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 - 개정판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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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개정판이라니

신기하다

난 왜 이렇게 좋은 책과 작가를 이제 안 거지?

책의 세상은 정말 계속 파고 파도 모르는 것들이 나온다.

하긴, 어떤 세상이든 마찬가지일 듯 하지만...

한 낮의 시선은 2009년에 나온 작품이다

구판이 절판되고 이렇게 예쁜 표지로 돌아왔는데 나는 이 작품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야기는 사실 어찌보면 단순하다.

아버지를 찾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거부하는 아버지

내가 아들이 아니라서 아버지가 아니라서..

이야기의 큰 흐름을 다 따라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작가의 글 중간중간 큰 공감이 가는 '일상'에서의 외로움이나 희망들, 절망들이 너무나 공감이 되어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을 경험했다.


<<새벽 다섯시는 매일 찾아왔다. 나는 어느날 새벽 다섯시에 곧 후회하고 말 일을 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P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 그것이다. 어째서 새벽 다섯시, 그 불안정한 시간에 자꾸 눈이 떠지 는 것일까. 생각은 많아지고 판단은 오락가락하는 시간이 새벽 다섯시가 아닌가. 한 번도 생각나지 않던 것이 생각나고, 도무지 중요할 것 같지 않은 일이 천하만큼 중요해진다. 그 시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은 다르겠지만, 무슨 이유로든 그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고 있거나 내가 그런 것처럼 악몽을 꾸다 갑자기 깨어나 어둠과 마주한 사람에게 새벽 다섯시는 여간 거북한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그 시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지하의 시간. 밝아지기 전의 밤공기는 눅눅하고 무겁고 촘촘하다. 땅속 좁은 굴속에서는 웅크리고 있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할 일이 없지만, 없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불안하기 때문에, 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후회하고 말 무슨 일인가를 결국 하고 만다.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거니와 새벽 다섯시에 쓴 편지는 더욱 부치지 못한다. >>


나에게는 저 시간이 2시지만... 늦은 새벽까지 잠들지도 못하고 막막한 시간을 보내 본 사람이라면 저 구절들에 공감하지 않을까 한다. 그 외에도.. 그의 글들 행간에 삶에 대한, 뭔가는 이뤄내지 못하고 그냥 살기 급급한 내 삶을 느끼기만 하는 나와 달리 무언가를 단어로, 문장으로 만들어 표현 해내는 힘에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표지도, 문장도 너무나 멋졌던 책이다

나중에 일년 뒤에

또 이년 뒤에

다시 읽으며 내가 좀 더 밝아져 있기를

내 삶이 뭔가로든 채워져 있기를 바라게 되고

애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용기를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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