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 소문 말고 진실 다산어린이문학
황지영 지음, 송효정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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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국내 최초, 오직 톡으로만 구성된 '톡 동화'


너는 윤아 말에 휘둘려서 정의로운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어. 근거도 없이. 추측으로. 이게 얼마나 큰 괴롭힘인지 몰랐어?

P.169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톡 하나로 한다고 한다. 안부를 묻거나 약속을 잡을 때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거나 새로운 소식을 전할 때도, 심지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톡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근거 없는 소문이나 이야기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폭력과 범죄의 선을 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발뺌하고 도망친다. 가해자가 되는 것도, 피해자가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SNS의 이런 성질을 이용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당연히 잘못되었지만, 모르고 가담하거나 방관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예절과 사이버 범죄 예방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은 민지라는 아이가 독후감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시작된다. 민지와 친해지고 싶은 로희는 민지에게 조금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이야기는 같은 시간대의 민지와 로희 각자의 폰 화면을 오가며 이어진다. 6-1반 단톡방, 민지와 하랑, 민지와 엄마, 로희와 친구들 등 마치 다른 사람의 폰과 대화창을 들여다보는듯한 느낌으로 감정에 더 깊이 이입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민지 엄마에게는 학폭과 관련된 숨기고 싶은 과거와 책이 있다. 6-1 친구들은 민지 엄마가 작가이기 때문에 민지가 상을 받은 독후감을 쓸 때 엄마가 도와줬을 거라며 몰아붙인다. 민지를 오해한 로희는 주변의 부추김으로 점점 선을 넘어 민지를 괴롭힌다. 민지 엄마와 관련된 과거의 기사를 단톡방에 올린다든지, 민지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편집 기능을 이용해 민지의 사진만 지운다든지 하는 식이다. 단톡방의 아이들은 논란이 생길 때마다 그저 즐길 거리처럼 웃고 넘기거나, 방관하거나, 적극적으로 함께 공격하려 들기도 한다. 그 누구도 제대로 된 근거는 없지만 동조하는 모양새다.





 민지는 결국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말도 없이 집을 나가 엄마가 쓴 책을 읽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때가 떠올라 힘들었다는 학폭 피해자를 찾아간다. 엄마는 가해자는 아니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방관자의 입장이었고, 책 때문에 논란이 되었던 때에도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민지를 데리러 가서도 재차 사과의 뜻을 전한다. 6-1반 단톡방에 들어온 민지는 자신의 독후감과 엄마의 학폭 논란에 관해 증거를 제시하며 잘못한 것은 없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학교 폭력으로 신고할 거라고 말한다. 로희는 증거를 본 뒤에도 계속해서 민지의 말을 믿지 않지만, 결국 민지와 만나서 이야기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의 대화나 상황 등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고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한통속이 되어 민지를 괴롭히는데 동조하던 아이들이 새로운 타깃을 찾아 주동인물로 내세우고, 자신들은 잘못이 없으며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바로 전까지는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이 서로 믿지 못하며 오히려 탓하고, 자신들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또 다른 뒷담화와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린다.





 대화창과 앱 화면들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특별한 점들이 많다.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소문이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퍼지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대상에 따라 톡에 답장을 하는 시간과 말투가 다르고, 대화의 내용도 다르다. 여럿이 모여있는 곳과 소수가 모인 곳에서는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단톡방에서 했던 말과는 다른 내용의 대화들이 오간다. 프로필 화면, 음악 플레이리스트, 인터넷 검색 기록, SNS 화면, AI와의 대화창 등의 비언어적 요소들이 긴 설명 없이도 인물의 심리 상태나 사건의 진실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


아래는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쓴 감상의 일부이다.

 친구들이 민지 엄마가 민지 대신 글을 써줘서 상을 받게 된 거라며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과정에서 민지는 상처받았다. 대필 논란으로 민지가 받기로 한 상이 취소될 뻔하고 민지에 대한 평판도 나빠지는 게 무섭고 마음이 아팠다. 사진 편집 기능으로 사진에서 민지와 꽃다발만 의도적으로 지운 로희의 행동에 민지가 매우 기분 나빴을 것 같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것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디지털 예절은, 친구가 기분 나쁘지 않게 이야기하고 글을 쓸 때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써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배운 것과 정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져서 내가 민지가 된 것처럼 기분이 나빠지고 창피했다. 어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근거 없는 말을 무조건 믿고 퍼뜨리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해 준 책이었다. 나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생 아들의 감상문 일부


 친구와 친해지고 싶거나 사과를 하고 싶을 때조차 온라인에서 답을 찾는 요즘 아이들. 현장에서 서로 대면하며 갈등을 겪기도, 그것을 풀어나가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 간의 관계가 현실이라는 것을, 진심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좋겠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방관만 하는 것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가볍게 한 말이나 행동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오게 될지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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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한 줄 여행 일본어 오늘부터 한 줄 시리즈
최유리 지음 / ECKBOOKS(이씨케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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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하루 한 문장!

