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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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때

매번 과학책만 들여다보는 딸냄이가 걱정되신 엄마가 동화책 좀 보라고 도서관에서 나에게 내맡기신 책이 걸리버 여행기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제목만 보고 고르신 책이 아이들을 위해 편집된 아동판이 아니라 그 당시에는 아주 귀했던 완역판이었다.

페이지 400페이지에 달하는 그 책을 읽을 때 당시 내가 느꼈던 느낌은 허생전과 같은 고전을 읽는 그것과 같았다. 낯선 말투, 지나치게 긴 묘사로 뚝뚝 끊어지는 듯한 스토리... 너무나 답답한 사람들의 행동..

동화버전을 읽었다면 차라리 사건의 전후나 결말이라도 똑똑하게 판단했을텐데 그마저도 어려울 정도로 작가의 서술(번역의 문제일지도)은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지루했다.

그런 걸리버여행기를 내가 서른도 훌쩍 지난 올해, 새로운 번역으로 만났다.

예전에 빌렸던 책의 출판사가 기억이 안 나 구할 수가 없어서 비교나 확인은 힘들지만, 그 책도 완벽본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번에 최초의 완역본이라고 하니 아마 그 긴 페이지 중에도 빠진 내용이 있었나보다

책 내용이 방대하다. 그건 같다.

이해가 훨씬 잔 된다. 이게 다른점

나의 이해력이 향상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도 있지만 아무래도 최근에 나온 번역서다 보니 요즘 우리가 쓰는 구어체에 가까운 말투로 내용을 전달하려고 한 번역가의 노력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걸리버 여행기는 말 그대로 걸리버의 여행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기록이다.

그런데 그 여행에서 만나는 사회의 형태가 말도 안 되게 불합리하고 기득권, 지배층의 이익에만 편등되어 있지만 주인공 걸리버를 제외하고는 그에 대해 누구도 문제상황을 느끼지 못 할 만큼 모두가 이상하게 '멍청'하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 작가가 원작에서 이렇게 이상한 사회구조를 통해 영국사회를 비판하고자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풍자와 비판이 당연히 그 당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재력을 갖춘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그 때문에 이 책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 동화로 바뀌게 되었단다.

걸리버 여행기는 새로운 번역본도 그렇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장면이나 상황의 묘사가 장황하고 신랄하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한 부분도 꽤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동화버전보다는 훨씬 낫다.

그리고 사견으로는, 영화보다도 ㅎㅎ

영화도 재밌었지만,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본질을 이해하려면 이 완역본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원서를 다 적은 없지만 번역 중에 그 의미 전달이 바껴버린 부분도 있는 듯 한데 그건 원서를 잘 이해못한 나의 능력부족이었으리라 본다.

상상의 나라는 아니지만 어딘가를 여행하고 이런 여행기를 낼 수 있는 필력이 있으면 하는 상상을 해 봤다. 그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작가를 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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