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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먹는 존재들 -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
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10월
평점 :
📚 <빛을 먹는 존재들> #광고
"인간은 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이 가족에서 우리는 아기들이다. 우리가 가장 나약한 존재인 것은 우리가 가장 의존적이기 때문이다."는 식물학자 메리 시시프 지니어스의 말처럼, 이 책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뒤흔드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식물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멸종할텐데도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 조이 슐랭거의 데뷔작으로 <뉴욕 타임스> 등 세계 주요 언론사에서 극찬을 받은 책이기도 하지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번역한 정지인 번역가의 세심한 옮김으로 더욱 기대가 컸고, 지적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뿌리를 내리고, 꽃과 열매를 맺고, 광합성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개념을 넘어서 식물에게도 지능과 의식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에요.
잎을 갉아먹히면 쓴맛의 타닌을 늘려 스스로를 지키는 아카시아는 공기를 통해 주변 나무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냈고. 자기 잎을 먹던 애벌레를 조종해 동족끼리 싸우게 만드는 토마토와 '겨울의 기억'을 품은 채 봄을 기다리는 히아신스와 튤립, 마늘은 ‘식물이 경험으로 학습하고 과거를 기억한다’는 놀라운 과학적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식물이 다른 종들과, 심지어 동물들과 맺는 호혜적이면서도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 인간의 지각으로는 감지되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는 경탄스러운 일들은 끝이 없었습니다.
협력자 벌과 개미를 모집하는 옥수수와 감자, 일대일 교환을 요구하는 '콩과 식물'과 세균들의 제휴. 숙주의 노고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정체성까지 도용해 버리는 카멜레온 같은 덩굴 식물 보킬라까지. 서로 얽혀 살아가는 생물의 다양성 속에서 식물은 고요하지만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를 인식하고 반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환경에 대응해 생존 전략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면서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주변의 나무와 풀 한 포기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을거에요. 인간보다 지구에서 4,000배는 더 오래 살아남으며 변화해온 식물들이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능력들을 보여주고, 발견될지 기대됩니다.
"혁명적인 책. 이 책은 내 우주를 새롭게 재편했다."라는 리베카 솔닛(작가, 역사가, 활동가)의 말이 와닿네요. 밀도 높은 논픽션! 식물의 지혜와 생명력, 식물지능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 꼭 한번 만나보세요. 책을 읽었던 일주일이 황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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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