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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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스테이션에서 어제 먹은 점심이 잘못되어 속을 달래고 있던 찰나. 요양병원에서 전원 문의가 들어온다.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인데, 음식을 아예 삼킬 수조차 없다고. 알고보니 알약을 포장지를 뜯기도 전에 삼킨 것이었다.

구급대원 카트 한 대가 또 들이닥친다. 검은 색 구토를 쏟아내고 있는데 맙소사, 대장에 있는 내용물인 듯했다. 응급수술이 필요했다.

응급실 호출 벨을 누른 뒤 한 젊은 남성은 어지럽다는 말을 남기고 기절했는데, 심근경색인가? 뇌출혈인가? 심정지의 원인이 뭘까, 하던 순간. 혹시? 하는 마음으로 환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었더니 변 색깔이 석유처럼 검었다.

느닷없이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찢는 듯한 비명소리.
환자의 의식은 흐려지고 있고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 교수의 현실판 같은 남궁인 선생님 등장!

🧠 🫁🫀🩻

뾰족한 물체가 심장을 관통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카디악 스탭 운드 어레스트"를 외치고. 초응급을 알리는 고함 소리에 모든 의료진들이 분초를 다투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수술방으로 들어가는 베드 위에서 흉강을 갈라 갈비뼈를 자른 후 손으로 심장을 짜내며 심폐소생 중인 이 모든 과정들이 마치 소설 같았는데. 거기다 우리 몸속 각각의 장기 모습과 기능들을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니, 과알못이라도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코드 블루. 코드 블루." 하는 소리에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상황에 느껴지는 긴박함.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를 살리느라 정신을 쏟고 나면 라면과 치킨이 땡긴다는 이야기에 친근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표현은 정말 의사다웠...🤭

(’-’*)📝
환자가 살아났으니 오늘은 퇴근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단백질에 탄수화물을 묻혀서 지방에 튀긴 치킨이 생각났다.

아, 치킨은 왜 늘 먹고 싶을 까. 양념을 잔뜩 바른 치킨을 입에 넣으면 소화기는 군말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부수고 화학적으로 쪼갠 뒤 세균과 협동해서 양분을 흡수할 것이다.

비록 탈은 자주 나지만, 소화기 덕분에 우리는 에너지를 얻어 숨을 쉬고 운동도 하며 대화하고 사랑을 나눈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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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약정되어 있고, 인간은 필멸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과 무관하게, 타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 죽음에 맞서 싸워야 하는 존재가 바로 의사들이고. 그 중에서도 응급의학과는 가장 뜨겁고 치열한 현장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렵고 난해한 의학적 지식을 이처럼 생생한 임상 이야기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교양서는 대환영! ✨️

주요 장기와 내분비, 면역계, 피부, 생식, 뇌와 감각, 마지막엔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몸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을 전해주는데. 과학의 영역임에도 인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마음이 와닿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많은 의료진들의 협진과 헌신, 사명감이 있음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임상의 최전선,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내고 있는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에세이스트 남궁인 작가님의 스토리텔링과 몰입감 최고였다. 소설인 듯, 과학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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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좀 질투도 날 만큼 흡입력이 있었다."
/ 이낙준(이비인후과 전문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원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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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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