣는 말인데, 정확한 뜻은 잘 모르고, 하지만 이걸 모른다고 그리 불편할 것도 없을듯한..

전문가의 영역에 있는 듯한 단어다.

이 책은 3년 전에 읽은 책이다.

이번에 책장정리하면서 팔려서 다시 한 번 읽고 내놓으려고 정독을 했다.

3년전의 느낌과 지금이 놀랍게도 많이 다르다.

역시 같은 책이라도 읽고 있는 내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지는 묘미가 있나보다.

배지영 소설집

소설집이라는 분류답게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다.

호흡이 아주 짧지도 길지도 않은, 중단편의 느낌이 나는 소설 6편이 담겨있다.

글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으로 '절대' 자유롭지 않다.

이들의 생활과 생각,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쳐오고 또 앞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바로 돈인 거이다.

일상의 나, 내 친구, 내 가족 같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해 나간다.

주인공이 절대적인 선에 있지도

아주 악한 사람이 있지도 않는 생활 속 이야기

뻔한 듯한 결말인 듯 하다가도 거기서 약간씩 비켜가며 '밀당'을 해낸다.

소설 속 캐릭터가 내 옆에도 하나쯤 있을 듯하게 친근해서 공감이 많이 갔다.

아니 어쩌면 그냥 나 인지도...

새로운 공간을 오픈하고

그 공간을 꾸미고 조금씩 낫게 만들어 가는 과정의 재미도 있지만

정착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과 내 선택에 대한 흔들림,

그리고 나의 이런 상황과는 상관없이 벌려놓은 일들로 인한 지출...

그것 때문인지,

최근에 지인에게 요즘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징징거림을 내뱉다가

도대체 얼마를 벌길래 니가 돈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얼마 버는지 공개하라는  꽤 당돌하고 집요한 추궁을 당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대화를 정말 싫어한다.

조금만 속을 보이고 내 직장과 일을 알리면

"와 그럼 꽤 벌이가 괜찮겠네요, 부자시겠네요"

그런 얄팍하고 경솔한 결론을 아무런 여과 없이 내뱉은 사람들에 대한 경멸을 나도 어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얼마를 버는지도,

내가 얼마를 어떻게 쓰는지도 당신은 모르지 않느냐

라고 무시 해 버리기에는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기에..

속이 많이 상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내가 당황하고 속이 상하고 짜증이 나는 이유는

그 대화 자체보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해 느끼고 있는

얄팍한 나의 인간성과

내 반복된 징징거림에 대한 질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래서 내가 친구가 없나 싶기도...

이런 찌질하지만 극히 일상적인 캐릭터들이 책 전체적으로 난무한다.

무난하지만 재미는 없는,

하지만 사회 구성에서 정말 다수를 차지하는...

그런 '나'들의 이야기라서 공감이 많이 되었나보다.

위로는? 사실 잘 모르겠다.

차분하지만 지겹지 않은 소설 6개.

책장에 꽂아두고 가끔 꺼내봐도 좋을 소설집.

인데... 내 책장에서는 이제 없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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