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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의 아름다움 - 미술로 보는 한국의 평온미
최광진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평점 :
요즘처럼 삶이 분주하고 휴대폰 없이는 하루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현대 사회에서 '평온'의 미학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선천적으로 직관이 발달한 한국인들은 과학적 이성보다 종교적 영성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민족임을 일찍이 알아본 일본인 미학자이자 민예 운동가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미술을 '무기교의 기교'라고 명명하지 않았던가.
과장됨 없는 "친근한 아름다움", "정(情)의 아름다움", "조용히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신비로운 마음"을 실제로 많은 조각과 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경탄스러웠다.
이 책에서는 고대 불교조각, 고려시대의 불교회화, 조선시대의 문인화,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온미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의 서양미술과의 비교 또한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세속적 집착에서 벗어난 정신적 희열, 법열의 미소를 조형적으로 잘 표현한 <반가사유상>,
평온한 열반의 경지를 완벽하게 담아낸 <석굴암 본존불>은 어떤 예술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예술의 극치를 경험하게 해주었고.
회화사적으로 동양의 르네상스라고 부를 만큼 뛰어난 <고려불화>의 예술성과 미학적 가치는 가히 독보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중동, 고요함 속에 움직임을 머금는 듯한 무심하면서도 평온한 미의식은 조선시대 문인화에서도 빛을 발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생각과 마음, 집착을 비우는 것이 진정한 휴식임을 깨닫게 했다.
"우리는 때로 아무런 분별과 판단 없이 그냥 존재할 필요가 있다. 그때 생기는 텅 빈 충만감이 바로 '평온의 미학'이고 '현존의 아름다움'이다. p.219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을 한국의 4대 미의식 중 '평온'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심도있게 풀어주어서 좋았던 책이라 다른 책들도 천천히 알아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시간..
긴 세월, 한국의 미학 연구에 혼신의 열정을 쏟아부으신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창조하려면 한국의 미학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
내면의 '평온'을 추구한 한국인의 미의식이 어떤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되었는지 알아보고, 진정한 마음의 휴식을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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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