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 소문 말고 진실 다산어린이문학
황지영 지음, 송효정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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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국내 최초, 오직 톡으로만 구성된 '톡 동화'


너는 윤아 말에 휘둘려서 정의로운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어. 근거도 없이. 추측으로. 이게 얼마나 큰 괴롭힘인지 몰랐어?

P.169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톡 하나로 한다고 한다. 안부를 묻거나 약속을 잡을 때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거나 새로운 소식을 전할 때도, 심지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톡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근거 없는 소문이나 이야기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폭력과 범죄의 선을 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발뺌하고 도망친다. 가해자가 되는 것도, 피해자가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SNS의 이런 성질을 이용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당연히 잘못되었지만, 모르고 가담하거나 방관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예절과 사이버 범죄 예방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은 민지라는 아이가 독후감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시작된다. 민지와 친해지고 싶은 로희는 민지에게 조금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이야기는 같은 시간대의 민지와 로희 각자의 폰 화면을 오가며 이어진다. 6-1반 단톡방, 민지와 하랑, 민지와 엄마, 로희와 친구들 등 마치 다른 사람의 폰과 대화창을 들여다보는듯한 느낌으로 감정에 더 깊이 이입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민지 엄마에게는 학폭과 관련된 숨기고 싶은 과거와 책이 있다. 6-1 친구들은 민지 엄마가 작가이기 때문에 민지가 상을 받은 독후감을 쓸 때 엄마가 도와줬을 거라며 몰아붙인다. 민지를 오해한 로희는 주변의 부추김으로 점점 선을 넘어 민지를 괴롭힌다. 민지 엄마와 관련된 과거의 기사를 단톡방에 올린다든지, 민지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편집 기능을 이용해 민지의 사진만 지운다든지 하는 식이다. 단톡방의 아이들은 논란이 생길 때마다 그저 즐길 거리처럼 웃고 넘기거나, 방관하거나, 적극적으로 함께 공격하려 들기도 한다. 그 누구도 제대로 된 근거는 없지만 동조하는 모양새다.





 민지는 결국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말도 없이 집을 나가 엄마가 쓴 책을 읽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때가 떠올라 힘들었다는 학폭 피해자를 찾아간다. 엄마는 가해자는 아니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방관자의 입장이었고, 책 때문에 논란이 되었던 때에도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민지를 데리러 가서도 재차 사과의 뜻을 전한다. 6-1반 단톡방에 들어온 민지는 자신의 독후감과 엄마의 학폭 논란에 관해 증거를 제시하며 잘못한 것은 없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학교 폭력으로 신고할 거라고 말한다. 로희는 증거를 본 뒤에도 계속해서 민지의 말을 믿지 않지만, 결국 민지와 만나서 이야기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의 대화나 상황 등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고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한통속이 되어 민지를 괴롭히는데 동조하던 아이들이 새로운 타깃을 찾아 주동인물로 내세우고, 자신들은 잘못이 없으며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바로 전까지는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이 서로 믿지 못하며 오히려 탓하고, 자신들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또 다른 뒷담화와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린다.





 대화창과 앱 화면들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특별한 점들이 많다.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소문이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퍼지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대상에 따라 톡에 답장을 하는 시간과 말투가 다르고, 대화의 내용도 다르다. 여럿이 모여있는 곳과 소수가 모인 곳에서는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단톡방에서 했던 말과는 다른 내용의 대화들이 오간다. 프로필 화면, 음악 플레이리스트, 인터넷 검색 기록, SNS 화면, AI와의 대화창 등의 비언어적 요소들이 긴 설명 없이도 인물의 심리 상태나 사건의 진실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


아래는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쓴 감상의 일부이다.

 친구들이 민지 엄마가 민지 대신 글을 써줘서 상을 받게 된 거라며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과정에서 민지는 상처받았다. 대필 논란으로 민지가 받기로 한 상이 취소될 뻔하고 민지에 대한 평판도 나빠지는 게 무섭고 마음이 아팠다. 사진 편집 기능으로 사진에서 민지와 꽃다발만 의도적으로 지운 로희의 행동에 민지가 매우 기분 나빴을 것 같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것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디지털 예절은, 친구가 기분 나쁘지 않게 이야기하고 글을 쓸 때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써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배운 것과 정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져서 내가 민지가 된 것처럼 기분이 나빠지고 창피했다. 어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근거 없는 말을 무조건 믿고 퍼뜨리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해 준 책이었다. 나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생 아들의 감상문 일부


 친구와 친해지고 싶거나 사과를 하고 싶을 때조차 온라인에서 답을 찾는 요즘 아이들. 현장에서 서로 대면하며 갈등을 겪기도, 그것을 풀어나가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 간의 관계가 현실이라는 것을, 진심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좋겠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방관만 하는 것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가볍게 한 말이나 행동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오게 될지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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