부담 없이 배워보는 여행 일본어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지속성'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매일 한 문장씩 쌓인 표현들은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놀라운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머리말 中


 지난여름 아버님께서 독학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아버님과 함께 교재를 골랐다. 일본어를 학습 목적으로 접한 지가 꽤 오래전이라 오랜만에 일본어 교재 코너에 갔는데 정말 다양한 종류의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많아서 놀랐다.


 구성이 깔끔하면서도 아버님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드렸는데, 매일 꾸준히 공부하시더니 어휘나 문법 등 다른 책들도 추천해달라고 하셨다. 당신 일로도 매일 바쁘게 지내시는 분인데 일본 여행 가서 한 마디라도 알아듣고 말해보면 좋겠다고 웃으시는 모습에 내가 보관하던 책들도 좀 드리고, 또 어떤 책을 더 추천드려야 할까 고민을 좀 했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오늘부터 한 줄 여행 일본어»는 정말 아버님의 니즈에 딱 들어맞는 책이었다.


 일상 여행 상황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실제 상황을 기반으로 100개의 표현을 엄선해 만들었다. 짧지만 핵심적인 문장으로 구성해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원어민이 녹음한 mp3 음원으로 정확한 발음도 익힐 수 있다. 일본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한글 발음이 표기되어 있고, 일본 문화나 여행 관련 팁으로 더 풍부한 소통이 가능하다.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일본어 공부가 처음인 왕초보라면,

실용적인 일본어 표현만 쏙쏙 골라 배우고 싶다면,

«오늘부터 한 줄 여행 일본어»

부담 없이 하루에 단 한 문장,

일본 여행에 꼭 필요한 핵심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익혀 보자.





<Intro.>

본격적으로 문장을 공부하기에 앞서 일본어 문자와 기초 문법, 지역별 특징, 대표 음식, 화폐, 인사말 등 일본어의 기본과 여행 정보를 알아본다.




<본문 구성>

본문은 공항 및 기내, 호텔, 식사, 쇼핑, 교통 및 길 찾기, 관광지를 주제로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 표현을 중심으로 대화, 응용 표현, 일본 상식까지 배워볼 수 있다.


QR코드를 통해 원어민 음성으로 제공되는 무료 mp3 파일로 정확한 발음까지 익힐 수 있어서 좋다.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레이아웃도 깔끔해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아직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은 왕초보들도 mp3를 들으며 한국어로 표기된 발음을 보고 쉽게 따라 읽을 수 있다.





먼저 여행지에서 마주치게 되는 실제 상황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각 상황별 대표 핵심 표현을 배워본다. 이 표현들만 익혀도 여행 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바로 아래 제공되는 대화를 통해 현지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 생생한 실전 감각까지 익혀볼 수 있다.


핵심 표현에 대체 가능한 단어들까지 대입시켜 연습하다 보면 문장 활용도가 훨씬 높아진다.





핵심 표현과 대화로 실전 감각을 익혔다면, 각 상황별로 가장 자주 쓰이는 다양한 필수 응용 표현을 배워볼 수 있다. 팁박스를 통해 해당 표현의 뉘앙스 및 주의점 등도 함께 익힐 수 있다.

문장을 듣고, 읽고, 따라 쓰며 공부하다 보면 쉽고 자연스럽게 문장에 익숙해지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각 과마다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일본 상식' 코너가 있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 일본 문화, 지역 정보, 생활 정보 등을 배워볼 수 있다. 일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일본 여행을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매 챕터가 끝나면 각각의 주제에 맞는 필수 단어들이 나온다. 여행 필수 표현에 들어가는 단어들이기 때문에 읽고 따라 쓰며 단어에 익숙해지자!




<부록>


마지막 부록에는 골프, 테니스, 스키 등 스포츠를 즐기러 가는 경우에 쓸 수 있는 표현들을 정리했다.


12월경부터 스키 시즌에 들어서는 일본은 한국보다 스키장이 월등히 많고 설질이 좋은 데다 온천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인기가 많다. 상황에 딱 맞는 표현들을 미리 익혀간다면 더 편안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모든 언어 공부의 기본은 반복!


반복해서 읽고, 듣고, 소리 내어 말하고,

실제 여행을 상상하며 문장을 입에 익히다 보면

더욱 풍요롭고 즐거운 일본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부담 없이 하루 한 문장,

100개의 일본 여행 필수 표현으로

일본어 공부와 일본 여행의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글은 ECK교육으로부터 교재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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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심플라이트 먼슬리 플래너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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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팅은 해당 브랜드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2026 심플라이트 먼슬리 플래너

A4 사이즈로 일 년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빅 먼슬리 플래너

이름대로 심플하고 가볍게, 기본에 충실한 구성으로
연간 일정과 월별 일정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작년까지는 다이어리 대신 탁상 달력에 일정을 적어서 관리했었고
실제로 써 두는 게 많지 않아 많은 칸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B5 사이즈 다이어리를 사용해 봤는데
올해 초부터 제 생활의 변화로 인해 기록해둘 것들이 꽤 많아져서
다이어리가 작다 보니 먼슬리도 칸이 작아 자리가 부족했어요.
할 수 없이 뒤쪽의 줄 노트에 적어 넣다 보니
한눈에 관리하기 어려운 게 참 아쉽더라고요.

다이어리들 둘러보다가 A4 사이즈의 빅 플래너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모든 것을 먼슬리에 적어 한눈에 관리하는 저에게 딱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솜씨컴퍼니의 <2026 심플라이트 먼슬리 플래너>와 만나게 되었어요!







이얼리 플랜
Yearly Plan


연간 주요 일정이나 할 일, 매달의 목표 등을 써 두고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매달의 달력이 같이 있기 때문에
2026년 전체 달력을 보며 관리하기 좋습니다.





이얼리 체크 리스트
Yearly Check List


연간 중요 일정이나 생일 등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어요.




먼슬리 플랜
Monthly Plan


심플라이트 먼슬리 플래너의 메인이자
A4 사이즈 빅 플래너를 사용하는 최대 장점이죠!

1칸이 50mm x 54mm로 큼직해서
여러 개의 일정을 기록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 달을 쫙 펼쳐진 2페이지에 걸쳐 확인할 수 있어서
시원시원하게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년 12월부터 2027년 1월까지
14개월의 먼슬리 플랜 페이지가 있어서
12월이 되자마자 꺼내서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볼펜보다 젤펜 사용을 선호하는데
종이가 너무 얇으면 뒤쪽으로 많이 비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볼펜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심플라이트 먼슬리 플래너는 120g 종이를 사용해
너무 두껍지 않으면서도 비침이 적어서
맘 편히 젤펜이나 만년필로 필기하고 있어요!






그리드 프리노트

먼슬리가 끝나는 제일 뒷부분에
자유로운 메모가 가능한 모눈 노트 7페이지가 있어요.

먼슬리 칸이 시원하게 커서 웬만한 기록은 칸 안에 다 가능하지만
급하게 뭔가를 써야 하는 경우나
입장권이나 영수증 등을 붙여서 기록하고 관리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가끔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등을 이용해서
다꾸 하듯 그림일기를 써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심플 Simple
라이트 Light
빅 Big

기본에 충실하고 가벼운 빅 사이즈 먼슬리 플래너를 찾고 계신다면
솜씨컴퍼니의 <2026 심플라이트 먼슬리 플래너>를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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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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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반복되는 일상은 도돌이표와 같다. 악보 속의 도돌이표를 따라 같은 구간을 연주하듯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삶이 반복된다면 어느새 기대감은 사라지고 지루함만이 남는다. 그런데 이것이 인생 전체를 반복하는 일이라면 어떨까? 정답을 아는 문제를 풀듯 인생이 더 쉬워질까? 이불킥을 날리게 만든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을까? 의문과 궁금증이 생겼다는 점에서 지루함보단 흥미가 조금 생기기는 한다. 그런데 이 삶 또한 두 번, 세 번,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살아가는 것에서, 삶을 이어가는 것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이러한 반복되는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인 해리 오거스트와 칼라차크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칼라차크라들은 반복되는 인생을 살며 감정이 마모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격정적이기보단 담담하며, 오랜 삶을 살아온 만큼 시간에서 오는 무게감이 있다. 이 무게감은 마치 중력처럼 끈적하게 독자를 끌어당긴다.


칼라차크라들이 특별한 능력 대신 지난 기억만을 매개로 동일 시간선을 반복하는 삶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마치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것처럼 다음 주에 일어날 일을 기억하는 것뿐인 평범한 사람들. 그들은 과거의 기억만 더 가지고 있기에 이번 생에서는 결정된 결말 없이 자유의지로 개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역사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모인 거대한 흐름이다. 따라서 칼라차크라들의 자유의지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모여 상호작용하며 역사를 이루고 지난번과 달라진 칼라차크라의 행위는 새로운 역사의 흐름을 만든다.


크로노스 클럽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노드)가 많아질수록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존 사용자 및 신규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다. 크로노스 클럽은 먼저 한 칼라차크라가 자기 재산을 사후에 다른 칼라차크라가 쓸 수 있도록 남기는 호의에서 시작한다. 이 호의적 관계는 두 칼라차크라 사이에 링크를 구성하고, 그들의 반복되는 삶 속에서 그 링크는 계속 실행되며 강화된다. 각 칼라차크라가 살아가는 시간선과 겹치는 시간선을 살아가는 다른 칼라차크라들과도 호의에 기반한 링크를 구성하기 시작하면 그 링크들이 연결된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구성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먼 과거부터 먼 미래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네트워크가 크로노스 클럽이라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한편 크로노스 클럽은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한 칼라차크라를 단죄하기도 한다. 기억의 반복과 전달로 형성된 크로노스 클럽은 역사를 바꾸려 시도한 한 명의 칼라차크라로 인해 문명이 파괴된 집단적 기억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중대한 역사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암묵적으로 약속했고 새로 태어난 칼라차크라들에게도 이 지침을 공유한다. 지침을 어기고 공동체의 위협을 초래하는 칼라차크라는 배제한다. 서로를 돕는 호의에서 시작된 공동체가 그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구성원을 해치는 것을 보며 국가가 국민을 위해 사형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역설이 떠오르며 씁쓸하게도 느껴졌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한 지점일 것이다.


클레어 노스는 지루할 수 있는 누군가의 반복되는 인생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끈적한 느낌의 매력적인 글로 만들었다. 기억으로 얽힌 방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의 신념이 충돌하고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SF 마니아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서 인문과 과학을 아우르는, 철학적인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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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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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저 가볍게 생각한 기분 전환이 이토록 깊게, 이토록 질기게 내 인생에 자리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p.218



 사랑 이야기는 즐겨 읽지 않는다. 글로 읽는 사랑은 대부분 비현실적이고, 애초에 내가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현실의 누구에게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설은 뭘까? 비현실적인데 현실적인, 아니, 이게 오히려 소설 같지 않게 현실적인 건가? 이 소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공감하고, 또 공감하지 못했다. 두 인물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며 한 편의 영화처럼 이야기가 흘렀다. 장면마다 환청처럼 BGM이 흐르고, 장소가 변하고, 계절과 함께 시간도 흘러갔다. 하지만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계속해서 그날에 머문다. 내가 지금이 아닌,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은, 경로를 이탈한다."


 나를 이 소설로 이끈 문구. 나는 제법 평범하게 살고 있으면서도 평범하지 않길 꿈꿔왔다. 현실과의 괴리가 괴롭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면의 평온함과 안정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사랑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경로 이탈'이라는 말에 손을 뻗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조금은 엇나가고 길 잃은 것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항공 승무원 정원은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암스테르담에서 귀국을 서두르지만, 화산 폭발로 발이 묶이고 만다. 기자 해든 역시 인터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마지막 남은 한 대의 렌터카가 그들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부추긴다. 어디로 향해갈지 모르는 경로 이탈, 드라이브 피플의 시작이다. 그들의 우연한 동행은 둘 모두의 인생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뒤흔들며, 삶에 균열을 만든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결국 정원은 어떤 사실과 함께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떠난다. 해든을 만나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이 되어.


지금 내겐 두 남자가 있다. 한 명은 빛을 준 남자, 한 명은 그늘을 준 남자.

p.310



 정원의 과거에는 끔찍한 기억을 남기고 떠난 한 남자가 있다. 정원과 그녀의 남편 건영 사이에도 복잡 미묘한 과거와 사연이 있다. 정원과 그녀의 절친 아진 사이도 해든이 끼어들며 껄끄러워진다. 몇 번이나 반복된 정원과 해든의 우연한 재회와 엇갈림. 정원과 건영은 계속해서 결혼생활을 이어나간다. 어느 날 정원과 건영 각자의 전 연인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며 오랜 오해가 풀리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다시 해든과 재회하는 정원.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선 정원이지만 이번에도 그녀의 선택은 어쩌다 알게 된 사실로 인해 확고해졌다. 그녀의 베이스캠프가 완전히 옮겨졌다.



얽힌 입자는 아무리 떨어져도 서로 영향을 준다. 한번 얽히면, 어디에 있든 서로 연결되어 버린다. 양자역학은 그렇게 말했다.

p.316





 정원의 마지막 선택이 처음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언제 이혼해도 좋을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한 사람과의 짧았던 추억만을 의지해 살아가던 그녀는 어떻게 한순간에 반대의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 결국 이룬 꿈이 사실 자신만의 노력이 아닌 건영의 지지와 함께였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자신의 자리를 재정의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해든만큼 큰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자신이 선택했던 자신의 자리에서 지금껏 몰랐던, 이제서야 깨달은 자신이 가진 보물들을 하나씩 발견해 내며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아가는 것. 하지만 끝까지 의문으로 남았던 것은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사랑이 결국 과거의 망령인지, 현재의 의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루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그 마음인지, 어떤 것이 현재의 정원에게 사랑으로 남았는지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굿 브레이크, 굿 럭… 그리고 당연히 굿 또라이!"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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